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정희숙
📙 큰숲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살고 돌아온 집인데, 이상하게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몸은 소파에 눕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어수선하다. '왜 이리 피곤하지?'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는 물건들, 정리되지 않은 공간들이 은근히 압박을 준다. 집은 원래 휴식의 공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이 집은 내 삶을 잘 반영하고 있는 걸까?


정리를 못 해서가 아니라, 삶이 바뀌었는데 공간은 그대로였다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아이가 태어난 후 집은 점점 물건에 잠식됐고,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며 미뤄온 물건들이 쌓였다. 이젠 정리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어쩌면 이 책은 물건 정리보다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은 단순히 수납 노하우나 청소 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공간과 삶의 시간차를 말한다. 독립, 결혼, 육아, 자녀의 독립, 시니어 시기까지, 인생의 흐름에 맞게 공간도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중심이다. 책은 정리의 기술보다 ‘정리를 대하는 태도’에 더 깊은 초점을 둔다.


책에서는 정리의 5단계 원칙을 제시한다. 물건을 분류하고, 비우고, 수납하고, 제자리를 유지하는 루틴. 하지만 그보다 인상 깊었던 건 ‘정리는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라는 말이었다. 단지 버리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미래의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바로 정리였다.


저자 정희숙은 14년간 1만여 가구를 정리해온 ‘한국형 정리 컨설턴트’ 1세대다. 사람들의 집을 정리하다 보니 정리란 결국 ‘마음의 상태’와 닮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손끝이 망설이는 사람은 버릴 게 아니라 지키고 싶은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무척 설득력 있었다.


이 책은 정리가 필요해서 읽는 것도 맞지만, 살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 현재의 나와 맞지 않는 공간에 갇힌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리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여유를, 규칙이 아니라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책이다.


어느 순간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정리란 단순한 ‘물건의 이동’이 아니라 ‘내 삶의 재배치’라는 것도. 물건을 비우는 순간, 감정도, 관계도, 미래도 다시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건 아주 작고 조용한 기적이었다.


혹시 과거의 물건에 현재의 삶을 끼워맞추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공간을 잃어버린 채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묻는다. 지금 당신이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이고, 떠나보내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그 질문 하나가,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남길것버릴것간직할것 #큰숲 #정희숙 #라이프시프트정리법 #공간정리 #삶의정돈 #인생정리법 #정리컨설팅 #비움의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