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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책읽는 쥬리님(@happiness_jury) 💕 서평단에 선정되어 북로드 출판사(@bookroad_story)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디 아더 와이프
📗 마이클 로보텀
📙 북로드

우리는 얼마나 가족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아버지가 매주 출장을 간다는 말이 진실이라 믿고, 어머니가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면? 가장 믿고 의지해온 사람에게서 숨겨진 삶이 드러날 때, 우리는 어떤 얼굴로 그를 다시 마주해야 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부모의 낯선 모습에 당혹감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완벽한 줄 알았던 아버지가 인간적인 실수 앞에서 흔들리는 걸 보고 실망하거나, 어머니의 침묵 뒤에 감춰진 진실에 마음이 복잡해진 경험. 그런 순간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된다.

『디 아더 와이프』는 유명한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주인공인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이다. 파킨슨병을 앓고, 아내를 잃고, 두 딸을 키우며 일상을 꾸려가는 조는 어느 날 아버지가 머리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병상 옆엔 낯선 여인이 있고, 그녀는 “난 이 사람의 또 다른 아내예요”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조는 아버지의 숨겨진 인생을 파헤쳐야만 하는 과제를 마주한다.

책은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이야기한다. 조는 처음엔 분노하고 부정하지만, 점차 자신이 그토록 이상적으로 여겼던 가족이라는 구조가 본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해결은 진실을 찾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고 변화를 껴안는 데 있다.

아버지는 두 가정을 완벽히 분리한 채 살아왔다. 누군가는 그를 이기적인 인간이라 말하겠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두 가족을 지키려 했다. 이중생활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책은 그 선택의 배경을 이해하고자 한다. 인간은 선악의 경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모두가 비밀을 품고, 때로는 그 비밀이 사랑과 책임 사이의 균형이 되기도 한다.

『디 아더 와이프』는 단지 미스터리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 신뢰, 용서, 그리고 성숙이라는 주제를 독자에게 던진다. 지금, 가족 관계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면, 또는 부모라는 존재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이 작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 조는 아버지를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다시금 사랑을 발견한다. 실망은 끝이 아니다. 실망은 이해의 시작일 수 있다. 용서란 모든 걸 잊는 게 아니라, 그 모든 흔들림을 끌어안는 것이다.

나는 책장을 덮으며, 문득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도 어쩌면 많은 걸 모른 채 그를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디 아더 와이프』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일, 그 오래되고도 미묘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든다. 당신에게도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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