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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본질 - 수업이란 무엇인가?
김태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5년 6월
평점 :
교단에 선 지 시간이 꽤 지났건만, 매일 수업 시간은 여전히 나에게 낯설다. 수업 시간표를 따라가고, 진도를 맞추고, 학습지를 나눠주는 이 반복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게 정말 '배움'인가? 아니면 그냥 시간 소비인가? 수업을 준비하는 내 마음은 왜 점점 메말라가는 걸까?
모두가 더 좋은 수업을 한다고 하고, 혁신수업이니 프로젝트니 무수한 방법론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럴수록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진다. 멋진 자료보다 학생 눈빛 하나에 더 흔들리는 나. 이런 나도 괜찮은 걸까? 교실에서 외로웠던 순간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이 책은 수업을 기술이 아닌 태도로 이야기한다. 자존, 디자인, 실행, 성찰, 공동체. 이 다섯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교사의 내면, 수업의 구조, 관계의 회복,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풀어간다. 정답 대신 질문을, 퍼포먼스 대신 삶을 이야기한다. 단단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하게 된 일은, 멈추기였다. 교사로서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처음의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은 '잘하는 수업'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수업'에 대해 묻는다. 완벽보다 진정성을, 기술보다 태도를 말한다. 교실에서 다시 나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교육학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며 얻은 통찰을 이야기한다. 수업은 매번 재디자인 되어야 하는 예술이며, 질문은 가장 위대한 수업의 출발점이라는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잘 흔들리는 교사’가 진짜 교사라는 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위로이자 방향이다.
이 책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대신 매 문장에서 조용히 곁에 앉아주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교실에서 지친 선생님에게,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채찍질하는 선생님에게, '당신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다정히 말해주는 책이다.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교사인 '나'를 다시 믿기 위해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수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달이 아니라 관계, 퍼포먼스가 아니라 응시, 경쟁이 아니라 공감. 수업은 결국 교사인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학생에게 드러내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나의 흔들림조차 교육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따뜻하다.
나처럼 흔들리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요하지만 단단한 울림이 있다. 읽는 동안에는 위로를, 덮고 나서는 방향을 얻을 수 있다. 수업이란 무엇인지,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이 책은 단지 가르침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