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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공감 - 나답게 살기 위한 관계 연습
이민호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책읽는 쥬리님(@happiness_jury) 💕 서평단에 선정되어 행성B 출판사(@hangseongb)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적정한 공감
📗 이민호
📙 행성B

대인 관계는 ‘가까이하면 불편하고, 멀어지면 서운한’ 역설적인 간극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늘 상대에게 얼마나 다가가야 할지, 혹은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할지를 고민한다. 인간관계에서 정답이란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 복잡한 감정의 조율법을 언어로 정리해주었으면 좋겠다.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이 어느새 도덕적 강령처럼 들리는 시대다. 그러나 그 공감이 과하거나, 타인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된 순간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너무 가까운’ 공감이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왔다는 것을.

『적정한 공감』은 관계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적정한 감정의 온도’로 다룬다. 스피치 코치로 수많은 관계 현장에서 실전 감각을 익혀온 저자는, 수많은 관계의 실험 끝에 도달한 한 가지 결론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공감은 선의가 아니라 거리 조절의 기술이다.”

책에는 실생활의 사례들이 즐비하다. ‘투 머치 토커’와의 대화법, 악플에 대한 내면의 반응, 미움과 화해 사이에서의 감정 조율까지. 저자는 공감이란 단어를 결코 감상적인 언어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감은 ‘균형 잡힌 심리적 거리 유지’라는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정을 동시에 요구하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관계에서 공감이 중요한 이유를 단지 타인을 위한 배려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감은 ‘나’라는 존재가 상처받지 않고,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적정한 공감’은 자기보호와 타인 존중 사이의 윤리적 균형점이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상대가 자주 쓰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일 것’, ‘반복되는 말은 감정의 신호일 수 있다’는 조언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지만, 막상 실천은 어렵다. 이 책은 그 작은 실천이 모여 하나의 태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된다고 말한다.

관계의 소모감에 지쳐 있는 이들, 혹은 스스로의 감정을 타인에게 쉽게 내어주는 이들에게 이 책은 내면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공감이란 도덕적 미덕이 아니라, 정서적 생존 전략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상기시킨다.

작가는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에야 진짜 공감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공감은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다.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지금 괜찮은가요?”라고 끊임없이 묻는 행위 말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온도는 늘 일정하지 않다. 다만 그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때론 가까이, 때론 멀어지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 그것이 성숙한 공감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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