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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정 옮김, 박경서 해설 / 코너스톤 / 2020년 6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물농장
📗 조지 오웰
📙 코너스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게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가. 분명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했지만, 누군가는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누군가는 침묵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사회.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순 앞에 무뎌진 채 살아가는 지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여전히 필요한 질문을 우리 앞에 들이민다.

어릴 적엔 그저 우화로만 읽혔던 이야기가, 어른이 되고 나니 정체불명의 소름으로 다가왔다. 돼지들이 주인이 되고, 그 돼지들이 점점 사람과 닮아간다는 이 단순한 줄거리가 도무지 단순하지 않다. 어느 순간 내가 그 침묵하는 당나귀는 아닌지, 아니면 '평등'이라는 단어를 주입받은 양떼 중 하나는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동물농장』은 농장 동물들이 인간의 억압을 벗어나 자치 농장을 세우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엔 평등과 자유를 외쳤지만, 결국 더 똑똑하고 교묘한 동물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나머지 동물들은 점점 더 억눌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혁명이 성공한 것 같지만, 실은 다른 방식의 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무서웠던 건 ‘일곱 계명’의 변질이었다. 누군가 살짝 고쳐버린 계명에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장면.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선 누군가가 법과 규칙을 조용히 바꾸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일상에 묻혀 살아가는 건 아닐까.

『동물농장』은 “왜 이렇게 되었는가?”보다는 “왜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돼지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한 번쯤 물어봤다면, 한 마리라도 반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이 책은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우리가 그 문제를 얼마나 방관하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준다.

작가는 러시아 혁명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특정한 시대나 정권을 넘어 인간의 권력 구조 그 자체를 고발한다. 돼지는 스탈린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권력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물들은 지금의 우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계명’이 조용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풍자가 아니라 현재의 자화상이 되어버린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직시할 수 있다.

읽고 나면 한참을 멍하니 있게 된다. 문장이 어렵지도, 구성이 복잡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을 도려내는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동물농장』은 책장을 덮는 순간, 나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였는가? 돼지였는가, 양이였는가, 아니면 그저 침묵했던 말이었는가?”

가끔은 책이 사람보다 더 솔직하다. 『동물농장』은 꾸밈없이 진실을 말한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지금 내가 침묵하고 있는 어떤 장면에 대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바뀌지 않는 건 권력이 아니라, 침묵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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