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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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니들북 출판사 @i_am_needlebook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자비의 시간

📗 존 그리샴

📙 하빌리스

 

 

인생에는 자비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자비라는 말이 왜 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서 출발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그 총을 쏜 열여섯 살 소년의 입장이 되어본 적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죽인 아이에게 동정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 익숙한 반응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그 아이가 아닌,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과 시스템에 분노하게 되었다. 총성보다도 더 오랫동안 이 아이를 옥죄어온 건, 폭력과 무관심이라는 조용한 병이었다.

 

누군가에게 미안했다. 어린 시절 나도 몰랐던 채 누군가를 오해했던 순간들, 상처를 그냥 무시하고 넘겼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실제로 얼마나 잔인한 무기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 작가는 마치 법정 밖에서, 내 마음속 증언대 앞에 나를 세운 듯하다. 누구에게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가, 되묻게 된다.

 

16세 소년 드루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쐈다. 피해자는 그 집의 남자였고, 경찰이었다. 사회는 이 사건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다. 경찰이니까 죽이면 안 되는가, 아니면 폭력의 피해자라도 법을 어기면 똑같이 처벌받아야 하는가? 이야기는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한 걸음 한 걸음 법과 윤리 사이의 좁은 틈을 함께 걷게 한다.

 

법은 언제나 이성의 언어로 말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언어로 반응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해결책은 사실 법적 기술이 아니다. 감정의 결을 읽는 능력이다. 피해자의 얼굴만 보지 말고, 그가 놓여 있던 환경과 침묵의 시간을 같이 읽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는 대신,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다.

 

존 그리샴은 단순히 변호사 제이크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사법제도의 구조, 지역사회 속 편견, 인간의 본능과 이성 사이의 간극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드루를 살인자가 아닌 살아남은 아이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라고 독자를 시험한다. 그 시선이야말로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강력한 제안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약자에게 잔인하고, 가해자의 권력에는 무기력하다. 자비의 시간은 그런 현실을 법정이라는 무대로 재현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짜 옳은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견딜 수 있는가? 바로 지금 이 질문이 절실한 시대이다.

 

자비는 무죄를 뜻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다움을 선택하는 일일 뿐이다.” 나는 이 말을 되뇌었다. 이 소설의 모든 갈등과 법정의 소란을 지나고 나서 남는 것은 한 아이를 향한 최소한의 연민,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를 변호하고 싶었던 적 있는가? 말로든, 행동으로든, 혹은 마음속에서라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이크일 수 있다. 그걸 잊지 않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자비의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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