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상처 줄 때 똑똑하게 나를 지키는 법
이현아 지음, 서영 그림 / 한빛에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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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는 참 묘한 존재다. 가장 친한 친구가 내일은 가장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하고, 울며 전화하던 아이가 금세 웃으며 다시 그 친구와 놀러 나간다. 어른인 나도 헷갈리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친구가 상처 줄 때 똑똑하게 나를 지키는 법』을 읽으면서, 내 안의 오래된 초등학생 시절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야, 넌 왜 같이 안 놀아?” “쟤는 왜 맨날 울어?”… 뾰족한 말들이 그때는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가시처럼 박혀 있었더라. 이 책은 그 ‘가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뻔한 훈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위로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아이의 일상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본 느낌이다. 친구가 놀리면? 화장실로 도망가는 아이. 혼자 울고, 엄마한테 말도 못 하고. 책 속 주인공들이 겪는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몇 번이나 페이지를 덮고 다시 열었다.

이 책에서 좋았던 건, 단순히 “이렇게 행동하세요!”가 아니라 “너는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묻는 구조다. 감정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해석하고, 그다음에야 해결책을 꺼내 든다.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데 서툴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그 말 못 한 속마음을 대신 꺼내주는 기분이다.

특히 ‘똑똑한 친구 사이 체크리스트’는 그냥 덮어두면 아까울 정도다. 진짜 교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읽고, 나눠보고 싶었다. “이건 나야!” 하며 손을 드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위안일까.

사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도 요즘 인간관계에서 지치고, 때론 억울하고, 화나는데, 뾰족하게 표현 못할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와 교사, 어른에게도 충분히 유용하다. 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법. 나를 지키는 말과 행동을 연습하는 법. 이건 평생 배워야 할 과제다.

책의 마지막 ‘부모님께 드리는 말’에서는, 읽다가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 너 그랬구나.” 이 한마디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힘이 된다.

친구에게 상처받은 아이에게, 이 책은 아주 조용하고 단단한 친구가 되어줄 거다.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곁에 있어주는 존재. 나도, 아이도, 그런 친구 한 명쯤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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