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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원모어페이지(@1morepage_books)를 통해 클레이하우스 출판사(@clayhouse.inc)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 에밀리 오스틴
📙 클레이하우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별일 없는 하루인데도 마음이 무겁고,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날. 괜찮은 척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되묻게 되는 날.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는 바로 그런 날에 나 대신 말해주는 책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밤잠을 설치고, 누군가의 슬픈 표정에 내 탓인가 싶어 마음을 졸인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만 그런 거 아니었구나.” 주인공 길다가 겪는 우울과 불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그대로 진동하고 있다.

에밀리 오스틴은 죽음, 불안, 성정체성, 종교라는 복잡한 주제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길다는 극단적인 불안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상황이 펼쳐져도 그녀는 자기 방식으로 버텨내고, 실없이 웃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하게 만든다.

길다는 무신론자인 레즈비언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 성당에서 얼떨결에 접수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죽은 전임자의 메일에 답장을 대신 써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녀. 종교적인 상징과 일상의 불안을 교차하며 구성된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소설 그 이상이다.

감자튀김 하나 때문에 죽음을 미루는 그녀처럼, 우리도 사소한 기쁨 하나에 하루를 더 버틴다. 그건 ‘비논리적’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논리적인 감정이다. 세상의 규범보다 감정의 생존이 먼저라는 사실을 이 책은 끊임없이 말한다.

소설은 미스터리처럼 전개되지만, 중심에는 늘 인간의 감정이 있다. 익살맞은 문장 뒤에 숨은 슬픔과 불안, 그리고 그 불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중심에 있다. 그래서 웃다가 어느새 목이 메인다.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말한다. “네가 왜 그런지 몰라도, 충분히 이해해. 괜찮지 않아도 살아가는 너는 충분히 용감해.” 이 책은 독자에게 ‘힘내라’ 대신 ‘그래도 네 편이야’라고 말해준다.

죽음의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 타인의 아픔에 더 먼저 반응하는 길다의 감수성은 읽는 이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이 소설은 삶의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하되, 그것을 무겁지 않게 품는 법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미워했던 주인공이 결국 누군가의 삶에 스며드는 순간, 우리도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내 삶도 누군가에겐 의미 있었을지 몰라. 그러니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며 웃어보자.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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