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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의식 - 스페인 최고의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뇌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 틈새책방 / 2025년 5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피엔스의 의식
📗 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 틈새책방

“나는 누구인가?”,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감정은 진짜일까?” 이런 질문,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답을 진지하게 파고들어 본 적은… 글쎄, 몇 번이나 있었을까? 『사피엔스의 의식』은 그런 질문에 제대로 마주서게 만든다. 평소엔 머릿속 한구석에 숨겨둔 의식의 수수께끼를 조용히 꺼내 묻는다.

AI가 글을 쓰고, 감정을 흉내 내고, 때로는 인간보다 똑똑해 보이기도 하는 요즘. 우리는 자꾸만 흔들린다. “그럼 인간만의 고유한 건 도대체 뭐지?”라는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의식, 감정, 자유의지… 이 모든 것이 진짜 ‘나’의 일부가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 내 머릿속의 생각은 진짜 나의 것일까? 감정이란 건 뇌가 만들어 낸 착각일까?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이게 진짜 나일까?’ 하고 스스로를 낯설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질문들에 괜히 마음이 동했다.

『사피엔스의 의식』은 단순한 과학서도, 그렇다고 문학 에세이도 아니다. 과학자와 소설가, 두 사람의 대화가 중심이다. 하나는 데이터를, 하나는 감성을 무기로 삼아 인간이라는 존재를 파헤친다.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진실을 말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묘하게 납득이 간다.

과학자는 말한다. “감정도 뇌의 반응일 뿐”이라고. 소설가는 말한다. “감정은 인간이기에 느끼는 신비로운 것”이라고. 이 책은 누가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만의 답’을 찾도록 이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책의 내용은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철학까지 아우른다. AI는 과연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자유의지는 뇌가 만들어낸 착각일까? 저자들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면서도, 인간의 고유한 감정과 직관을 배제하지 않는다. 과학과 감성의 적절한 혼합이 독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다. ‘의식’과 ‘자아’에 대한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다. 바로 지금이, 인간만의 본질을 묻고, 그 경계를 다시 설정할 때다. 『사피엔스의 의식』은 그 물음표를 지울 수는 없지만, 훨씬 더 선명하게 그려준다.

의식을 정의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자유의지는 환상인가, 선택인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던질 용기를 준다. 정답보다 질문 자체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나는 누구지? 어떻게 여기에 왔지? 왜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지? 그런 질문들로 머리가 조용히 울릴지도 모른다. 그 울림은 결코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자랑스러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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