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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 ㅣ 탐 그래픽노블 9
키아라 파스토리니 지음, 페르스발 바리에 그림, 장한라 옮김, 안광복 감수 / 탐 / 2025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
📗 키아라 파스토리니 글/페르스발 바리에 그림
📙 탐
철학이란 늘 어려웠다. 그러나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그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40명이 넘는 철학자의 핵심 개념을 재치 있게 다루며, 고대에서 현대까지 철학의 흐름을 가볍지만 탄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특히 철학에 첫 발을 내딛는 독자들에게 적합하며, ‘공감’과 ‘이해’라는 철학의 출발점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질문과 마주한다. “왜 이래야 하지?”, “그게 진짜 옳은 걸까?” 같은 물음들이다.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이러한 질문을 멀리하지 말라고 말한다. 오히려 질문하는 태도가 철학의 본질임을 일깨우며, 기존의 상식과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창조적인 사고의 출발점인지 보여준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질문’을 중심에 둔 구성 때문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철학자들의 사고 여정을 따라가며 질문하고 대화하게 만든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레나와 스텔리오가 철학자들을 만나 나누는 대화는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철학은 책 속에 갇힌 죽은 지식이 아닌,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각 장의 마지막에 정리된 철학적 실천 조언이다. 철학이 삶을 바꾸려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스토아학파의 삶을 관조하는 태도, 벤담의 결과 중심 사고, 트론토의 돌봄 윤리는 그 자체로 우리가 마주한 삶의 질문에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단지 이론이 아닌, 실천 가능한 철학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낸다.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단순한 철학 개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질문의 중요성, 사고의 독립성, 그리고 사유의 힘을 일깨우는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도구이다. 고정관념에 ‘NO’를 외치며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나만의 철학적 관점을 형성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유익한 입문서는 찾기 어렵다.

저자 키아라 파스토리니는 철학을 삶으로 끌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만화 형식의 스토리텔링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철학을 가볍고 즐겁게 체화할 수 있게 한다. 내용은 결코 얕지 않으며, 오히려 ‘짧고 깊게’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을 꿰뚫어 소개한다. 페르스발 바리에의 일러스트 또한 인물의 특징을 정확히 담아내 철학자들을 한층 생생하게 만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용기’를 전한다. 이기주의와 평등주의, 공리주의의 차이를 쿠키 나눔이라는 비유로 설명한 장면은 깊은 사유를 담았음에도 설명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이러한 예시는 철학을 추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실제 삶의 문제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를 읽고 나면,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왜 그런지, 그게 옳은지, 꼭 그래야만 하는지. 철학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행위라는 것을 이 책은 친절하게 일깨운다.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싶은 이라면, 철학을 도구로 삼아야 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철학자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질문하고, 고뇌하며 더 나은 삶을 그리는 일. 그것이 곧 철학이라는 것을 이 책은 삶 가까이서 말해 준다. 철학의 문턱이 낮아졌을 때, 우리의 생각은 더 넓고 깊어질 수 있다.

철학이 멀게 느껴지는가? 혹은 너무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아 손도 대기 싫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철학을 살아 있는 말로 되살린다. 매일 한 꼭지씩, 한 명의 철학자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지금 이 책과 함께, 당신도 생각의 반란을 시작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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