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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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기기묘묘 방랑길

📗 박혜연

📙 다산책방

 

 


우리는 종종 '이상한 것''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같은 범주로 분류하고 배제한다. 낯설고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나 존재에 대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거리를 두려는 성향을 가진다. 그러나 그 속에 깃든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기기묘묘 방랑길은 바로 이러한 익숙한 인식의 틀을 조선 시대 설화의 옷을 입고 부드럽게 흔든다.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경계하거나, 상식 밖의 일을 접하며 어리둥절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감정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직면한 이후의 태도이다. 책 속 인물들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우리는 그 여정을 따라가며 조금씩 배워나간다.

 

기기묘묘 방랑길은 금두꺼비, 날개 달린 아이, 저주받은 술잔, 도깨비불 등 이질적인 소재를 빌려 인간 내면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사로와 효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단순한 추리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며, 이를 통해 독자는 기이함 속에 숨은 진심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은 한국 설화를 소재로 하면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마다 마주하는 인물들의 고통은 단순히 괴담으로 소비되기를 거부한다. 효원과 사로는 사건의 표면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며, 소외되고 상처 입은 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곧 독자에게도 던지는 질문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오해하고 배척할 때, 과연 그 안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는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저자 박혜연은 각 에피소드마다 상징적 장치를 활용해 인간의 감정, 특히 외로움과 상실, 갈망과 차별의 뿌리를 비춘다. ‘푸른 불꽃에 나오는 어린 소녀의 기다림이나, ‘여우 구슬에서 드러나는 사로의 상처는 그 자체로 서사의 감정적 정점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배치는 독자가 단순히 사건의 결말이 아닌, 감정의 매듭을 어떻게 푸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한국형 판타지라는 장르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뿐 아니라, 기담이라는 낯선 틀 안에 사람의 보편적인 진심을 담아냈다. 특히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구조와 감수성은, 이 책을 단지 재미로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 되게 만든다.

 

사람이란 참 알 수 없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책의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통찰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상처를 이해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우리가 서로를 다르게 보되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끝끝내 누군가를 품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효원과 사로의 방랑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더 만날지 궁금했고, 어떤 사람들을 더 이해하게 될지도 기대되었다. 아마도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들은 늘 그런 기이함속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 깊숙한 곳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다산북스(@dasanbooks)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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