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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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페스트

📗 알베르 까뮈

📙 현대지성

 

 


우리는 언제 다시 팬데믹의 한복판에 서게 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그 한가운데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바이러스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두려움과 불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마음이 무거웠던 시절이 있다. 마스크를 끼고 사람들과 눈빛만 교환하던 시기. 뉴스에선 오늘 몇 명이 숨졌는지를 전했고,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의 울음은 통계 속에 묻혔다. 인간의 고통은 너무 잦으면 배경음이 되고 만다. 그 고통을 한 줄의 문장으로, 하나의 얼굴로, 한 사람의 고뇌로 되살려주는 소설이 있다. 카뮈의 페스트.

 

페스트는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서 갑작스럽게 퍼진 전염병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감정, 변화를 그려낸다. 의사 리외, 기자 랑베르, 관료 그랑, 의문의 인물 타루,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몸을 던지는 파늘루 신부까지. 이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재앙과 맞선다. 단지 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카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황 속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준다. 피하고 싶어 도망치는 자, 남아 싸우는 자, 종교에 의지하는 자, 냉소로 일관하는 자, 자발적으로 나서는 자. 결국 정답은 없다. 하지만 카뮈는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저항, 부조리에 맞서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페스트는 철저히 이 문장 안에서 움직인다. 페스트가 몰려오는 도시에서, 시민보건대를 조직해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모습. 그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 묻게 된다. “나도 저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반항은 거창한 무기가 아니라, 무기력에 잠식당하지 않겠다는 작은 결단이라는 걸 이 소설은 보여준다.

 

코로나를 겪고, 다시 전쟁과 분열의 시대를 맞은 지금, 이 책은 단순히 고전문학이 아니다. 무뎌진 질문에 다시 감각을 불어넣는 경종이다. 특히 현대지성클래식의 명화와 함께 읽는판본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어우러져 우리가 쉽게 지나치던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다시 붙잡게 만든다. 삶과 죽음을 그린 뭉크, 클림트의 명화가 글의 여백을 채워주며 감정의 흐름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페스트는 말한다. 인간은 약하고, 어리석고,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희망은 거창한 구호나 영웅적인 행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라는 작은 연대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는, 서로를 지켜내려는 이 작은 마음에서 싹튼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묻고 싶어진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지 않을 용기가 내게 있을까? 가만히 이 문장을 떠올려본다. “혼자만의 행복은 부끄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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