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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존 R. 히빙, 케빈 B. 스미스, 존 R. 알포드
📙 오픈도어북스

정치적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의 배경에 ‘설득 불가능성’이라는 생물학적 전제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정치 성향이 후천적 신념이 아닌, 선천적 기질과 신경 반응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상대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건설적임을 강조한다.

정치 성향은 교육, 사회적 지위, 혹은 시대적 경험의 산물로만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생리적 반응, 뇌의 구조, 유전자의 배열이 정치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는 정치적 관점을 단순한 가치 선택이 아닌 인간 존재의 일부로 바라보게 만든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동일한 사안을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이는 정보 부족이나 논리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 패턴과 감정 반응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보수주의자는 위협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진보주의자는 새로움과 다양성에 높은 수용성을 보인다. 이는 정치가 논쟁이 아닌 구조적 다름의 표현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저자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을 병존하는 생존 전략으로 해석한다. 안정성과 변화는 모두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이며, 각 정치 성향은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진보가 없다면 사회는 경직되고, 보수가 없다면 혼란에 빠진다. 따라서 양 진영은 상호 견제와 균형의 존재로 기능해야 한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는 정치 성향의 유전적 기원을 설명하는 강력한 근거이다.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유사한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환경보다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개인의 신념이 곧 선택이라는 통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책은 유전적 영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을 간과하지 않는다.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환경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며, 경험은 특정 성향을 강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결국 정치 성향은 선천성과 후천성의 동적 균형 위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설득은 상대의 인지적 구조와 정서적 반응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기반 위에 구축된 정치 성향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더 실용적인 접근임을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적 공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 정치를 배경으로 서술되었지만,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에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세대, 계층, 지역별 갈등은 단순한 입장 차이가 아닌 인지적·심리적 성향의 충돌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 갈등을 해소하려면 표면적 이슈보다 근본적 차이를 직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단순히 정치에 참여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치적 성향을 타고나는 존재일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정치성이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전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인간 이해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준다.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정치적 갈등의 근원을 규명하는 동시에, 그 해법으로 ‘다름의 수용’을 제시한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구조의 차이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를 과학적으로 납득하게 함으로써, 보다 지혜로운 공동체로 나아갈 실마리를 제공한다. 꼭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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