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배 - 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팀 구텐베르크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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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구텐베르크 출판사(@gutenberg.pub)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만 바보 같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내가 했던 선택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감정에 휘둘려 실수할 때혹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그런데 가만 보면이런 어리석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바보들의 배는 바로 그런 인간 군상의 어리석음을 가감 없이 들춰내는 책이다이 책을 읽는 순간뜨끔하고 부끄러워질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땐 그저 중세 문학의 고전이려니 했다. 15세기 작품이라고 하니 왠지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의외로 술술 읽힌다게다가 이게 웬걸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가 이 배에 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책을 읽지는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자", "남을 쉽게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은 돌아보지 않는 자", "쾌락과 허영 속에서 현실을 외면하는 자"이들이 다 나 같은데작가는 몇백 년 전에 이런 사람들을 봤던 것일까아니면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바보들의 배는 바보들이 모인 배가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을 풍자하는 책이다여기 실린 바보들은 단순히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이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인간의 탐욕과 나약함을 낱낱이 보여준다특히 책이 놀라운 점은우리가 흔히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는 것이다나는 정말로 바보들의 배에 타고 있지 않은가책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이 계속해서 맴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풍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시대를 초월하는 문제의식을 던지기 때문이다. 15세기 독일에서 쓰인 책인데, 21세기인 지금도 너무나도 적절하다권력과 돈을 좇아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들남의 실패에서조차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들겉모습만 화려하게 꾸미려 하는 사람들이런 모습들이 낯설지 않다면우리 사회도 바보들의 배를 타고 떠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배에서 내릴 수 있을까저자는 말한다.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지혜의 시작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영웅적 결단이 아니라작은 자각과 변화일지도 모른다무작정 남을 따라가던 습관을 버리고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무분별하게 정보와 물건을 쌓아놓기보다정말 내 것이 되는 가치들을 찾는 노력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기보다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용기.

 

바보들의 배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책이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우리 시대에도 똑같은 바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아니어쩌면 그 바보가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남는다나는 이 배에서 내려올 준비가 되었는가바보로 남을 것인가아니면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한 걸음 나아갈 것인가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 책이 주는 묵직한 성찰을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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