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민음인 출판사(@pan.min_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등산이 단순한 취미지만어떤 이들에게는 생명을 건 도전이다에베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그곳을 오른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다하지만 1996그 도전이 열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바로 그날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책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이 과거에는 소수의 탐험가들에게만 허락된 도전이었다면이제는 돈만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이 책은 상업화된 등반이 가져온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이드의 도움으로 등정에 나서고체력이 부족한 이들이 산소 부족과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다결국자연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임을 증명하듯 인간을 가혹하게 심판했다.

 

정상을 앞둔 순간사람들은 돌아가라는 신호를 무시한다고소에서 움직일 힘이 남아 있더라도 결정력은 현저히 떨어진다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 "여기까지 왔는데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이 책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의 죄책감이다그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고그것이 누군가의 생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본다살아남은 자들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트라우마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이는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어떤 선택이든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에베레스트는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책을 읽다 보면 그곳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이 마치 자연 앞에서 허둥대는 나약한 존재처럼 보인다우리는 흔히 자연을 이긴다는 말을 하지만실상 자연은 언제든 인간을 가볍게 삼켜버릴 수 있다. 1996년 에베레스트의 폭풍은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등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등반은 도전과 성취의 과정이지만때로는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기도 하다돈을 내고 고급 레저를 경험하러 간 사람들에게도산을 사랑하는 순수한 등반가들에게도에베레스트는 가혹했다이 책은 단순한 재난 기록을 넘어우리가 진정으로 도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읽는 내내 눈앞에 에베레스트의 광경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뺨을 스치는 살을 에는 바람희박한 공기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느낌시야가 흐려지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공포까지하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덮고 난 후 남는 감정은 인간은 참 강하고도 약한 존재라는 깨달음이었다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와자연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단순한 산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다인간의 본성욕망도전 정신그리고 생존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탐구에 가깝다삶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상에 오르려 한다하지만 때로는 되돌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꼭 에베레스트가 아니더라도우리 각자의 삶에서 도전과 후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다.

 

#희박한공기속으로 #존크라카우어 #믿음인 #생존기록 #에세이 #등반 #산악인 #등산 #모험 #르포르타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에베레스트 #등산스타그램 #리커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