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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왕후
황천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메이킹북스 출판사 @_making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조선사는 정당한 명분 아래 왕권을 강화한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만약 그 모든 것이 미화된 이야기라면? 태종은 단순한 개혁 군주가 아니라, 자신의 불안과 자격지심을 왕권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은 아닐까? 『원경왕후』는 바로 이 의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원경’ 덕분에 원경왕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드라마에서는 태종과 함께 조선을 개창하는 현명한 왕비로 묘사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원경왕후는 단순한 내조의 여인이 아니라,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동생들을 잃으며 끝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인물이다. 역사적 사건은 같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는 태종 이방원을 조선을 튼튼하게 만든 왕으로 기억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느낌이 든다. 원경왕후의 시선에서 본 이방원은 잔인하고 자기 멋대로인 폭군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돈과 처가 식구까지 가차 없이 제거했고, 자신의 후궁들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욕망을 채웠다. 그가 원경왕후에게 "음참하고 교활하다"고 했던 말은 결국 자신의 본성을 투영한 것에 불과했다.

이야기는 원경왕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덕분에 조선 개국의 과정과 태종의 행적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웠던 ‘왕권 강화’가 사실은 한 인간의 두려움과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책은 바로 그런 시각을 제공한다.

작가는 조선이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이야기한다. 이방원은 자신만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혔고, 그 결과 조선은 군주의 사적인 감정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조선이 500년을 이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적인 체제였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원경왕후』는 소설이지만, 단순한 창작이 아니다. 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원경왕후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역사 이야기다. 그렇다고 딱딱한 역사책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정치적 암투, 배신, 사랑과 증오가 얽히며 긴장감을 높인다.

역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다. 『원경왕후』를 읽으면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역사적 사건들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배워왔을까?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조선 초기의 권력 싸움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역사적 사실과 새로운 해석 사이에서, 독자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된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당신이라면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 과연 원경왕후는 피해자였을까? 이방원은 정말로 조선을 위해 희생한 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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