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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천지수 지음 / 닥터지킬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의 삶에서 가장 믿고 싶은 건 무엇일까? 가족일까, 친구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기억일까? 하지만 그 믿음이 흔들린다면 우리는 무엇을 의지해야 할까? 박마리의 이야기에서 그런 두려움과 불안이 진하게 묻어난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모든 신뢰의 근원을 뒤흔드는 문제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누구나 살면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나를 믿어주던 사람, 내 기억 속의 진실, 나를 보호해줄 거라 여겼던 울타리들이 어느 순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마리가 겪는 혼란과 의심은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 이야기에 끌려 들어가며, 우리 또한 그런 불안감 속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리는 기억을 잃었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진실을 직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 책은 마리가 어떻게 기억을 쫓고 진실을 맞닥뜨리는지 그 치열한 과정을 따라가도록 만들어 준다. 독자는 마리와 함께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심과 단서 속에서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이 경험은 마치 우리의 삶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오르게 한다.
천지수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진실과 기억이라는 문제를 아주 정교하게 다룬다.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수상한 모습이 드러나며, 진실이란 것이 얼마나 불확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억이 진실을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작가의 경험과 내공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하여 더욱 신뢰감을 준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는 단순히 스릴을 넘어서, 인간 관계와 내면의 불안을 섬세하게 파헤친다. 사건의 생존자로서 마리가 겪는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더욱 깊어진다. 주변 인물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면서 독자는 진실의 파편을 쫓으며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단연 심리적 깊이와 몰입감에 있다. 천지수 작가의 정교한 심리 묘사와 구성은 독자에게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탐구하게 하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믿어야 할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가족, 친구, 내 기억 속 진실조차 믿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도 이 질문을 자신의 삶에 던져보게 된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무게감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는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리의 여정을 함께하며 독자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읽는 내내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이 책은 마리의 내면뿐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닥터지킬 출판사 @dr.jekyll_books 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