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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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나의 기억,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삶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질문이 자주 떠오른다.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나의 흔적이 바람처럼 사라질까 봐 불안한 사람들에게 이 책 최초의 아이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에스트릴트와 파리크가 사는 철기 시대는 현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지만, 그들이 겪는 감정과 열망은 여전히 우리와 닮아 있다. 누군가는 강해지길 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세상을 배우고자 한다. 나도 그들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적이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마음이 닿는다.

 

에스트릴트는 단순히 여성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최초의 전사가 되고자 한다. 파리크는 병약한 몸을 극복하고 누군가를 돕고자 결심한다. 이 두 아이가 보여주는 용기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규범을 깨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로이스 로리는 기억과 이야기가 단순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한다고 말한다. 에스트릴트와 파리크의 이야기는 철기 시대의 기억을 현대 독자에게 전하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의 뿌리를 상기시켜 준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초의 아이는 고고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독창적인 구성으로,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전하고 싶어졌다.

 

로리스 로리는 철기 시대의 미라에서 시작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낸다. 이 책의 구성은 역사와 소설, 수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치 독자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속으로 끌어들인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깊게 남는 이유는 단지 흥미로운 줄거리 때문만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우리 삶의 본질을 묻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람은 죽은 뒤에도 누군가가 그를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한다면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문장은 에스트릴트와 파리크의 삶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계속 이어가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시대와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대 독자와 감정적으로 깊게 연결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결국 기억과 이야기는 서로를 잇는 다리이며,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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