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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그거 있잖아?"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물건들인데, 정작 이름을 몰라서 당황했던 경험들. 《그거 사전》은 그런 우리 일상의 ‘그거’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 이름을 찾아주는 책이다. 피자 한가운데 꽂힌 삼발이부터 배낭에 달린 돼지코까지, 익숙하지만 낯선 물건들이 드디어 본래의 이름을 되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처음 책을 들고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름을 몰랐을까?’라는 자문이었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인데, 그 이름을 아는 게 이렇게나 적을 줄이야. 이 책은 단순히 이름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름이 가진 역사와 배경,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코드를 설명해준다. 일상에서 흔히 넘겼던 물건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 물건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람 이름을 알면 친밀해지듯, 물건도 그렇다. ‘귤 알맹이에 붙은 하얀 실 같은 그거’, 그게 바로 ‘귤락’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귤락을 뗄 때마다 이름을 부르게 된다. 귤락이라는 작은 실조차도 그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소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은 그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그 과정이 유쾌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재치와 유머가 곳곳에 스며있어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거’를 찾는 여정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친구들에게 퀴즈를 내며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금세 책에 빠져들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독서가 일상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챕터는 음식과 관련된 사물들이다. 카레를 담는 그릇이 ‘소스 보트’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이름을 알고 나니,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던 그릇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저 담는 역할을 넘어, 그 그릇이 만들어진 역사와 문화적 배경까지 이해하게 되니, 그릇 하나에 담긴 의미가 깊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은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더 넓혀준다.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그 물건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되새기게 된다.

《그거 사전》은 단순한 사전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물건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그 물건들이 왜 우리 곁에 있는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름 없는 물건들이 더 이상 ‘그거’로 남지 않고, 우리 일상 속에서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출판사(@influential_book)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