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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돈에 의해 사람이 놀아나고 모든 아름다운 존재들에 대해 값어치가 매겨져 가격표에 휘둘리게 되는 자본사회에 염증이 있었던 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제창자였던 마르크스에게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마르크스 입문서를 두 권 택했는데 그 중 한 권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원래 농부가 하고 싶었다가 별 수 없이 관련 회사에서 근무를 하였다. 그렇지만 그 회사는 부정과 비리가 판치는 공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회사는 영업실적과 이윤만을 최선의 가치로 추구하기에 불법적인 일도 쉽사리 저지르는 것이었다. 그런 활동에 신물이 난 주인공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아내와 고향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기로 한다. 빵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그는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빵집에서 16시간이나 되는 노동에 고생을 하며 마르크스가 정의한 자본사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지금의 정당한 휴식과 정당한 노동, 정당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장사를 하는 빵집이 탄생하게 된다. 그것이 진정한 경제의 순환이다.
균은 해로운 것이 아니다. 균은 생명력. 자연스러움을 표출하는 것. 너도나도 살자고 하는 것인데. 자연의 균형은 생명력을 탄생시켜내고 인공적인 것들을 배제시킨다. 그러한 자연의 원칙 속에서 작물의 생명력을 포착한 그는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빵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를 하여 그것들을 잘 이용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천연균을 통한 자연재배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강하게 하여 자연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지역의 경제도 이러한 자연의 섭리와 맞닿아있다. 타지의 자본을 끌어들이기위해,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지역의 활성화에, 순환과 발효에 초점을 맞추어 부패한 경제가 아닌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자고 말한다. 그것이 시골사회의 경제의 순환이고 삶의 순환인 것이다. 작은 마을 한 개체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 생명력 넘치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이 책을 쓴 작가이자 빵집 주인은 친환경빵, 자연적인 빵을 만들기 위해 직접 재배하고 제분기까지 들여놓으려하며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혼자서 해낸다. 그것이 기업의 경제에 뒤쳐지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자립적 지역경제의 활성방안인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물들을 항상 어떻게든 싼 값에 지불하려고만 해왔다. 이젠 한 상품에 깃들어 있는 노동자들의 땀방울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빵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고 지역경제의 순환구조와 사회의 흐름을 쉽게 설명해준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그걸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고른 책 치고는 마르크스와 얽힌 내용은 적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나는 그보다 더 값진 가르침을 얻은 것 같다. 자본론을 넘어서 한 지역의 경제의 구조가 더 큰 흐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사회의 문제들이 통찰되어진다. 경제보다 높은 층의 자연에 대해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자연을 보호하고 장인들의 기술들을 살려나가는 것. 뿌리를 이어나가는 것. 자본의 고리를 끊어내고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 그것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의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