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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 아이들 ㅣ 카르페디엠 3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교육소설인것 같다.또는 사회소설인가보다.34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으면서 나는, 불과 수년전만해도 TV에 나오는 학생연속극을 보며 통쾌해하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5세나이면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살금살금 불안하게 나를 조여오던 기성세대의 이미지가 이 글을 읽으면서 확연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중학생밖애(?) 안되는 일본학생들의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교육문제제기에 공감의 느낌보다는, 무섭다라는 느낌과 아 저정도면 선생노릇하기도 너무 힘들겠다라는, 나는 선생을 안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물론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틀렸다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이 서로 같이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수백년 수천년동안 전해내려오는 갈등의 장소라는 사실이 지금의 내게는 너무 버거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30명 내외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나로서도 , 날마다 겪는 갈등들이 학교에서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힘들게만 느껴진다. 서로가 나를 이해해달라는 아우성으로 점철된 공간이, 바로 현재의 모든 사회구석구석에 미쳐져 있는것 같다. 당연시해오던 것에 대한, 어리석은 질문 한마디를 던질수 없는 것이 지금의 모순을 가득 담은 사회인것 같다. 여기서 속도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는데, 우리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가 너무 느리다.
물론 그대로 하면, 자타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바람직하다라고 느끼는 것에 도달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속도가 너무 느려 그 결말을 미처 보지 못하고, 차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이란, 항상 문제만 가득 담은 것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이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애써 눈감아야 하는, 그리고 구겨진 자신의 자존심을 시간을 달래가며 잊어야 하는, 그러한 것도 현실이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도 바로 현실이란 말이다. 그 차선을 최선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도할수는 없는 것이다.
작금의 교육현실도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한다. 길게 보면, 그리고 그 시작과 끝을 내가 담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최선을 선택할수 있다. 하지만, 하루를 보내도 나에게는 책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며, 또 너무나 짧을 뿐이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그리고 아직 선생이 무언지 정립이 되지 않은 임시교사(?)-주인공은 진짜로 아내를 대신한 임시교사일수도 있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한번은 치열하게 고민해봤을, 그러나 차선을 선택했을 많은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야 말로 씁쓸한 책이다.나에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