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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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사회고발 및 정의를 실현하는 잡지(밀레니엄)의 기자이자 창간 멤버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슈퍼 블롬크비스트’로 통한다. 20년전 2년간 다섯 차례나 은행을 턴 무장 강도들을 검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네르스트룀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증거로 인해 역으로 고소당했고, 징역 3개월에 배상금 15만 크로나라는 형을 받게 된다.

 

징역형을 살게 된 후에 미카엘은 출소하게 되고, 대기업 총수인 헨리크 방예르가 사건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30년전 행방불명 된 자신의 손녀딸 하리에트 방예르를 찾아 달라는 것이다. 미카엘은 터무니없는 사건에 혀를 끌끌 차지만, 배상금 15만 크로나와 베네르스트룀에게 복수할 만한 자료를 넘겨 받을 조건으로 헨리크 방예르의 사건을 맡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점은, 낯선 스웨덴 지명과 방예르가의 복잡한 가족 구성원들이였다. 역자는 친절하게도 책 뒷면에 스웨덴의 대략적인 지명이 적힌 지도와 헨리크 방예르가의 가게도를 나타내 주었다. 물론 뒷부분에 주석이 있다는 점이 나름 불편이라고 하면 불편이지만 읽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실종전에 하리에트 방예르는 수수께기를 남긴다.

 

Magda - 32016

Sara - 32109

RJ - 30112

RL - 32027

Mari - 32018

 

이러한 수수께끼를 남기고 떠나는데, 미카엘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참 일품이다.

 

소설의 전개는 리스베트 살린데르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면서, 더욱 재밌어 진다. 과연, 여태까지 본 소설중에 이런 등장인물이 존재했었나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리스베트는 사회적으로는 ‘법적 무능력자’이나 실제로는 천재해커이며, Wasp로 통한다.

 

또한, 적대적 인수라는 ‘어떤 컴퓨터를 해커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상태’ 해킹 방식으로 미카엘에게 접근하고, 둘은 서로 만나게 된다. 리스베트는 든든한 미카엘에게 끌리게 되고, 살면서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리스베트는 미카엘이 위험에 처하는데 구해주며, 베네르스트룀에게 한방을 먹이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소설의 단점은 지나친, 성적인 묘사이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러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읽으면서 다음 편을 읽을까 말까하는 고민이 되지만, 계속해서 읽어가는 내 모습에 놀란다.

 

결국 800p 가 넘는 1부를 다 읽는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추천사를 남긴 이유가 있었다. 리스베트라는 매력적인 인물과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라는 정의로운 인물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와 책을 놓지 않게 만드는 전개는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단,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만 빼고..

 

http://blog.naver.com/young92022/22014615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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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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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로...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나 역시 어렸을 때는 세상의 중심이 ‘나’인줄 알았다. 소설에서만 봐도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 많다.

 

나 역시 마치 소설의 주인공처럼 세상이 나 발아래 놓여있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기간을 거치면서, 내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티끌하나만큼 안 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명의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 에세이란, 고백의 문학인 것 같다.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진정성 없이 단순히 글팔이를 위해 속이고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보통의 존재라는 책은 그래도, 진정성에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힐링팔이에 혈안이 된 작자들보다는 훨씬 낫다. 에세이란 글을 얼마나 잘 쓰냐 못 쓰냐가 중요한 분야가 아니다.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15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나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p39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

테 당한 걸 죄 없는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의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p110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p280

타인에 의해서 이처럼 쉽게 규정되어온 처지로서 한마디 하자면 뭐든지 단정 짓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누군가의 성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착한 사람, 이 사람은 못된 사람, 이렇게 이분적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저 사람은 착한 면도 있고 못된 구석도 있는 사람’ 같은 표현이 훨씬 더 정당하게 그 사람을 평가해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이지 착한 면밖에 없는 천사인 사람도 있을 테고 오로지 사악한 마음밖에 없는 악인도 있을 테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자신을 대표하는 본성과는 다른 모습을 자기 내면 어딘가에 조금씩은 감추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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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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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놀라운 시대야. 우리는 경이로운 시대에 살고 있어.”

 

기적의 세기라는 제목의 뜻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 같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종말에 가까워지는데 기적이라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처럼 반어적인 의미와 10대 소녀가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슬로잉 현상으로 인해 하루의 길이는 늘어난다. 하루가 30시간, 40시간 70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시간적 개념은 정말로 길어진다. 그만큼 지구의 자전속도가 점점 느려지지만, 주인공인 줄리아는 점점 더 성장해 간다.

 

소설에서 슬로잉 현상으로 인해 인류는 큰 혼란에 빠진다. 중력에 영향은 슬로잉 현상의 이전의 지구보다 더 커지고,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게 하며, 공을 멀리 차는게 힘들어졌고, 홈런타자들을 시험에 빠뜨렸다. 중력은 사람의 인체에도 영향을 주었고, 중력병이 여기저기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 무기력증, 피로감에 시달린다.

 

 

 

줄리아는 중력병과 슬로잉현상 자체를 걱정하기 보다는 친한 친구 해나를 못 만나게 되는 것과 첫사랑인 세스를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불행할까?

 

 

슬로잉 현상이 진행되면서, 세상은 분열해간다. 표준시간에 맞추어 살자는 클락 타임론자와 태양이 뜨고 지는 것에 생활을 맞춰 살자는 리얼 타임론자들로 분열된다. 그리고 충돌이 일어난다. 리얼 타임론자들과 클락 타임론자들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차별하려고 한다. 남과 나의 다른 점을 수용하지 못하며, 틀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리얼 타임론자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서케이디어라는 자신들의 정한 장소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꿈꾼다. 유토피아는 없는 장소라는 곳을 의미한다. 우리들은 이상향을 꿈꾼다.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길 원한다. 리얼 타임론자들이 꿈꾸는 세상을 무조건 비난해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분열된 사회속에서 줄리아네 집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의 중력병의 증세는 심해져 가고, 아버지는 실비아 선생님과 외도를 하고, 할아버지는 실종된다. 어린 줄리아에게 큰 혼란이 아닐 수 없다.

 

 

혼란 속에서 줄리아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세스가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 세스에 대한 사랑과 그의 따스함은 줄리아가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도와준다. 세상에 우리에게 이유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속에서 슬로잉 현상도 이유를 밝혀내려 했으나, 끝끝내 발견하지 못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문명이 진보하더라도, 이유를 모른 채 살아 가는게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사랑이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랑한 후에 그 대상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이유를 찾을까? 사랑하고나서 사랑하는 이유를 찾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닐까?

 

p46~p47

문득 아빠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병원에 있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아빠의 손을 통해 아기가 태어나고 있을지도 몰랐다. 수많은 밤 가운데 하필 오늘 밤 세상에 나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중략)......

 

“임산부가 죽었단다.”

“죽었다고요?”

 

......(중략)......

 

“아기는 어떻게 됐어요?”

“모르겠어.”

 

 

 

이 기적의 세기를 보지 못하고 죽은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야할까? 차라리 지구의 종말을 보지 않은 게 나을 것이라고 위로해주어야 할까? 아니면, 지구의 종말을 보더라도 살았어야 했더라고 해주어야하나.. 잘 모르겠다.

 

p68

그때는 중학생으로, 여름 한철 동안 아이들의 키는 7,8센티미터씩 쑥쑥 자랐고 밋밋한 가슴은 봉곳하게 솟아올랐으며 목소리는 깊고 낮아졌던 기적의 시기였다. 결점도 하나둘씩 나타났지만 이내 말끔히 고쳐졌다. 흐릿한 시력은 콘택트렌즈라는 마법을 통해 감쪽같이 교정되었다. 들쭉날쭉한 이도 교정기로 바로잡혔다. 피부의 점은 화학약품으로 없앨 수 있었다. 어떤 여자아이들은 몰라보게 예뻐졌다. 몇몇 남자아이들은 키가 자꾸만 커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79

“나가자!”

세스가 말했다. 그의 손에 붙잡힌 손목이 전기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했다. 가슴도 두근거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땀에 젖은 세스의 손이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p273

하지만 그날 내귀에는 세스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오후 내내 세스 모레노와 함께 있다니

 

 

p291

서케이디어는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도를 펼쳐 놓고 서케이디어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보자 공백으로 되어 있었다. 사막을 의미하는 베이지색으로 칠해져 있는 데다 살짝 접은 자국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공의 장소, 이를테면 상상의 나라나 누군가 꿈에서 가 보았다는 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서케이디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였다. 사막에서 2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면 무섭도록 비좁은 길이 나온다. 지도에 표시된 그 길은 막다른 길이지만, 그대로 계속 달리면 지도에는 아직 실리지 않은 새로운 비포장도로가 나오는데, 말하자면 그것이 서케이디어로 가는 길이었다.

 

 

p375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더 많았다. 슬로잉의 원인은 끝내 해명되지 않았다. 우리가 왜 고통을 겪었는지도 영원한 수수께기로 남았다.

 

 

p377

행복했던 시대를 돌이켜 보지 않으면 현재를 견디기가 쉬울까? 나한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몇 주 동안 해가 떠 있는 환한 밤이면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 그럴 때면 이런저런 생각 끝에 세스를 떠올리곤 한다.

 

<서평단으로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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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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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그가 살인자일리 없어...>

 

그래서 난 당신을 사랑하오.

좋아요 하지만 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게 될거요.

 

 

 

(줄거리)

소설은 여주인공인 사튀르닌이, 집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초호화 호텔 스위트룸 부럽지 않은 규모에, 비용까지 저렴한 방을 15명의 지원자를 재치고, 남주인공인 엘레미리오에게 단번에 뽑힌다.

 


좋은 집을 얻게 된 사튀르닌은 마냥 기분이 좋지는 않다. 지원자들이 하는 얘기에 마음이 뒤숭숭해졌기 때문이다. 15명의 지원자들 중에 실제로 집을 구하기 위해 온 사람은 없고, 절대로 외출을 하지 않는 돈 엘레미리오라는 작자가 궁금해서 찾아왔으며, 심지어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던 8명의 여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소리 소문 없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를 들어 살게 되는데, 엘레미리오는 절대로 암실로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금기를 둔다. 이미 지원자들의 얘기를 들은 사튀르닌의 눈에는 엘레미리오가 살인자로 보이며, 금기를 듣게 되자 더욱 의심이 증폭된다.

 


의심반걱정반으로 돈 엘레미리오와의 생활이 시작되고, 시작되자마자 돈 엘레미리오는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끊임없는 물질적인 공세와 의외의 섬세함에 사튀르닌은 사랑 앞에서 흔들리게 되고, 엘레미리오가 살인자인지 아닌지 추적하게 되는데...


(감상평)

문학에서 금기의 모티프는 항상 비극을 의미한다. 지옥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려 했으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 아내를 데려오지 못한 오르페우스나, 제우스의 금기를 어기고 상자를 열어버린 판도라처럼, 결국 사튀르닌도 암실에 들어가서 비극을 맞게 될 것인가 추측했다.

 


계속해서 소설을 읽어가면서, 나도 사튀르닌처럼 돈 엘레미리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 날리게 되면서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한 편견과 자신의 오만으로 한 사람을 제대로 알아가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까봐 사튀르닌의 시각이 아닌 제3자의 시각으로 소설을 읽어갔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전개는 나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사튀르닌이 금기를 깨뜨려서, 비극을 맞게 되거나, 엘레미리오가 살인자가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멜리 노통브는 금기의 모티프자체를 변형시켜 버렸다.

 


왜 항상 금기를 지켜야 하는 자가 금기를 깨뜨려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 금기를 설정한 자가 깨뜨릴 수는 없는 것인가라는 이러한 설정에 소설의 전개는 극에 달하고, 돈 엘레미리오는 자신이 설정한 금기를 깨뜨리고 만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 컷으로 담아 보려는 욕망은 사랑 앞에서 무너지고, 자신의 덫에 자신이 걸리고 만다.

 


소설에서 금과 노란색의 묘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돈 엘레미리오는 이러한 금과 노란색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러한 모습에 절대로 당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를 비판한다. 하지만, 사튀르닌은 최고급 샴페인과 호화로운 음식 등 돈 엘레미리오가 금과 노란색으로 묘사하는 것들에 넘어가게 되고, 작가는 이러한 모순을 꼬집는다. 과연, 남을 비판한다는 사람이 진정으로 남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상깊은구절

p105

사랑에 빠지는 건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현상이다. 첫눈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나마 설명이 크게 어렵지 않은 형식의 기적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그들이 이전에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시한폭탄처럼 나중에 찾아오는 벼락같은 사랑은 이성에 대한 가장 거대한 도전이다. 돈 엘리미리오는 사튀르닌이 계란 노른자와 금의 결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우리는 사튀르닌의 노여움을 이해할 수 있다. 고작 그런 걸로 사랑에 빠져? 사실, 돈 엘레미리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따지는 건 부질없는 짓이니까.

 

p107

사튀르닌은 밤새 스스로에게 찬반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상황을 부여하기 위해 입장을 바꿔 가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그 부조리한 일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뒤늦게 자신과 협상을 벌인다. 사튀르닌은 운 나쁘게도 수상쩍기 짝이 없는 남자에게 반해 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협상은 순탄치 않았고, 부질없었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으니까.

 

p113~p117

아무 관계도 없소. 그냥<대체하다>라는 말의 부조리를 강조하려고 그런거요. 인류 파탄의 기저에 그 대체의 개념이 있으니까.

 

....중략....

 

그건 내가 대체의 개념을 거부하기 때문이오. 보시오, 난 당신을 향한 사랑에 푹 빠졌소. 당신은 나의 아홉 번째 세 든 여자요. 당신은 앞선 여덟 명의 여자를 대체하지 않소. 난 지금도 계속 그들을 사랑하오. 사랑은 매번 새롭소. 매번 새로운 동사가 필요하겠지만, <사랑하다>라는 동사가 적절하오. 왜냐하면 모든 사랑에 공통된 긴장이 있고, 그 단어만이 유일하게 표현하니까.

 


 

<서평단으로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

 

http://blog.naver.com/young92022/22013298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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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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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엄마들을 위하여 -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내려가는 순간부터, 뒷골이 서늘했다. 일반적인 소설에서 화자가 "나"로 설정되어 있는데,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너"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처음부터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머니께 잘하라고 경고를 주는구나라고 단순히 생각만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의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항상 어머니를 어머니로만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막연히 그냥 어머니는 어머니구나,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했다.
 
어머니도 한 때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자식이였고, 아버지의 딸이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동생이였고, 학교에서는 학생이였고, 직장에서는 사원이였다. 하지만, 나는 나의 엄마로 밖에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 나의 엄마로..
 
어머니는 가끔 투정을 부리신다. 내가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가끔씩 어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게 서운하다고 하신다. 엄마는 그냥 엄마니까, 엄마라고 부르라고  왜 적응 안되게 어머니라고 부르냐고 하신다. 엄마에서 어머니로 호칭이 바뀌면,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않냐고, 당신은 어머니가 되는게 싫다고 하신다. 이러한 말씀에 나는 약간 놀랬다. 하긴, 엄마가 외할머니께 어머니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엄마가 그렇게 하신 뜻에는 깊은 이유가 담겨있을 줄 몰랐다. 엄마를 엄마로 부르는 이유에는 이토록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소설에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가 실종이 되고나서 가족들이 엄마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 나온다. 소중한 사람을 상실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막상 곁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왜일까? 늘 곁에서 나를 지켜주셨기에 그러한 고마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엄마는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비유를 이런식으로 밖에 못하지만, 정말로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명활동을 위해서는, 호흡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호흡에 있어서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깨닫지 못한다. 항상 대기에 일정량의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기라는 것이 사라지게 되면 어떨까? 우리는 죽음에 공포를 느낄것이고, 얼마 못버티고 죽을 것이다. 엄마는 그런 존재이다. 늘 우리 곁에서, 투정없이 우리를 위해 희생을 하시기에 우리는 그러한 고마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나도 늙어가고, 엄마도 점점 연로해지실 것이다. 그리고, 소설처럼 아프실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에게 잘해야 된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드리고,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드리는 것이 효도지, 다른 거창한 것이 효도가 아닐 것이다.
 
엄마는 항상 나의 안부를 물으셨다. 항상 먼저 묻는 것은 밥은 먹었니, 아픈 데는 없고? 라는 가장 중요한 물음이였다. 뒤늦게 돌아서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가사가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상실하고나서야 깨닫는 멍청한 짓은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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