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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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로...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나 역시 어렸을 때는 세상의 중심이 ‘나’인줄 알았다. 소설에서만 봐도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 많다.

 

나 역시 마치 소설의 주인공처럼 세상이 나 발아래 놓여있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기간을 거치면서, 내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티끌하나만큼 안 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명의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 에세이란, 고백의 문학인 것 같다.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진정성 없이 단순히 글팔이를 위해 속이고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보통의 존재라는 책은 그래도, 진정성에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힐링팔이에 혈안이 된 작자들보다는 훨씬 낫다. 에세이란 글을 얼마나 잘 쓰냐 못 쓰냐가 중요한 분야가 아니다.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15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나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p39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

테 당한 걸 죄 없는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의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p110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p280

타인에 의해서 이처럼 쉽게 규정되어온 처지로서 한마디 하자면 뭐든지 단정 짓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누군가의 성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착한 사람, 이 사람은 못된 사람, 이렇게 이분적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저 사람은 착한 면도 있고 못된 구석도 있는 사람’ 같은 표현이 훨씬 더 정당하게 그 사람을 평가해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이지 착한 면밖에 없는 천사인 사람도 있을 테고 오로지 사악한 마음밖에 없는 악인도 있을 테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자신을 대표하는 본성과는 다른 모습을 자기 내면 어딘가에 조금씩은 감추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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