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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100권의 책 - 역사를 만들어 낸 명작들을 한 권으로 읽는다
스코트 크리스찬슨.콜린 살터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을 보면 눈이 즐겁다. 기원전 2,800년대부터 기원후 2014년에 이르는 긴 시간 속에서 책들이 어떤 형태로 사람들에게 보여졌는지 그 흐름을 쭉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적인 책들의 표지와 내지의 이미지 전시회장을 갔다온 느낌도 든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흥미롭다. 이런 기획의 책들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책의 역사를 돌아보는 프로젝트는 각 시대마다 책과 역사, 세상을 연결시켜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살펴보는 기회가 되므로 반복적으로 진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최신 버전이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서양의 그리스, 라틴어 원전의 고전들, 그리고 동양의 논어나 손자병법 같은, 그다지 이견이 나올 수 없는 기라성 같은 고전들의 틈바구니 가운데서 처음 들어보거나 이런 책들도 세상을 바꾼 분기점이 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책들까지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마수트라의 경우 단순히 성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대한 지혜와 조언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은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주었고, 이솝 우화가 많은 지성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책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경우 현재 가장 뜨거운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자본과 노동, 분배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이라는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책 선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어서 좋았다. 신화, 문학, 과학, 일상, 미술, 식물학, 점자, 사전류, 경제, 어록 등 - 100권 밖에 담을 수 없는 분량의 한계 안에서도 장르와 내용, 동양과 서양, 제3세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헌자료 선정과 편집 노력이 돋보인다. 살림법과 육아, 요리 방법을 다룬 책까지 세상을 바꾼 문서의 범주에 들어가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책 하나를 두 페이지 안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로 깔끔하게, 최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추려 소개하는 방식이 읽을 때 피로감을 주지 않을 정도여서 읽기에 편했다.
책이 처음 발행되었을 때의 사진자료나 초판본 자료가 없는 경우 가장 오래된 판본들의 이미지들을 소개하여 눈길을 끈다. 이른 시기에 영어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이 보였는데, 지식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수임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해진 종잇조각에 불과해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류 지성의 정수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상상해보는 재미, 하나의 책을 통해 또 다른 책들과 저자들과와 특별한 아이디어를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오랜 과거와 현재- 그 사이를 잇는 빈 공간을 어느 정도 채워주는 만족감을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