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구두 - 전3권 세트
정연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또디같은 사람같으니, 우정이 밥먹여주나?"

또디는 이 만화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대부분 알듯이 작가 정연식의 출세작이다. 스포츠신문에 연재되었던 이 세줄짜리 카툰의 제목인 '또디'는 만화속 작가의 개 이름이다. 그리고 또디는 경상도 사투리로 '덜떨어진 이, 멍청이'를 뜻한다. (예문: 것도 모리나? 이 또디같은 자슥아~)

자신의 데뷔작에서 과감하게 사투리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연식에게 고향 경남은 각별하다. 뭐, 누가 안 그렇겠냐만. 그러니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인 '달빛구두'에서도 그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동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겹쳐보이는 것은 국민영화인 곽경택의 필생의 영화  '친구'이다.  그러고보면 '친구'와 이 '달빛구두'의 첫 부분은 매우 비슷하다. 범생이 주인공과 껄렁한 친구, 그들간의 고등학교 시절의 우정. 그리고, '친구'와 '달빛구두'가 또 한 번 겹쳐지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성대로,  성장한 친구들은 자신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말 없이 서로 이해할 뿐이다. 그리고 우정을 위해 자신의 상처를 군말 없이 감수한다.

글쎄다. 서울 출신인 나에게는 이런 정서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지역 남성들이 요즘 연애 관련 우스개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런 정서 탓이다. 내가 접한 상당수의 경상도 사람들도 안으로는 다정다감하면서 유난히 겉으로는 이렇게 표현을 꺼리는 걸 봤다. 그게 사나이답다고 생각해서일까.  적어도 남녀관계에서는 이런 모습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남자들간의 우정에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 그리 많은 말을 섞지 않고도 맺어진 친구들간의 우정이라면, '쪽팔려서라도'  아무리 세상이 험하고 중요한 걸 잃어도 배신할 수 없는 우정이다. 그래서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또 세상의 이익과 우정 사이에서 우정으로 기울어진다. 그걸 '훗까시'라고 쳐도 그렇게 쉽게 비웃을 수만은 없는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너무나 소중한 진실'을 수십년 간 감출 수 있는 힘이고, 이 만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을 기여코 감동시키고 만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만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이 정도만 언급하자.)

곽경택 감독은 '친구'의 마지막에서 이 우정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현실을 보라. 그건 우정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일갈한다. (그 진의조차도 사람들은 반대로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연식은 '여전히 우정은 현실을 뛰어넘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그가 키우는 개가 아닌 그 자신이 '또디'인지도 모르겠다.

이 또디의 홈페이지 대문(http://www.ddody.net/)에는 지금 '사랑의 내일을 믿는 당신께, 06년 가을'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맞다. 진짜 또디다.  요즘 이 각박한 세상에 무슨 사랑의(그리고 우정의) 내일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난 세상에 이런 또디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도 좀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나도 또디인가보다.

* 사족 : 출판사 이름을 보니, 출판사도 또디들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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