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zziquai 2집 - Color Your Soul
Clazziquai (클래지콰이)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들은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가지 않았다. 즉, 1집에서 성공했던 요인들을 그대로 다시 재활용하는 안일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성공요인이 뭘까?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 그러나 결코 트롯풍의 가요음계를 쓰지 않은- 와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리듬, 마지막으로 발랄한 보컬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Stepping out 이나 Gentle rain을 들 수 있겠다) 이다.

이 앨범은 일단 1집에 비해 무겁다. 멜로디는 더 가라앉아 있고 리듬파트는 1집에 비해 간결하고 댄서블한 베이스를 강조하고 있으며 호란의 보컬은 더 거칠어졌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어떤 곡(Come alive)은 클래지콰이의 곡이 아니라 롤러코스터의 최근 앨범들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리고 이전 앨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디스코(Fill this night)나 뿅뿅거리는 80년대 뉴웨이브풍의 곡(Be my love)도 있다. (이 곡에는 심지어 80년대를 풍미했던 말춤을 기억케 하는 말 울음소리마저 삽입되어 있다. 나같은 노땅들에게는 참 반가운 사운드이다 ^^)

그러면,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은 성공적인가? 가상한 노력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해 자꾸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집은 그야말로 넘쳐나는 아이디어들로 채워진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아이디어가 이미 상당부분 고갈된 상황에서 치열한 노력으로 만들어낸 앨범으로 보이는데, 음악은 아무리 노력해도 기찬 아이디어 하나를 이길 수 없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아마데우스'를 보라)

1집이 보사노바 정도를 빼면 어떠한 음악장르로 딱히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들로 대부분의 곡들을 채워넣었다면, 이번 앨범의 곡들은 비교적 정통적인 장르에 가깝다. 모르겠다. 클래지콰이는 이런 시도를 곡의 충실도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결국 아이디어의 고갈로 나온 결과라고 보고 싶다. (서태지의 최근 앨범들도 비슷한 결과로 생각된다. 예전의 그의 앨범들이 평론가들을 당혹케 만드는 다양한 사운드로 채워졌다면 최근의 앨범들은 너무나 '전형적인' 음악들로 채워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다른 한국 뮤지션들이 따라갈 수 없는 클래지콰이만의 세련된 사운드메이킹이나 뽕끼를 싹 뺀 담백한 멜로디라인은 여전하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여전히 한국의 그저그런 댄스앨범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며, 이들이 해석한 디스코나 펑크, 뉴 웨이브는 그 본질을 제대로 짚고 있다. 이들의 장기였던 보사노바 리듬의 곡들도 여전히 탁월하고, '춤' 같은 발라드는 1집보다 분명히 진일보했다고 본다.

흔히 말하는 소포모어 징크스일까? 아니다. 보통 소포모어 징크스는 안일하게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려 하다가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들은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그 노력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이들에겐 처절한 고뇌보다는 긴 휴식을 통한 아이디어 재충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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