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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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자히르 - 코엘료, 또 하나의 거품이구나

(영어판을 읽은 서평입니다만, 아무래도 더 많은 분들이 보실 한국어판에 서평을 올립니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가 한국에서 떴을 때,  좀 궁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어공부도 할 겸 (사실 포르투칼어로 글쓰는 작가 소설을 영어로 읽는다는 것이 넌센스겠지만) "The Zahir"를 샀답니다.

잡담인데, 영어판 제목은  "
" 자히르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건지 찾아보니 포르투칼어 원서는 못 찾았습니다만, 스페인어판이  "
" 자히르인걸 보니, 이 쪽이 맞는 듯 싶습니다. 하여간에, 제 감상을 말씀드리면...

"
", 끔찍해라. 최근 년간 읽은 소설 중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데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사변 늘어놓기(요즘 이문열이 재미들인)더군요. 그나마도 깊이있는 사유에 바탕한 것도 아녜요. 지금 한 절반까지 읽었는데, 도저히 더는 못 읽겠습니다.
(절대 영어로 읽기가 귀찮아서는 아닙니다. ^^; 원문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영역판은 아주 간단한 단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단어도 매우 쉽습니다. 요즘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어 보입니다)

이야기는 뻔하디 뻔한데 계속 반복되는 대화들로 줄줄 이야기를 늘여가고 있는 것이 초짜에게도 보입니다. 스토리도 전체가 우화 내지는 잠언인 셈인데,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냥 이겁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고생해봐야 얻어진다. 쉽게 살면 잊혀지는 거다"
(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신분상승에 성공한 이들이 인터뷰마다 늘어놓는 뻔하디 뻔한 레파토리 아닙니까?)

그러니까, 코엘료가 왜 이 이야기를 썼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자기가 쉽게 살고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소설속의 작가는 자기 자신이겠죠. 젊은 시절에 고생하면서 얻은 체험으로 나오는 소설이 아주 유명해졌고, 그 이후엔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적당히 쓰다 보니, 이젠 더 할 이야기가 없어져버린...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정말 소설 속 에스테르(영문판에서는 에스더로 읽힙니다만...원어상 이 이름이 맞겠죠)처럼 전쟁터로 나가거나, 순례를 나선다던가 하는 새로운 체험으로 돌파구를 만들면 모를까, 이게 뭡니까? 차라리 펜을 꺾지.

저도 제 주변부터 시작해 이런 작가들- 제도권에 편입해버린-많이 봤습니다.(특히 젊은 시절의 강렬한 체험으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전후세대의 작가들이 이런 경우가 많죠) 다시 시작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양심적으로  펜을 놓더군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나태함을 벌거벗기면서 또 태작 하나를 내놓는 건 첨 봤습니다.
(본인이야 초심으로 돌아가서 쓴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하여간에, 책을 덮습니다. 이 책과 '연금술사' (맨 첫장과 맨 뒷장만 보면 더 볼 필요가 없었던)밖에 코엘료의 작품은 안읽어봤지만, ™D부르게 판단 내리기에는...

이 작가는 또 하나의 거품이고, 그럼에도 (잘난 척 한다는 말 듣기 딱 좋은 말이지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고, 영적인 것 강조하고, 글은 쉽고,이야기는 단순하고, 우화같고, 짧고...읽고나면 공연히 뭔가 깨달은 것 같고... 팔리기 딱 좋은 책이죠.

*재미있는 것이, 여기 알라딘이건, YES24이건 초반에는 저같은 악평들이 대세인데, 나중으로 갈수록 호평들로 채워지는 경향이...혹시 영화판의 '알바'악몽이 여기서까지 재현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노파심에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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