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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호텔 캘리포니아
김진태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박상우의 '호텔 캘리포니아'와 김미진의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에 간다' 에 이어 우리는 또 하나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가지게 되었다. 바로 김진태의 만화 '호텔 캘리포니아' !!! 단 배경은 무시무시한 교도소란 걸 유념할 것. 그러나 호텔 캘리포니아란 별명답게 콜린 교도소는 '정성껏 보살피며 따뜻하게 교정한다' 는 모토 아래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아~~ 정녕 따라 들어가고 싶지 않은가~~

오늘 하릴없이 서재질을 하다 우연히 집사님이란 분이 올린 리뷰를 읽고 맛보기로 찔끔찔끔 보다 궁금증을 못 참고 씨티문고로 달려가서 가지고 왔다. 오래전 순정만화 월간지에 연재된 '체리체리 고고' 를 시작으로 김진태를 꽤 좋아라 하고는 있지만, 이 깜찍한 감옥 만화에 이끌린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만화 전편에 흐르고 있는 음악 때문이다.
당시 그 잡지에 실린 김진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기가 죽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시디를 소장하고 있는 음악 애호가시더라. 그리고 그 수많은 장르 중에서 독특하게도 레게와 글램락 매니아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때만해도 그런 이상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암튼 1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만화는 각각 주옥같은 컨트리 송과 올드팝을 제목으로 하고 있다. 1장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부터 2장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Take Me Home Country Road 그리고 6장 테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 등등.. 누구나 알고 있는 명곡부터 조금 생소한 노래까지 음악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해준다.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존 덴버의 노래를 흘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Take Me Home Country Road.. To The Place.. I' Will Be Long..

자, 오래 기다렸다. 이제 주인공을 소개하겠다. 그 이름도 의미심장한 달라스 웨스트코스트!!! 손가락으로 누르면 3초 안에 뇌가 파열되는 2000년 전통의 북두관자 찌르기 전승자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다 엉뚱한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감옥 '호텔 캘리포니아'에 들어온다. 그러나 만화가 시작되면 아버지의 원수 어쩌구 저쩌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조인공으로 전락한다. 이 인간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내가 아주 이뻐라하는 콜린 교도소 소장 알버트 하우스만. 감옥의 사내방송을 직접 담당하는데 백인의 상징 컨트리 음악만을 줄기차게 틀어댄다.

그러다 달라스 웨스트코스트가 소장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이들의 관계는????

그리고 달라스 웨스트코스트의 룸메이트 스티브. 얼굴을 보면서 내내 스티브 부세미를 닮았다 생각했는데 역시 이름하여 스티브 수세미다. 아주 성질이 그지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감옥 영화를 보면 나오는 여러 유형의 인물등이 등장하는데 홉킨스 박사 역시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뒤마 소설에 나오는 '철가면'이 연상되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흑흑..

그리고 역시 감옥 영화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애완동물 애호가. 이 밖에도 도서관 마니아, 사이비 종교 지도자 등 양념같은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데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는..

바로 투팍, 나스, DMX와 같은 레벨로 비트박스를 하며 흑인의 프라이드를 지키고자 고군부투하는 두 명의 힙합퍼다. 힙합에 죽고 힙합에 사는 이 두 인간의 정치적인 구호가 어찌나 웃긴지.. 뭐 이런 식이다. '라스파타리어니즘 만세! 아파르트헤이트 타도!' 역시 단순지식과격하다는 이유로 내가 이뻐라 하는 인간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캐릭터가 하나 있다면 콜린 교도소 부소장이신 제이슨 도너번 박사로, 교도소 내의 보건과 죄수들의 심리 상담은 물론, 죄수들을 신약개발 연구를 위한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는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나는 너무 똑똑해서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를 아주 좋아라 하는데 (실생활에서는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이 만화에선 너무 쪼금 나와서 섭섭하다. 사진도 흐릿하게 나왔구나 잇힝~~

그리고 마지막 뽀너스!!! 만화를 다 본 다음 알버트 하우스만 소장이 직접 선곡한 '컨트리 러브 송 컴필레이션 선곡표'를 참고하여 주옥같은 컨트리 명곡들을 들으며 만화가 남긴 애틋한(?) 여운을 만끽해보자. 그런데 몰라서 묻는 건데 만화는 포토리뷰를 올리면 안 되는 건가요?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