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암호 -상
그레이엄 핸콕 / 까치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항료전쟁' 으로 유명한 가일스 밀턴의 선배라고 할만한 그레이엄 핸콕의 논픽션 역사 추리물로 19
97년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2004년 현재까지 4쇄를 찍었다. 현재 각각 10.000원.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이스라엘-이집트-에티오피아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성서에서 사라진 성궤를 추적했는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비교적 오래 전에 나온 이 책에 뒤늦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딴지일보에 연재중인 이 글을 읽으면서부터인데 바로 '파토의 유럽이야기-프리메이슨 그들은 누구인가' 로 여기서 이 베스트셀러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레이더스'의 인디아나 존스처럼 성궤를 찾는다고? 레이더스의 팬인 나로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튼 홍해를 가르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끄는 모세가 어느날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성궤,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승승장구하게 도와준 성궤, 그 귀중한 성궤가 무사히 성전에 안착된 솔로몬 시대 이후로 성서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우리의 족보처럼 집요하게 유대민족의 족보를 기록해 온 파파라치나 다름없는 성서가 그 소중한 걸 잃어버렸는데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잃어버렸는지도 기록하지 않는다니. 뭔가 그 이면에는 음모가 감춰진 게 분명하지 않는가.

그리하여 그레이엄 핸콕은 사라진 언약궤를 찾아나서는데 에티오피아 민간전승에 따르면 솔로몬과 시바여왕이 낳은 아들이 성궤를 훔쳐 에티오피아로 도망쳤다는거다. 에티오피아의 변방 악숨에선 지금까지 성궤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팀카트 축제가 행해지는데 과연 그들 말대로 에티오피아가 언약궤를 가진 것일까. 그러나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시기상 맞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두가지가 또 있는데 바로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프랑스 샤르트르 성당과 십자군의 템플 기사단에서 출발한 프리메이슨 단원이다. 어느날 갑자기 그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뛰어난 고딕양식이 출현하는데 그 결과물이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이다. 어떻게 한순간에 건축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 대성당을 지은 사람이 바로 프리메이슨 단원인데 그들은 십자군 원정으로 예루살렘 성지를 정복한 템플 기사단의 후발주자로 그 성전에서 어떤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 지혜가 바로 건축기술로 그렇다면 그 뛰어난 건축기술은 어디에서 왔을까.

역사상 갑자기 나타난 건축물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집트다. 그런데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성궤를 하느님에게 받았다는 모세는 그 이집트에서 지금으로 말하자면 마법사와 같은 지위에 있던 신관이었다는 거다.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성궤에서 신적인 요소를 빼버린다면 그 기적을 행하는 물건은 어쩌면 마법사가 만들어낸 '가공할만한 기계'가 아니었을까. 모세는 이집트에서 그 기계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집트에선 어떻게 갑자기 문명이 출현하게 된걸까. 여기서 저자는 상당히 비약하여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사라진 아틀란티스 문명을 가지고 오는데 아틀란티스 섬이 가라앉으면서 그 생존자들이
이집트에 정착해 그 미개한 땅에 문명을 가져왔다는 거다. 아마도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그 문명의 중요한 비밀들을 후계자들에게만 몰래 알려주는 방식을 택했을테고 그 후계자들은 그 비밀들로 마법사 신분을 얻었을 것이다. 모세 역시 왕실에서 그 비밀들을 배웠을 것이고 불평이 많은 사람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파워를 보여줘야 반항을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날 산으로 올라가 '언약궤'라는 기계를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게 신으로부터 받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성궤를 찾아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지금은 회교성당으로 바뀐 이스라엘의 성전으로 다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로 추적해가는 와중에 계속해서 프리메이슨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연 프리메이슨이 성궤를 찾는 과정에서 계속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마지막으로 그레이엄 핸콕이 목숨을 걸고 들어간 악숨의 팀카트 행사에서 성궤는 일반인에게 공개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짜 성궤밖에 보지 못하는 것으로 이 흥미진진한 성궤 추적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러나 그레이엄 핸콕에 따르면 성궤가 전쟁중에 부서졌거나 다른 곳에 묻혀있다는 반대 증거 역시 빈약하기 때문에 악숨에 있다는 에티오피아인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일 역시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상당한 증거자료들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레이엄 핸콕의 주장이 틀렸다고 해도 (미심쩍긴 하다) 사람들은 성궤를 찾는 추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레이엄 핸콕 이전에도 수많은 성궤 추적들이 있었고 그 배후에는 프리메이슨 일당들이 있었다
그 이전에 템플 기사단 역시 십자군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에서 성궤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과연 도대체 성궤가 뭐길래 미친 사람이란 소리까지 들으며 사람들은 성궤를 찾아헤매는 것일까.

성서에서 시작해 T.S 엘리어트의 서사시 '황무지'의 한 구절로 끝을 맺는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암호' 상/하권은 사라진 성궤를 찾는 여정이 단순한 보물찾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이집트 문명, 그 이전의 아틀란티스 문명,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을지 모를 인류의 문명을 찾는 여정이며 바로 그 잃어버린 문명은 '지혜'다. 사람들은 갈급한 마음으로 그 '진리'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그 진리는 '신의 암호'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신의 암호'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또 있는데 바로 그레이엄 핸콕이 성궤를 찾아 악숨으로 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야망때문에 에티오피아의 정부와 결탁했던 지난 10년을 반성하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았던 에티오피아 대통령과 그 정부에 호의를 가졌던 사실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반군이 가지고 온 평화에 반성과 후회를 보인 것이다. 그레이엄 핸콕이 용기있게 반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예술가나 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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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책은 어디서 굴러다니는데, 님의 글을 보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동하네요ご,.ご

히나 2004-10-2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행이 한참 지난 다음에 읽었는데 넘 재밌었답니다 함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