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이 책은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오면~~'
이 노래가 저절로 떠오르는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 동화이다.
원작이라고 하길래 만화와 같은 내용인 줄 알았는데, 모티브로 했을뿐이라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설정만 같은 뿐, 철이도 메텔도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조반니. 조반니네 집은 가난한 편이며 집에 병든 어머니가 계시다.
그렇다고 소년가장은 아니다. 아버지도 계시니까.
그런 조반니를 친구들은 놀리거나 따돌리며 괴롭힌다.
조반니에겐 절친 캄파넬라가 있는데 조반니가 따돌리는 친구들때문에 힘들어하면 위로하고 도와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조반니는 은하수 축제에 갔다가 갑자기 은하철도에 탑승하게 된다.
그것도 캄파넬라와 함께.
둘은 우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도 나누고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여행이 끝나고 그들은 종착역인 남십자성에 내린다.
그 후 갑자기 캄파넬라는 사라지고 조반니는 꿈에서 깨어난다.
이 멋진 여행이 모두 꿈이라니..
당황스런 결말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아직 당황스러움이 하나 더 남았다.
우주여행이라는 멋진 꿈에서 깨어난 조반니에게 정말 슬픈 소식이 들려온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에게 한번 더 뒷통수를 치는 결말이다.
그 부분을 읽는 나도 기가 막힌 상황이라 할말을 잃었는데, 조반니의 심정은 어떠할까?
새드 엔딩이 아니길 바랬는데....슬프다. 먹먹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잔잔한 이야기가 어느 덧 내 마음 속을 잔뜩 적셔놓았다.
이 책은 필사책이다.
왼쪽엔 일어로 된 이야기와 번역본이, 오른편엔 필사를 할 수 있는 선이 그어져 있다.
선은 넓은 편이지만 빼곡한 한자어와 일어가 섞인 문장을 다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는데, 문장이 길어도 다 쓸 수 있다. 왜냐하면 1~2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샤프도 잡아보고 필사도 해보니 참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설레인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만화의 원작이라는 생각에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필사하면서 읽느라 시간은 좀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서인지 몰라도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여행을 하는 곳들이 저절로 상상이 되어 더 재미있다.
어느 덧 나도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우리를 설레게 했던 '은하철도999'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은하철도의 밤'을 강추한다.
철이와 메텔은 없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