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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안 하는 게 더 힘들어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43
야마모토 에쓰코 지음, 사토 마키코 그림,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6년 10월
평점 :
나는 어릴 때 아파서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고 숙제를 모두 해갔다.
담임선생님이 모두 남자선생님이고, 모두 무서웠던 터라 숙제를 꼬박꼬박 다 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초등 남자아이들은 그게 잘 안된다고 한다.
여자아이들과는 달라서 숙제를 까먹는게 정상이라는 교육관련 책을 읽고 황당하면서도 이해가 안 갔다.
혼나면서도 어떻게 숙제를 안 할 수가 있지?
"숙제 안하는 게 더 힘들어"에 나오는 유스케도 그런 아이이다.
숙제를 깜박깜박하는 남자아이.
유스케는 선생님께 숙제 안한 이유를 거짓으로 지어내다 선생님께 들킨다.
선생님은 거짓말을 하려면 그럴 듯하게 듣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날부터 유스케는 숙제를 하기 싫어 숙제 안한 이유를 그럴듯하게 지어낸다.
결과는 통과.
숙제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이야기 지어내는 데는 몇 시간이나 걸린다.
유스케의 거짓말을 읽는 동안 어른인 나는 저걸 생각하는 시간에 숙제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극히 어른의 입장에서.
유스케의 행동을 보고 반 친구들이 하나둘 숙제를 안해온다.
이유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지어내는 데 황당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릴레이처럼 순서를 정해 숙제를 안해온다.
그러다 숙제를 안한 이유를 지어낼 소재가 다 떨어진다.
어느 순간 숙제 안하기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어 다가온다.
제목처럼 숙제 안하는 게 더 힘들다고 깨닫게 된다.
보통 숙제를 안해오면 선생님이 혼내는데 유스케의 담임선생님은 참 현명한 것 같다.
혼내기보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아이들의 거짓말을 지어내는 동안 말하는 아이. 듣는 아이 모두 그 시간이 즐거워지고
결국엔 스스로 깨닫게 된다. 숙제 안하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숙제를 안 해올 수 없게 만드니까.
서로 기분 안 상하고, 선생님은 아이들이 숙제를 하게 만든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숙제 안 해오는 아이때문에 고민인 초등교사나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