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불가코프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서 번역을 도맡아 해온 조영일. 한국 문단문학에 대한 그의 비판은 매섭고도 통쾌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서슬퍼런 문장에 나는 그가 왠지 장년층 투사의 몽타주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지원에서 처음 그의 강연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ㅋㅋ) 창비와 문학동네의 야합, 황석영과 신경숙의 지극히 문학적인 통속성, 장편소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문단문학의 종언, '국가와의 긴장감'을 상실한 문인들, 소외된 자들을 착취해서 고프지도 않은 배를 불리는 한국문단의 자기기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론 같지 않은 평론'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 정여울. 하지만 그 어떤 비평보다도 나에게 많은 의미를 생산케 했다. <다지원> 강연에서 그 차분한 목소리를 익히 들어서인지 읽는다기보다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무리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가라타니 고진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반성, 그리고 문학의 언저리에 발딛고 있는 자의 고뇌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녀를 통해 알게된 김애란, 한유주, 윤성희의 작품들은 소설에 무심하고도 냉소적이었던 내게 선물과도 같은 위안이었다.
<88만원 세대>에게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저자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출판에 즈음하여 열린 연세대 강연에서 명랑 경제학자 우석훈이 보여준 긍정의 힘이 책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쯤의 시장을 맹렬히 공격하는 기업의 마케팅 속에서 그저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20대에게 우석훈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만큼의 위력을 드러낼지는 (나는 아직 20대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했으므로...) 아직 모르지만, 그의 외침 때문에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내가 20대에 대한 연대를 꿈꾸게 됐으므로 그것만으로도 20대에게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희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