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조그만 회사에서 난 제일 나이가 많은 여자다.나 말고도 나보다 나이 적은 여직원이 3명이다.모두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다.그런데도 커피자판기 옆의 티스푼을 넣는 물넣은 컵을 닦는 사람은 나다.분리수거 정리하는 사람도 나다. 손님 테이블을 정리하는 것도 나다. 바닦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도 나다.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가방끈이 짧아서일까? 것도 아니다. 나도 배울만큼 아니 더많이 배웠다.
그런데 왜 다 내가 할까? 그건 다른 사람들이 안해서이다. 회사 전체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것은 고맙게도 항상 다른 남직원이다. 회사에 걸려오는 전화의 반이 나한테 걸려오는 일이라 내가 자리에 앉아 있을때 울리는 전화는 내가 다 받는다.그렇지만 항상 자리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없을때 울리는 전화의 80%이상은 아까의 고마운 남직원이 대신 받아준다. 다른 여직원들은 그 남직원도 자리에 없을때만 받는다.
요즘 회사가 바쁜일이 있어서 모두들 정신이 없다. 난 그 일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서 그일로는 별로 안 바쁘지만, 내 일이 아침시간에 좀 바쁜 편이고, 월말 월초인지라 나도 좀 바빴다. 사장님이 무언가를 급하게 부탁하셔서 나도 내일이 아니지만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남직원이 같이 했다.옆에서 사장님도 도왔다.다른 여직원들은 저도 같이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지도 않고 자기 일만 한다. 바쁜 건 알지만 기분이 참 그랬다. 사장님도 옆에서 돕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어떻게 그냥 앉아있을수 있을까? 물어 본다고 내가 같이 하라고 하지도 않았겠지만...
요 몇일 커피 심부름에 대한 글이 몇번 올라와서 나도 열받아서 몇자 적는다. 다른 회사 여직원들도 온통 공주들만 있는지...내가 이삼실에서 거의 고참급에 속하지만, 난 여직원들에게 이러저러한 일을 해달라고 한번도 부탁한 적이 없다.그저 내가 하는 걸 보고 자기들도 조금씩 자신의 일을, 사무실에서 서로 더불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했으면 했고, 또 그들이 충분히 그런 것을 알 정도로 배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것은 학식이나 지식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품성이라고 결론내렸다.
친구에게 이 일을 말해주었더니 처음부터 확 못 잡은 내가 잘못이란다. 사람이 강아지도 아니고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스러운거다. 친구말이 일이 이지경까지 왔으면 너한테 잡힐 사람들도 아니니까 그냥 맘좋은 사람 노릇이나 계속 하라는 거다.그리고 자기 열받으니까 자기한테 이런 말 더이상 하지 말란다..
이래저래 나도 열받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