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였다. 선배 언니들과 동기들과 홍대앞 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신 일이 있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술을 많이 마신 후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한 언니가 울면서 먼저 간 동생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선배언니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능이 낮았던 동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동생이 먼저 떠난 후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가끔씩 동생이 미웠다고, 그 맘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 혼자 힘든 일을 겪었겠구나 싶어서 맘이 안 좋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선배 언니도 그 언니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같이 울면서 한 말이 "니들은 몰라. 가족을 잃는다는게 어떤 건지. 동생이 먼저 가버리면 어떤 심정인지.."
이 언니도 어릴때 물놀이 갔다가 사고로 여동생을 잃었던 것이다. 몇년을 같이 다녔는데도 몇번을 같이 술을 마셨는데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그렇게 선배 언니둘은 서로를 붙잡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었다.
그때는 몰랐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그게 어떤 아픔인지를...
아버지가 떠나 가신 후-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나와 같은 친구들이 꽤 있다- 가끔 친구들에게 묻는다. 가족에게도 한번도 묻지 못한 말 "가끔 아버지 생각나니? 난 요즘도 문득문득 아빠가 그립다" 울 아빠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물에 기름처럼 식구들안에서 겉돌면서.
지난 휴가 기간에 92년도쯤에 아빠 운전기사였던 의경을 13년만에 만났다. 특이하게도 몇년전까지 전화로 안부를 묻던 사이라 작정을 했다고 할까 겸사겸사 먼저 연락을 하고 동생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알던 아빠는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분이셨는데, 그 의경이 말하는 아빠는 농담도 잘 하시고 다정다감 하신 분이었다. 가끔 용돈도 찔러 주시고, 무슨 일 있으면 챙겨주시고.. 아빠가 참 고마웠다고 지금도 말한다. 난 그 의경이 고맙다. 데면데면한 자식들대신에 싹싹하게 아빠한테 잘 해주고 지금도 기억해줘서 .... 이 말을 미쳐 못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