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헌금한게 노사모였어. 얼마안 되는 돈이었지만, 그때는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보장 조차도 없었지만 보내고 나서 내자신이 뿌듯했었지. 맘 졸이며 개표방송을 보면서, 혹시 혹시 정말 진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다가 정말 당선이 확정되자 믿어지지 않게 기뻤어. DJ때는 드디어 대통령이 되었구나 하면서 안도하는 맘이 컸다면 노무현때는 와 어떻게 정말 당선이 되었네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열배는 더 컸을거야. 노무현을 뽑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졌고, 정말 무언가를 바꿀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들떴었어.
내가 한번 믿은 사람에게는 바보처럼 계속 믿고 좀처럼 맘 변하지 못하는 미련퉁이라서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욕하고 떠나갈때도 , 난 정말 온정주의에 물들어 있나봐라고 스스로를 비난할 지언정 그의 곁에서 서성이고 있었어. 차마 난 아직도 그를 믿고 있다고 말하면 너 정말 미련하구나라는 말을 사람들이 할까봐, 해태타이거즈를 응원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분 표현대로 하자면 모진 백성 만나서 벼락맞은 것은 바로 그분이었어.너무 모진 국민을 만나서 , 이제야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있게 된 모질고 아둔한 백성을 만난거지. 사람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어. 잊지말자고, 오늘의 일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근데 난 분노도 안 나와. 이럴줄 몰랐었나 정말..진짜 이럴줄 몰랐을까? 물론 잊지 않을거야 .어떻게 잊을 수 있어..
그저 이것저것 분석하고 따지지 않고 나랑 같이 울분을 떠뜨려줄 사람이 옆에 없는게 좀 아쉽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MB욕이나 해대면서 막걸리잔을 같이 기울일 그런 사람말야.
대한문앞에도 못 갔지만 언젠가 봉하마을의 그 조그마한 비석앞에 가서 노란 국화꽃 한송이와 소주 한잔과 담배 한개피를 드리고 올거야.할 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다.
내일은 또 어떤 치욕스런 사건들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