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쯤일때 , 크리스마스며 생일에 무관심한 엄마가 어린 마음에 많이 야속했었다.크리스마스날 아침 혹시나 머리맡에 선물이 있을까 기대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서 실망해던 적이 두어번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난 크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항상 빨간색 선물박스를 준비해둬야지 했지만만만만만.........
어느덧 내가 그런 나이가 되자,지금에서야 엄마의 무심이 이해가 되고 있다.도무지 크리스마스가 오는지 새해가 가는지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몇년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잠시 들떠서 크리스마스 카드도 고르며, 나에게 줄 선물도 고르며 연말기분을 내는 시늉이라도 했지만,작년에는 재야의 종소리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잠자리로 고고씽하고 말았다.
올해 생일에는 내 생일인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생일 전날 저녁 준비한다며 북어국을 한솥 끓여놓자 엄마와 동생이 낼 미역국은?하고 되물을 정도였으니....
몸이 늙는것처럼 마음도 늙어갔으면 하고 바랬지만, 이렇게 무슨 날에 대해서도 무심해지는 나를 보니 좀 슬프다.세상사 달관한것도 아닌데...여전히 작은 일에 부르르 떨며 팔랑귀를 펄럭이면 조삼모사하는 원숭이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데,그래도 나이를 먹는다는게 조금은 슬펐던, 내가 이렇게 무심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 연말연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