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쯤일때 , 크리스마스며 생일에 무관심한 엄마가 어린 마음에 많이 야속했었다.크리스마스날 아침 혹시나 머리맡에 선물이 있을까 기대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서 실망해던 적이 두어번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난 크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항상 빨간색 선물박스를 준비해둬야지 했지만만만만만......... 

어느덧 내가 그런 나이가 되자,지금에서야 엄마의 무심이 이해가 되고 있다.도무지 크리스마스가 오는지 새해가 가는지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몇년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잠시 들떠서 크리스마스 카드도 고르며, 나에게 줄 선물도 고르며 연말기분을 내는 시늉이라도 했지만,작년에는 재야의 종소리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잠자리로 고고씽하고 말았다. 

올해 생일에는 내 생일인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생일 전날 저녁 준비한다며 북어국을 한솥 끓여놓자 엄마와 동생이 낼 미역국은?하고 되물을 정도였으니.... 

몸이 늙는것처럼 마음도 늙어갔으면 하고 바랬지만, 이렇게 무슨 날에 대해서도 무심해지는 나를 보니 좀 슬프다.세상사 달관한것도 아닌데...여전히 작은 일에 부르르 떨며 팔랑귀를 펄럭이면 조삼모사하는 원숭이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데,그래도 나이를 먹는다는게 조금은 슬펐던, 내가 이렇게 무심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 연말연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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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6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애 생기면 크리스마스 열심히 챙깁니다. 안 챙길수가 없어요. ㅎㅎ
근데 그 외에는 저도 다 하나씩 둘씩 잊어버리게 되네요. 그래도 그게 섭섭해지는건 아직 젊다는 증거? 저는 이제 뭐 그러려니 합니다. ^^;;

Mephistopheles 2009-01-1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증상으로 아파도 회복이 느려지는 걸 보면 나이를 먹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죠...

비로그인 2009-01-16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어른들이 무척 귝칙적으로 생활한다 생각했는데, 지금 저를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가요. 부지런해서 규칙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고되니 하루에 할 수 있는 일도 정해져 있어서 그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고 자는 마음이랄까요. 이 페이퍼, 좋아요.

paviana 2009-01-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 근데요 애가 커서 모든 선물을 현금으로 원하니 더 재미가 없어요. 흑흑흑
메피님 / 살을 빼세요.그럼 금방 나아요.키득키득
Jude님 / 페이퍼가 좋은게 아니라 님이 젤 좋게 생각해주셔서 좋아보이는거에요.항상 감사해요.^^

infia 2009-01-1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생일이었구나~~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려요!! 섭섭한 마음 다 푸셔요!!

L.SHIN 2009-01-17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10대 중반부터 무심해져 버렸습니다. -_-
그래도 최고 가까운 사람들의 생일은 꼭꼭 챙겼었는데...요즘은 정신이 나가 있어서,
결국 생일도 며칠 뒤에 생각이 나는 지경까지...킁.
참, 저 아까, 미역국 먹었다죠~ㅎㅎ

paviana 2009-01-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nfia님 / 늦어도 선물은 받아요. 아직 안 섭섭해요.ㅎㅎ
L.SHIN님 / 생일을 챙기시다니 지구별 풍속에 너무 푹 빠지셨네요. 거기다 은근 미역국 드셨다고 자랑까지...축하드려요.^^

L.SHIN 2009-01-18 05:57   좋아요 0 | URL
에엥..제 생일이 아니고..그냥 미역국 먹었다는 소린데.ㅋㅋㅋ
그러게요, 어쩔 수 없잖아요. 지구에서 살려면 지구 문화에 푹 빠져야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