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머리칼이 홍당무처럼 붉다고 해서 붙여진 주인공의 별명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끝까지 주인공의 본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저 홍당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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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홍당무라 불리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청소년기의 성장을 다룬 같은 성장소설이기는 하지만
<허클베리핀>이나 <톰소여의 모험>과 같이 모험을
통해 성장해가는 꿈많고 순수한 개구쟁이들의 낭만적이고
활력있는 성장소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틀리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또한 <조디와 아기사슴>과 함께 최고의 성장소설중
하나라고 단정짓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홍당무는 프랑스의 평범한(?) 가정의 막내이다.
그의 가족을 살펴보면 무뚝뚝하고 과묵한 아버지,
신경질적이고 잔소리가 많으며 장남은 더 할
나위없이 끔찍하게 아끼지만 막내인 홍당무는
항상 무시하고 괄시하는 어머니,
상냥하고 친절하며 마음착한 누나(이름이 나오긴 하는데 기억이.......?),
집안의 보물단지와 같이 마냥 귀하게만 자라서
어려운걸 모르는, 게다가 막내인 홍당무를 깔보고
짖궃은 장난을 잘 치는 장남인 펠릭스가 있다.
이 소설은 이렇게 집안에서 구박받고 괄시받고
잔심부름및 힘든 뒷치닥거리는 도맡아하는
감수성예민하고 소심한 홍당무의 성장과정을
각 에피소드단위로 구성해나가고 있다.
홍당무는 집안이 영 맘에 들지가 않는다.
그는 어머니가 정해주는 식성에 따라 식사를
해야하며 (그의 어머니가 홍당무는 수박을
싫어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홍당무는 가족들과
같이 수박을 먹지 못한다.
가족들이 먹다남긴 수박껍질을 토끼장에
버리러 가서 토끼장에서 토끼들과 같이
수박껍질에 그나마 먹다남은 부분을 갉아먹어야한다.
그의 어머니는 홍당무에게 수박을 싫어하냐고
물어본적도 없다.
그저 자기가 홍당무의 식성까지 맘대로 결정해
버리는것이다.
그리고 홍당무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건 곧 불효막심한 아들의 이유없는 반항이요
하극상으로 받아들여질뿐이다.)
머리가 푹 패여 피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무관심에 익숙해져있으며
(홍당무와 팰릭스가 같이 밭일을 하는데
홍당무에게는 나무곡괭이를 팰릭스에게는
쇠곡괭이를 주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팰릭스가 잘못 휘두른 곡괭이에
홍당무가 머리를 맞아 머리가 깨져나가도
어머니와 그의 누나는 홍당무의 머리에서
튄 피에 놀라 기절한 펠릭스를 치료하느라
호들갑을 떨 뿐 홍당무에게는 그저 조심성이
없다고 핀잔을 주며 머리싸맬헝겊이나
한 조각 던져줄 뿐이다.)
교회에 갈때마다 아무리 포마드기름을
쳐발라도 금세 뻣뻣하게 풀어헤쳐지는
수세미같은 머리털과 주근깨때문에
홍당무라 불리며 더더욱 구박을 받는 그런 삶을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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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에피소드마다 홍당무의 사춘기소년으로서의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함,장난기 , 그리고 소년기의
심리상태를 아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건
작품에 삽입된 삽화인데 그야말로 작품에 딱 어울리는
천생연분의 궁합을 자랑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홍당무는 냉소적이고 현실에 불만이 많기는 하지만
결코 비뚤어지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해나가며
조금씩 갈등을 극복해나가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의 아버지와의 대화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너무나 무뚝뚝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의외로 자신과 통하는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홍당무.
비로소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된 홍당무는 기뻐서
소리치며 뛰어간다.
이 작품이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그토록 인상깊게
각인되어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저 어느 재수없는 불쌍한 소년의 성장기일뿐인데.
그건 아마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유년시절에 대한
아련한 동경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어서가 아닐까.
WRITTEN BY 오늘도 어딘가에서 구박받고 있을
홍당무를 위로하고픈 PAROLA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