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아이브 Jony Ive

 

서평단 모집 (2014.04.09~13)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조니는 내 영혼의 파트너다." - 스티브잡스

 

• 1999년 《MIT테크놀로지리뷰》 선정 35세 이하 혁신가 100인
• 2004년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 2009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창의적인 사람 1위
• 2012년 영국 왕실 기사 작위(KBE)
• 2013년 《타임》 선정 100인



 

▶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삶의 다룬 유일한 책!

 29세의 나이로 거대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팀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으며 30대 에 이미 전 세계를 뒤흔든 히트 제품을 연달아 내놓은 사람.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D&AD 상 최다 수상을 비롯해 IDEA 금상, 레드닷 디자인 상 등 만드는 제품마다 디자인 상을 휩쓸었고 45세에는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아이맥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위대한 제품을 탄생시킨,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모든 이가 동경하는 혁신가. 바로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다.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책 『조너선 아이브: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리앤더 카니는 아이브 본인을 비롯한 애플의 전현직 임원 및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밀스러운 조직 애플의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애플의 최고 혁신가 조너선 아이브의 초상을 상세하게 그려 냈다. 21세기 혁신의 키워드, 우리가 일하고 여가를 즐기며 사회관계를 맺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한 조너선 아이브와 애플의 철학이 지금 펼쳐진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람’에서 시작했지요.” 아이브의 말이다.
“아이맥에 관한 토론의 중심은 칩의 속도나 시장 점유율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좀 감상적인 질문들을 던졌지요. ‘우리는 사람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 ‘이 제품은 사람들 마음의 어떤 부분에 가닿을 것인가?’ 같은 질문 말입니다.” 훗날 아이브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브는 맥 NC의 ‘디자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버지 마이크에게 배웠듯,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첫 단계는 바로 디자인 스토리를 구상하는 일이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이상 물건을 디자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합니다.”
— 5장, 아이맥 디자인

스트링어는 최종적으로 장식이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가자는 결정이 거의 고민 없이 금세 내려졌다고 기억한다. “우리가 디자인한 것 중에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전화기 전면부에는 애플 로고도, 제품명도 넣지 않았다. “우리는 아이팟에서 얻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놀랄 만큼 멋지고 독창적이면 굳이 전면에 로고나 제품명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에요. 제품 스스로가 자신을 말하니까요. 그런 제품은 문화 아이콘이 됩니다.”
— 10장, 아이폰 디자인

잡스에게 그랬듯 아이브에게도 ‘위대한 제품’을 창출하는 것이 회사의 대차 대조표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2012년 7월, 영국 대사관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정상 회담에서 아이브는 청중을 놀라게 했다. “애플의 목표는 단연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 시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고 우리가 가슴 뛰는 흥분을 맛보는 순간은 바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입니다.”
— 13장


▶ 『조너선 아이브』 (민음사) 차례

 

저자의 말


1 학창 시절
2 영국식 디자인 교육
3 런던 생활
4 애플 입사 초기 시절
5 돌아온 잡스와 만나다
6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다
7 철의 장막 뒤의 디자인 스튜디오
8 아이팟 디자인
9 제조와 재료, 그리고 여타 문제들
10 아이폰
11 아이패드
12 유니보디 시대를 열다
13 애플의 MVP

 

▶ 『조너선 아이브』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알라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와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4월 09일(수)~2014년 04월 13일(일) (13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 발표일은 2014년 04월 14일 (월) 오후에 공개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4.15(화)~04.27(일) 13일간입니다. 

 

여섯, 책을 수령하신 후 최소 책 표지 이미지 1개 이상이 들어가야 합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2주간 서평을 작성 한 후『조너선 아이브』서평 발표 페이지에 개인블로그/알라딘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민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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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29회

종이책 읽기를 권함

 

'책을 읽는다.'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글자를 읽는다가 맞다. 그런데도 여전히 책을 읽는다고 표현한다. 문법이 맞지 않으면 지적하고, 오타가 나면 고치라고 말하는데 책을 읽는다는 표현을 고치란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왜 그럴까


얼마 전 이민희의 <책쾌 송신용>을 읽기 시작했다. 구한말에 태어난 일제 강점기를 지내며 육이오까지 경험한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책쾌' 그러니까 책장사였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가정판매원인 셈이다. 요즘처럼 서점이 존재하지 않았고,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송신용은 책장사를 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뿌리를 보존하려했다. 그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더해진다. 저자의 딱딱한 문장과 논증방식의 글쓰기 예리함을 더해 준다. 오늘은 책 내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김영주의 <책쾌>를 같이 담은 이유는 송신용이 구한말의 책쾌였다면, <책쾌>의 주인공인 조신선은 조선의 혼란한 시기였던 18세기에 책쾌로서 기이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은 나의 책이요.'라고 장담할 정도로, 자신을 거치지 않고 책을 사기는 힘들었다. 잘 알려진 정약용 등이 모두 조신선에게서 책을 구입했다.>

 

겨우 175쪽이다. 그러니 평전도 아니고 간략한 인물 연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완독에 대한 부담이 없다. 언제든지 시간 내면 끝까지 읽을 수 있겠다 싶은 분량이다. 이정도 분량이면 한달에 50권도 무난하지 않을까. 사람의 심리란 묘하다. 100쪽 열권이나, 1000쪽 한 권이 똑같은데도 100쪽 열권은 쉬워 보이는데, 천 쪽 한권은 무섭기까지 한다. 독서습관을 갖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런 책을 추천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두껍지 않아 부담도 적어 핸드백에 넣어도 되고, 손에 들고 다녀도 무리가 없다. 휴대성의 편리함은 가독력을 높여 준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며, 틈나는 대로 읽을 수 있다. 생각해보라. 1000쪽짜리 두께의 책을 어디에 들고 다니겠는가. 고대로부터 독서광은 집에서 읽는 책, 외출할 때 읽는 책이 달랐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가방에 짐을 더 늘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분량의 책이 딱이다.


내가 좋아하는 알베르토 망구엘도 이렇게 말한다.

 

침실에서 읽거나 독서대에서 읽기 위해, 아니면 기차 여행 때 읽거나 선물을 주기 위해 책을 고를 적에 나의 손길은 책의 내용 못지않게 모양새도 고려한다. 기념할 행사에 따라서, 아니면 책을 읽을 장소에 따라서 나는 작고 읽기 편한 책을 더 좋아할 때가 있고, 두툼하고 내용이 알찬 책을 더 좋아할 때가 있다.”(<독서의 역사> 중에서)


출판사들은 책의 크기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모르지만 독자로서 크기는 매주 중요하다. 읽는냐 마느냐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크기도 적지 않게 좌우한다. 특히 나같이 이동이 잦은 사람들은 내용의 무게감과 휴대성의 극대화가 공존하는 책이라면 대 환영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책의 디자인이다. 전면도 좋고, 왼쪽 하단에 살짝 넣은 출판사 이름도 멋지다. 굳이 한자로 된 책이 주인공의 삶을 잘 반영해 준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고루 배여있다.



눈길을 끌었던 건 다름 아닌 오른쪽 하단부분이다. 궁글게 깎여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곡선의 미학을 살려준 배려가 고맙다. 근데 살짝…….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배려한 것이 아니라 어떤 독자가 책을 사서 칼로 다듬지는 않았을까?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다. 연필깎이용 칼을 사서 칼의 날카로움을 시험코자 책의 한 모퉁이를 깎아 둥글게 만들었던 것이다. 보기에도 좋았다. 왠지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작당을 벌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다른 책을 살펴보지 않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렇다고 책을 다시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의심의 눈초리를 부정하기라도 하듯 책은 전반적으로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중간 부분 곳곳에 <깊이읽기>코너를 만들어 놓았다. 주인공의 삶만을 다루지 않고,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쾌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려주니 송신용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역사공부에도 적지 않는 도움이 된다.

 

 내부 디자인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외부에 황토색의 넓은 테두리는 안정감을 주고 축적된 시간의 향기와 아늑한 느낌을 함께 선물한다. 누군가는 황토색에 안정감을 갖는 이유를 사람이 흙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송신용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그가 다루었던 책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또한 독자들에게 큰 도임이 된다. 오래된 사진과 책 풍경들이 그 시대 속으로 침전하도록 끌어간다. 병인양요가 거꾸로 적힌 것을 보니 시간의 궤적을 찾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한문학에 능했던 송신용이었지만 우리글에도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 붇고 자료를 찾고 보존하려 했다. 송신용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근대문학서적의 상당부분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수고가 후대에 풍성함을 전해 주었다니 이 또한 기쁘지 않는가.



책은 눈으로 입으로 읽는다. 그러나 그것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함께 읽는다. 손으로 만지고, 코로 책 냄새를 맡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도 제법이다. 오감을 통해 전해 책을 읽는다. 이북eBook에서는 도무지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얼마 전 이북을 구입해 몇 권을 읽었다. 극대화된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이 크게 다가왔지만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메모도 힘들고, 무게감도 없고, 디지털방식의 글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결국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왔다. 김무성이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밝히듯,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맛이다.


송신용이 만지고 보았던 책을 지금 만지면 어떤 것일까? 케케한 냄새에 털이 일어난 종이, 까끌까끌한 촉감이 느껴질 것이다.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종이책이 완전히 보존되기를 불가능하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책도 늙어 간다. 그러나 그곳의 정신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래서 난 아직도 종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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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매일성경이 나왔다.


온 가족이 함께 매일성경으로 큐티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네요. 

재미난 사실 하나. 아이들과 함께 큐티하니 소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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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기만 해도 좋다!


믿지 않을 지 모르지만 난 책 사진만 봐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진으로 담았다. 모두 네권이다. 두 권을 읽었고, 두 권을 읽을 계획이다. 특이한 책일 수록 좋고, 특별한 주제일수록 땡긴다. 특히 <월경독서>는 이상토 하다. 하여튼 읽고 싶다. 책은 나의 일부이며 전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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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28회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 한다


진즉에 사고 싶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머뭇거렸다. 십년이 넘기고서야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 물론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읽는 의무를 이미 마쳤다. 번역된 그의 책 중에서 두 권을 소장하고 있다. 한 권은 <독서의 역사>이고, 다른 한 권은 그의 첫 소설인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밤의 도서관><책 읽는 사람들>도 곧 주문할 생각이다

 













 

참 이상도하지. 그렇게 애타게 읽고 싶었던 책인데도 손에 들어오자 읽혀지지 않는다. 밀당에서 승리한 자의 교만일까. 종종 몇 군데를 읽기는 했지만 정식적으로 덤비지는 못했다. 무의하게 방치된 체로 일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우연히 독서에 관한 쓰기 시작하면서 망구엘의 책을 다시 정독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이다. 급하게.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힐먼은 어린 시절에 이야기를 직접 읽었거나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줄거리로만 듣고 자란 사람들에 비해 예지력이 훨씬 뛰어나고 정신 발달 상태도 더 낫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기막힌 문장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문장이 아니던가. 그저 한 숨이 나온다. 나는 어릴 적 학교에서 나누어주는 교과서 외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었고, 집에도 역시 책은 없었다. 누나가 한 명, 형이 두 명인데도 우리 집에 책은 없었다. 정말 없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인가. 현재의 나의 어리석음은 모두가 책을 읽어 주지도 사주지도 않는 부모 탓이다. ‘잘하면 내 탓, 못하면 조상 탓이란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이십대 후반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벌어 들어간 대학. 죽도록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 들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을 쌓아 놓고 읽었다. 적게는 이틀에 한 권. 많게는 하루에 열권도 읽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책은 10쪽 짜리도 있고, 그림만 잔뜩 있는 책도 있다. 그것도 한 권이다. 미친 듯이, 게걸스럽게, 괴물처럼 책을 씹어 먹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벌써 3년이 지났고, 졸업반이 되어 있었다. 수천 권을 읽었는데도 독서의 효력은 거의 없었다. 다만 어디선가 읽은 듯한 어렴풋한 기억과 잡다한 지식이 뇌에 부하를 일으켜 사고(思考)에 지장을 주었다. 그래도 좋았다. 읽는 다는 것은 곧 존재하는 거니까. 일찍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을 읽었더라면, 아니면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이라도 읽었더라면 좀더 많은 효과를 얻었을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애들러는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로 한정시킬 수 없다. 역사와 문화, 풍상까지 담고 있는 서사다. 독서와 책을 주제로 엮는 하나의 스토리.

 

나는 책을 읽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부적인 사항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가슴을 죄며 사건과 인물들을 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서기까지 이야기가 확대된다. ... 두 번째는 신중하게 탐험하는 방법이다. 복잡하게 뒤얽힌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를 샅샅이 조사하다 보면 단순히 단어의 발음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아니면 그 단어들이 결코 드러내지 않는 어떤 단서에서, 그것도 아니면 스토리 자체에 깊숙이 숨어 있다고 의심은 가지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경이로워서 결코 직시 할 수 없었던 그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나는 아무래도 전자 인듯하다. 아직까지 신중하게 읽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했다. 서두도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하는 <독서의 역사>는 독서에 미친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책을 읽고 있는 사진 한 장으로도 흥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진심으로 독서의 역사(歷史)’가 아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당돌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독서의 역사 연대기는 결코 정치적 역사의 연대기가 될 수 없다.”

 

또 독서의 역사는 문학사의 연대순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순서가 결코 연대기가 아니다. 순서도 없고, 어디서 읽어야 할지도 감 잡을 수 없다. 나는 이런 식의 책이 싫다. 목차만 봐도 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하고, 소제목만 봐도 내용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도무지 잡을 수 없다. 내가 책을 사놓고도 몇 장 읽다 방치시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독서의 역사는 장을 뛰어넘기도 하고 대충 훑거나 선별해 읽고, 또다시 읽기도 하면서 판에 박힌 순서를 따르길 거부한다.”

 

나도 거부했다. 앞을 읽다 중간으로 가고, 마지막에서 갑자기 아무 곳을 펴고 읽었다. 망구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서술방식도 아무렇게 나열했다. 저자가 들으면 불쾌하겠지만 80쪽에서 묵독의 효능과 즐거움을 언급한다.

 

하지만 소리 없는 독서를 통해 비로소 독서가는 책과 단어와 아무런 제약이 없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219쪽에서 시작하는 혼자만의 은밀한 독서에서 묵독이 다시 등장한다. 하여튼 이러한 분류 방식은 전체의 흐름 읽는 데 어려움을 주지만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깨닫는 순간 쾌감을 수백 배에 이른다. 스티프 피셔의 <읽기의 역사>가 첫 장에 집어 놓은 수메르 토판 이야기를 알베르토 망구엘은 중간에 삽입해 놓는다. 피셔가 증인으로서의 문자를 강조했다면, 망구엘은 독자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으로 판독한다. 독서가의 중요성은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문자 앞에 무지하다. 독서가가 낭독하는 순간 잠자던 문자의 의미가 되살아난다. 바알신의 죽음과 부활의 회귀와 같다.

 

이 시점에서 텍스트는 한 사람의 독서가가 읽어 줄 때까지 조용한 존재로 남는다. 기호를 읽을 줄 아는 눈이 서판에 새겨진 형상 앞에 서는 순간, 그 텍스트는 왕성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렇듯 모든 기록은 독서가의 아량에 크게 의존한다.”

 

역사는 쓰는 자와 읽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확실히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러나 독자는 작가보다 위대하다. 읽어 주지 않으면 작기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위대한 알베르토 망구엘도 내가 읽어 주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알베르토의 나에게 감사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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