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코드 - 외모 자존감을 높이는 거울 심리학
박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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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코드 #박상훈 #외모 #쌤앤파커스 #추천도서 #신간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외모를 둘러싼 이야기는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관심을 보이면 가볍게 보일까 염려되고, 외면하면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페이스 코드>를 읽게 된 계기 역시 이러한 모호한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외모에 대한 불안과 비교가 개인의 나약함이나 사회적 강박으로만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품어왔고, 30년간 성형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얼굴과 마음을 함께 마주해온 저자의 시선이 그 질문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외모 문제를 단순히 얼굴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저자 박상훈 원장은 외모를 마주할 때 작동하는 반응을 기질, 생각, 감정, 행동이 연결된 하나의 패턴으로 바라보고, 이를 페이스 코드라는 개념으로 구조화합니다. 외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외모 앞에서 내가 왜 흔들리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관점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특히 민감도, 가치관, 감정, 반응도라는 네 가지 축을 통해 16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분류 체계는 막연했던 외모 고민을 언어화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외모를 신경쓰던 저의 기억도 자연스레 떠올랐는데요. 특별히 외모에 큰 불만이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에도, 어느 날은 거울 앞에서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하루 전체의 컨디션이 흔들리곤 했습니다. 화장이나 옷차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편한 감정의 정체를 설명하지 못해 스스로를 괜히 예민하다고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 코드>를 읽으며 그때의 반응이 외모 자체가 아니라, 특정 상황과 감정이 맞물리며 반복되어 온 하나의 패턴이었음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외모를 고치기 전에 반응을 이해하라는 조언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해법처럼 느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16가지 페이스 코드로 알아보는 나의 매력은 저에게 무척 크게 다가오는 내용이었습니다. 각 유형은 단순한 성격 분류에 그치지 않고, 왜 그러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 증폭되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조절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합니다. 특히 KUNA(화려한 행동가)KOPA(즐거운 완벽주의자) 유형에서 다루는 외모의 도구화‘N버튼개념은 외모를 통해 성취와 통제를 시도해온 독자라면 깊이 공감할 만한 대목입니다. 이 장은 자기비판이나 자기합리화로 흐르지 않고,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균형 있게 안내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또한 3부와 4부에서 외모와 심리를 개인의 삶 전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내용 역시 돋보입니다. 성형이라는 극단적 선택의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의 흐름, 관계의 변화가 외모 인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수용연결을 통해 외모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오랜 임상 경험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통찰로 느껴집니다. 외모를 긍정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집착을 비난하지도 않는 태도는 이 책이 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페이스 코드>는 외모로 인해 자주 마음이 흔들리는 분들, 거울 앞에서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경험을 반복하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동시에 스스로 외모에 무심하다고 생각해왔지만 타인의 외모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나, 외모를 자기관리의 도구로만 활용 해온 분들께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외모를 고치기보다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싶은 분, 비교가 아닌 자기 인식의 기준을 갖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얼굴 멘탈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모는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외모를 대하는 태도는 바뀔 수 있습니다. <페이스 코드>는 그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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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
박재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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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는 한 사람의 여행 기록이자, 성취 중심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질문입니다. 이 책은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돌아왔는가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젊은 시절 항해사로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이후 경영컨설턴트·교수·경영자로 쉼 없이 달려온 저자는 예순아홉에 이르러 삶의 속도를 멈춥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로 향합니다. 자카르타의 옛 향료항구, 보로부두르 사원, 발리 우붓의 예술과 신앙, 플로레스섬의 원시 마을과 리앙 부아 동굴, 코모도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기억과 역사, 철학과 신앙이 교차하는 사유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여행을 성찰의 도구로 사용하는 저자의 태도입니다.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주체가 됩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침묵 앞에서는 말보다 침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수백 년간 은둔해 살아온 와에레보 마을에서는 가진 것풍요의 정의를 다시 묻게 합니다. 리앙 부아 동굴에서 마주한 작은 인류의 흔적은 인간 문명과 성취의 크기를 자연스럽게 상대화합니다.




 

또한 여행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 역시 감동깊게 다가왔습니다. ‘거울 속에서 만난 아버지’, 그리고 에필로그의 다시 만난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여행의 외부 풍경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왕복합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 닮아가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들, 그리고 성취를 통해 증명하려 했던 삶의 태도. 이 모든 것이 인도네시아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풀어집니다. 이 장면들이 감동적인 이유는 감정을 과잉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부모, 자신의 삶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렇게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의 미덕은 어린이 마음을 단순한 낭만이나 회귀로 그리지 않는 데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어린이의 마음은 무책임한 가벼움이 아니라, 성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세계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에 가깝습니다. 글은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솔직합니다. 화려한 문장이나 과장된 깨달음 대신, 바다와 섬, 사람과 미소 앞에서 느낀 감정이 차분하게 기록됩니다. 그 담백함 속에서 독자는 저자의 체험을 대리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보게 됩니다. 이 책이 여행기이면서도 동시에 고백록처럼 읽히는 이유입니다.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를 성취와 결과 중심의 삶에 지쳐, 다른 방식의 삶을 고민하는 분, 은퇴 이후의 삶, 혹은 인생의 다음 장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 여행을 소비가 아닌 사유와 성찰의 계기로 삼고 싶은 분, 나이 듦을 두려움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용한 동행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성취의 무게를 내려놓은 한 인간이 삶의 온도를 다시 회복해 가는 기록이 담긴, 그래서 읽고 나면 속도를 조금 늦추고, 지금의 마음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책인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를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한껏 느꼈습니다.




#예순아홉이제부터어린이마음으로살자 #박재원 #바른북스 #삶의의미 #추천도서 #신간도서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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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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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 #디어제인오스틴 #김선형 #작가 #추천도서 #신간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흔한 작가 평전도, 단순한 작품 해설서도 아닙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제인 오스틴을 읽는 법자체를 하나의 지적 경험으로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김선형 번역가는 오스틴의 작품, 편지, 당대의 풍속과 문헌, 실제 장소 답사, 영화와 번역의 비교까지 촘촘히 엮어, 한 작가의 세계를 단편적 정보가 아니라 입체적인 읽기의 과정으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오스틴을 알게 되는 책이라기보다, 오스틴을 함께 다시 읽게 만드는 책에 가깝습니다.




 

이 책만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제인 오스틴을 신화화하지 않고 글을 쓰는 인간으로 복원합니다. 결혼을 포기한 선택, 언니와의 관계, 경제적 제약, 좁은 사교계 속에서 관찰자로 살아간 위치가 어떻게 소설의 시선과 문체로 이어졌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둘째, 자유간접화법, 리듬, 대화의 밴터 같은 문학적 장치를 설명할 때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과 번역의 선택을 통해 설명합니다. 셋째, 번역가로서의 실천이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번역을 전달이 아니라 고전음악의 연주처럼 재창조의 행위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 책을 단순한 오스틴 연구서를 넘어 동시대 번역론으로 확장시킵니다.




 

저는 이 책이 제 취향에 꼭 맞았습니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 왜 위대한가를 외치는 대신, 그 위대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읽는 과정에서 독자는 오스틴이 단지 로맨스를 쓴 작가가 아니라, ·계급·여성의 선택 가능성을 냉정하게 분석한 관찰자였음을, 그리고 그 분석이 감정의 섬세한 결로 번역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동시에 이 책은 한 작가를 깊이 읽는다는 것이 곧 자기 시대의 언어와 감각을 점검하는 일임을 깨닫게 합니다.

 

제인 오스틴이 문학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거대한 사건이나 영웅 대신 일상의 대화와 판단, 관계의 미세한 균열 속에서 인간과 사회를 포착한 최초의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자유간접화법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사회적 시선을 동시에 보여준 그의 방식은 이후 소설의 인식 구조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또한 여성의 결혼과 경제, 감정과 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사적인 선택이 곧 사회적 문제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스틴은 단지 고전 작가가 아니라 근대 소설의 설계자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지만 어딘가 피상적으로 읽어왔다고 느끼는 독자, 고전을 다시 읽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이던 독자, 그리고 번역과 글쓰기, 읽기의 관계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특히 잘 어울립니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라, 읽는 태도를 바꾸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제인 오스틴뿐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많은 고전들이 다시 말을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2025년도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은 무엇을 더 얻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정리하는 시기인데,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라는 한 작가의 삶과 문장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독자 자신의 선택, 판단, 읽기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결혼을 닫고 소설을 연 순간, 반복해서 읽고 고쳐 쓰는 시간, 말과 침묵 사이의 리듬 같은 이야기들은 성취보다 방향을, 결과보다 과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연말의 고요한 시간에 이 책을 읽는 일은 한 작가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음 해를 어떤 감각으로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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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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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제인오스틴 #오만과편견 #김선형 #명작 #추천소설 #고전 #문학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오만과 편견>은 이미 수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형 번역가의 이번 번역은 또 하나의 번역이라기보다, 이 작품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이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의 의미나 문장 구조 이전에, 제인 오스틴의 목소리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입니다. 원문이 가진 리듬감, 말하듯 흘러가는 속도, 인물들의 미묘한 말투 차이를 한국어의 경어체·구어체 조합으로 섬세하게 재현해, 독자가 번역문을 읽고 있다는 감각보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체험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만듭니다.

즉 이 번역이 특별한 이유는 원작의 서술이 본질적으로 이 아니라 에 가깝다는 판단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스무 살 무렵 제인 오스틴의 편지글과 닮아 있는 이 소설의 화자는 단정하지만 경직되지 않고, 날카롭지만 냉혹하지 않습니다. 김선형 번역가는 그 미묘한 온도를 한국어 안에서 구현하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이 소설은 고전 특유의 거리감을 벗고, 지금 읽어도 자연스럽고 생생한 대화의 리듬을 획득합니다. 여기에 방대하고도 절제된 주석이 더해져, 당대의 계급 구조, 결혼 제도,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독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완해 줍니다.




 

그렇다면 왜 오만과 편견은 여전히 명작일까요. 이 작품이 다루는 것은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라, 자기 확신과 오해,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판단이 어떻게 충돌하고 수정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를 오해하고, 그 오해를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벗겨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제인 오스틴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또 얼마나 어렵게 자기 인식을 갱신하는지를 유머와 아이러니로 정확히 포착합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과 사회적 조건에 휘둘리는 인간의 심리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이 소설은 반복해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이렇게 극적인 사건 대신 대화, 태도, 말의 뉘앙스 같은 미세한 신호들로 인물의 오만과 편견을 축적시키고, 그것이 스스로 붕괴되는 과정을 유머와 절제된 아이러니로 보여 줍니다. 이 구조는 시대·성별·문화권을 넘어 독자에게 적용되며, 읽을 때마다 등장인물 분석이 아니라 자기 점검으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감상으로 끝나지 않고, 독자의 사고 습관을 조용히 교정하는 서사로 작동하며, 바로 그 점에서 <오만과 편견>은 명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특히,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음에도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인식 구조를 점검하는 태도, 그리고 외부의 평가나 조건보다 자기 존엄을 기준으로 관계를 재정렬하는 모습은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현대적인 면모입니다. 또한 겉으로는 단정하고 예의 바르지만, 속으로는 날 선 관찰을 멈추지 않는 제인 오스틴의 시선 역시, 사소한 말과 장면 속에서 인간의 권력과 허영을 읽어내는 독자에게 깊은 공명을 줄 것입니다.




 

김선형 번역가의 <오만과 편견>은 두 부류의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이 작품을 이미 읽었지만 고전은 고전이라는 거리감 속에 남겨두었던 독자입니다. 이번 번역은 그 거리를 과감히 좁혀 줍니다. 다른 하나는 고전을 처음 읽는 독자입니다. 이 번역본은 난해함보다 생동감을 먼저 건네며, 제인 오스틴이 얼마나 유쾌하고 날카로운 작가였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합니다.

 

결국 이 책은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얼마나 쉽게 오만해지고, 얼마나 자주 편견에 기대어 사람을 판단하는가를. 그리고 그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한, 오만과 편견은 계속 읽힐 것입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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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생명의 역사 - 지구 생명체 새롭게 보기
전방욱 지음 / 책과바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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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얽힌생명의역사 #자연과학 #생명과학 #교양도서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전방욱 교수의 얽힌 생명의 역사는 생명을 이해해 온 익숙한 관점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흔드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생명을 더 이상 유전자가 설계한 개체로 보지 않고, 수십억 년 동안 이어져 온 만남과 공생,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어 온 관계적 존재로 재정의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생명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언제나 진행 중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방대한 생명과학의 내용을 단선적인 진화 서사가 아니라, ‘얽힘이라는 하나의 시선으로 일관되게 엮어낸 데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빅뱅과 원소의 탄생에서 시작해 물과 분자의 자기조립, 최초의 세포, 공생 발생, 미생물과 인체의 관계, 가이아 가설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서 마치 대서사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혀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앞선 장에서 제시된 개념들이 다음 장에서 다시 다른 얼굴로 등장하며 독자의 이해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읽는 동안 , 이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어지는구나하고 연결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기후 위기, 팬데믹, 생태계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날의 현실은 유전자 중심주의적 사고, 즉 모든 것을 개체의 경쟁과 적응으로만 설명하는 틀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유전자를 절대적인 지휘자로 놓아온 관점이 생명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주변화시켜 왔음을 지적하며, 생명과 사회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온 사고의 한계를 짚습니다. 이는 과학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사회와 인간을 이해해 온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도 이어집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생명과 인간을 바라보는 사고의 방향이 재조정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얽힌 생명의 역사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우리는 누구와, 무엇과 함께 존재해 왔는가를 묻습니다. 특히 공생 발생 이론, 후성유전학,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몸과 삶조차도 독립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타자들과의 협력 위에 놓여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는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 곧 세계를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인체와 미생물의 관계를 다룬 장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판다의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사례나, 토양 미생물이 식물과 인간의 건강까지 이어지는 설명은 생태계의 연결성이 결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자연과의 접촉, 환경의 질, 일상의 선택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독자는 자신이 거대한 생명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7장과 8장에서 제시되는 유전자 중심주의 비판과 경계 없는 몸이라는 개념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장들에서 생명은 더 이상 개체 단위로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몸은 환경과 미생물, 역사와 사건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결과물로 제시되며, 생명은 설계된 것이 아니라 빚어져 온 것임이 강조됩니다. 이는 개인의 성취나 실패를 오롯이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사고에 익숙한 사회에서, 존재를 다시 관계 속에 놓아보게 만드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얽힌 생명의 역사는 과학서를 찾는 독자뿐 아니라, 생명과 인간, 사회를 더 넓은 시야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생명과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으며,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독자에게도 충분히 풍부한 사유의 재료를 제공합니다. 특히 경쟁과 효율의 언어에 지친 독자, 기후와 생태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생명을 설명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조용히 묻는 책입니다. 생명을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음 만남의 장을 더 잘 꾸린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게 만드는, 오래 남는 읽기 경험을 선사하는 훌륭한 책입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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