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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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러킹’이라는 말을 보았을 때는 군인들이 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장면부터 떠올랐습니다. 일부러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다니, 이미 삶도 충분히 무거운데 굳이 짐까지 추가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이 말하는 무게는 사람을 짓누르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탱할 힘을 길러주는 적당한 저항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인은 불편을 없애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무거운 물건은 배송 서비스에 맡깁니다. 편리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우리가 작은 피로와 불편에도 쉽게 지치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원래 걷고, 나르고, 견디면서 생존해온 존재라고 말합니다. 문명을 발전시킨 힘도 머리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짐을 운반하는 능력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제101공수사단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군인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동하며 육체적 강인함뿐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는 정신력까지 길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참전 용사들이 배낭 행군을 삶을 바꾼 경험으로 회상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힘든 일을 함께 견딘다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강조하는 ‘완벽한 준비보다 불완전한 시작이 낫다’는 태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장비부터 검색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비교하며, 완벽한 계획을 짜다가 정작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곤 합니다. 러킹은 이 핑계를 단순하게 없애버립니다. 배낭에 적당한 무게를 넣고 신발을 신고 나가면 됩니다. 준비 운동과 올바른 자세는 필요하지만, 시작을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많이 걷는 것과 의식적으로 무게를 지고 걷는 것은 다른 경험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산책할 때는 생각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만,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걸으면 발을 내딛는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퇴사 이후 새로운 공부와 일을 준비하는 저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한 운동 조언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 일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시간과 생활을 통제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출근 시간이 사라진다고 저절로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먹었다고 매일 집중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규칙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러킹은 단지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무게를 감당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따로 관리하려 했던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힘들면 생각을 바꿔야 하고, 의욕이 없으면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때로 근사한 문장보다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걷는 몸일 수 있습니다. 몸이 일정한 무게를 견디는 경험을 반복하면 ‘나는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 감각은 운동이 끝난 뒤에도 공부와 일, 인간관계를 버티는 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러킹>은 무거운 배낭을 권하는 책이지만, 삶에 더 많은 고통을 추가하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선택한 작은 무게로 미리 몸과 마음을 단련하자는 제안입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짐을 선택해서 어떻게 질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지금, 저 역시 완벽히 가벼운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공부와 일, 미래의 가능성을 기꺼이 짊어지고 오래 걸어갈 힘을 갖고 싶습니다.  


 #러킹 #마이클이스터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리뷰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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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 :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
민은정.심재근.정예슬 지음, 방수아 그림 / 미래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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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한국사를 공부시키다 보면, 사건 자체보다 역사 용어에서 먼저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일신라, 무신정권, 신진사대부, 훈민정음, 성리학, 실학처럼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말도 아이에게는 뜻을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집니다.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왕과 사건의 이름부터 외우니, 한국사가 “외울 것이 끝없이 나오는 과목”이 되는 것입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는 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까지의 주요 흐름을 한자 한 글자와 연결해 설명합니다. 1권이 선사 시대와 고대사의 기초를 다졌다면, 2권은 국가의 제도와 사상, 문화가 복잡해지는 시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한자의 도움은 오히려 2권에서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통일신라 시대가 열렸어요’ 편을 읽으며 統이 ‘거느릴 통’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통일, 통합, 통솔, 통치가 모두 하나의 중심 아래 묶거나 이끄는 의미와 관련된다는 설명을 보더니 아이가 “그래서 세 나라를 하나로 만든 걸 통일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통일신라’라는 말을 나라 이름처럼 통째로 외웠지만, 단어를 나누어 보니 역사적 의미가 자연스럽게 보인 것입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역사 이야기, 중심 한자, 관련 어휘, 퀴즈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고려의 무신정권을 배우며 武를 익히고, 무력·무기·무예·무용 같은 단어로 뜻을 확장합니다. 신진사대부 단원에서는 士를 중심으로 사대부, 사군자, 학사, 열사 등을 살펴봅니다. 아이는 “사대부의 ‘사’가 선비였어?”라며 익숙한 역사 용어 안에 자신이 알던 한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습니다.





조선 전기의 훈민정음도 한자의 효과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訓民正音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풀어주자 아이는 세종대왕이 왜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는지를 이름만으로도 이해했습니다. 역사 용어의 뜻을 아는 일이 곧 사건의 목적을 이해하는 일이 된 셈입니다. 비를 재는 측우기에서 雨를 배우고, 법전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典을 익히는 구성도 직관적이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하루 분량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사 이야기부터 문제 풀이까지 약 10분이면 끝낼 수 있어 아이가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또 공부책이야?”라고 경계하던 아이도 삽화와 짧은 본문을 보고는 금세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퀴즈에서 장보고가 활동했던 지역이나 신진사대부에 관한 문제가 나오자 대충 읽은 부분이 들통났습니다. 역사책은 책장을 넘긴다고 지식이 자동 저장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뇌에도 아직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은 없었습니다.


틀린 문제는 본문에서 근거를 다시 찾게 했습니다. 아이는 귀찮아하면서도 답이 적힌 문장을 발견하면 “아, 내가 이 부분을 그냥 넘겼네”라고 인정했습니다. 단원평가까지 풀어보니 각 인물과 사건을 따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가 흔들리고 후삼국이 등장한 뒤 고려가 세워지고, 다시 조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깊이 있는 역사 해설서라기보다 초등학생이 교과서의 용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는 개념 입문서입니다. 역사를 이미 배운 5학년 아이에게는 복습용으로, 아직 전체 흐름이 잡히지 않은 아이에게는 예습용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한자를 무조건 쓰고 외우게 하기보다, 역사 속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를 통해 뜻을 익히게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한자를 알게 되니 통일은 단순한 나라 이름이 아니었고, 실학은 외워야 할 사상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려는 생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무척 뿌듯했습니다. 아이가 한국사를 무작정 암기하기 전에 말의 뜻부터 이해하게 해주고 싶은 학부모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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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 구석기 시대부터 철기·삼국 시대까지 - 하루 10분, 한자 어휘와 문해력 완성!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민은정.심재근.정예슬 지음, 방수아 그림 / 미래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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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교과서를 함께 펼쳐보면 생각보다 낯선 용어가 많습니다.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부족 사회, 농경 생활, 고조선, 삼국의 전성기처럼 어른에게는 익숙한 말도 아이에게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전에 일단 외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구석기 다음에는 신석기, 그다음은 청동기라고 순서부터 암기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을 모르는 단어가 한 문단에 여러 개 등장하면 역사 이야기는 금세 외계어가 됩니다. 결국 아이는 “역사는 외울 게 너무 많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한국사 속 핵심 용어를 한자 한 글자와 연결해 풀어주면서, 아이가 역사적 개념을 단순 암기가 아닌 의미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었을 때 처음에는 문제집이라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습니다. 표지에 ‘초등 한국사’와 ‘한자’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공부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것입니다. 아이들 레이더는 정확합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쳐 함께 ‘구석기’를 살펴보니 반응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구석기의 구(舊)는 옛날이라는 뜻이고, 석(石)은 돌, 기(器)는 도구라는 뜻이야.” 이렇게 설명해 주자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구석기는 옛날 돌 도구라는 뜻이네? 신석기는 새로운 돌 도구고?”

바로 이 순간이 이 책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를 서로 관련 없는 역사 용어로 외운 것이 아니라, 두 단어의 차이를 스스로 해석했습니다. 舊와 新의 뜻을 알자 시대 구분의 원리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하루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한 회의 분량이 많으면 아이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칩니다. 특히 학교 수업과 숙제, 학원까지 다녀온 아이에게 매일 긴 역사 공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하루에 한 가지 역사 주제와 한 글자의 한자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돌 도구를 배우며 石을 익히고, 불의 사용을 배우며 火를 익히고, 이동 생활을 배우며 住를 살펴보는 식입니다.


한 회의 흐름도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먼저 짧은 역사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와 관련된 한자를 살펴본 뒤, 한자 어휘를 확장하고 퀴즈를 풉니다. 마지막에는 역사 문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합니다. 읽기와 어휘, 역사 이해와 문제 풀이가 한 번에 연결되어 있어 별도의 한자 문제집과 한국사 문제집을 따로 펼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오늘 한 장만 해보자”고 말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권을 끝내야 한다’는 부담보다 ‘오늘 10분만 한다’는 약속이 훨씬 지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도 첫날에는 마지못해 앉았지만, 한 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자 다음 날에는 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저는 아이가 한자를 배우는 목적이 어려운 글자를 많이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자어의 구성 원리를 이해해 낯선 어휘의 뜻을 짐작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교과서에는 한자어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사회의 ‘농경’, ‘정착’, ‘교류’, ‘전성기’뿐 아니라 과학과 국어에서도 추상적인 한자어가 계속 등장합니다. 한자어의 뜻을 모르면 문장을 읽어도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農을 배우고 나면 농사뿐 아니라 농부, 농촌, 농경, 귀농 같은 단어가 하나의 의미망으로 연결됩니다. 책 속에서도 중심 한자를 배운 뒤 여러 관련 어휘를 함께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단어들을 별개로 보다가, 모두 農과 관계된 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뜻을 훨씬 쉽게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책을 읽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물어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은 글자를 지나갔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출장 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매회 ‘똑똑한 역사 퀴즈’와 한자 어휘 문제가 들어 있어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고른 이유를 말하게 하면 학습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문제에서 아이는 처음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했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정답을 맞힌 뒤에는 본문으로 돌아가 근거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가축에 관한 문제를 풀 때는 “가축을 기르면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겠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적힌 사실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생활의 변화와 연결해서 생각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원인이 역사 자체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사 내용을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성기’라는 말의 뜻을 모르면 삼국의 전성기가 각각 달랐다는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류’를 모르면 삼국이 문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역사 공부와 문해력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한자어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암기 과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복잡한 교과 어휘를 해체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이 원리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이름이 왜 다른지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화려한 역사적 사건보다 단어 하나의 의미가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한국사를 깊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구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의 기본 흐름을 잡고, 역사 공부에 필요한 어휘력을 함께 길러주는 탄탄한 첫걸음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를 복습하고 헷갈렸던 개념을 바로잡는 책이었고, 학부모인 저에게는 아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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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나
주세페 카토첼라 지음, 이소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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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통일사를 설명하는 역사소설인데도 위화감없이 읽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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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나
주세페 카토첼라 지음, 이소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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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나 #주세페카토첼라 #신간소설 #소설추천 #여성서사 #실화소설 #역사소설 #세계문학 #몰입감최고 #인생책추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대개 승리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이탈리아 통일을 떠올리면 가리발디, 카부르,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같은 인물들이 먼저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나>는 찬란한 통일이라는 역사에서 삶의 터전과 가족, 이름마저 잃어야 했던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설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마리아 올리베리오는 칼라브리아의 가난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납니다. 마리아가 처음부터 총을 들고 산으로 향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녀가 원한 것은 거창한 혁명이나 영웅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배우고 싶었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삶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마리아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에게도 새 부모가 생기고, 부자가 되고, 수녀가 될 수 있다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그래서 이후의 삶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원한 것이 지나치게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움, 가족, 존중받는 삶.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랄 법한 소박한 소망이었지만, 마리아가 태어난 계층과 지역, 성별은 그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람이 갑자기 투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어느 날 문득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세상에 반항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참을 수 있는 만큼 참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다가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마리아가 브리간테 치칠라가 된 것은 타고난 호전성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와 군대는 브리간티를 산적과 범죄자로 규정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총을 들게 되었는지는 쉽게 묻지 않습니다. 법을 어겼다는 사실만 보면 그들은 범죄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 법은 특정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유독 가혹했을까요.


이탈리아 통일은 모두에게 같은 의미의 해방이 아니었습니다. 북부 중심으로 이루어진 통일은 남부 주민들에게 새로운 세금과 징병, 토지 문제와 행정적 억압으로 다가왔습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이전보다 더 가난해지고 더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브리간티는 자유를 위해 싸운 저항 세력이면서 동시에 약탈과 살인을 저지른 폭력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조직이나 사회가 개인에게 붙이는 이름이 얼마나 일방적일 수 있는지를 자주 생각해 왔습니다. 조직의 기준에 순순히 적응하면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부당함을 말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하면 예민하고 협조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개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보다 조직이 관리하기 쉬운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마리아 역시 국가와 기록 속에서는 ‘여성 산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그 이름 뒤에 있던 어린아이와 딸, 아내, 언니, 배우고 싶었던 한 인간을 복원합니다. 역사가 사건과 숫자로 지워버린 사람을 문학이 다시 인간의 얼굴로 돌려놓는 셈입니다.


그리고 마리아가 “나랑 너랑, 영원히”라고 말하는 장면도 오래 남았습니다. 그녀가 처음부터 국가나 민족이라는 거대한 관념을 위해 싸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녀를 움직인 것은 가까운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노, 가족을 보호하려는 마음, 배신당했다는 감각,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마리아가 산속 생활을 시작한 뒤의 장면에서는 자유와 고통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이전의 억압적인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 공간으로 들어가지만, 그 자유는 낭만적인 해방이 아닙니다. 추위와 굶주림, 죽음의 위험, 끝없는 도주가 따릅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다운 일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극적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숨어야 하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 하는 사회라면 이미 그 사회의 질서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제 삶에서 어떤 순간에 참고 머무르는 일이 미덕이 아니게 되는지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견디는 사람을 성숙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인내가 선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인내는 부당한 구조가 계속 유지되도록 돕기도 합니다.  


물론 저의 현실은 마리아가 살았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총을 들고 산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고, 국가의 군대에 쫓기는 처지도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을 억압하는 질서에서 빠져나와 자기 삶을 선택한다는 감정의 구조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한 자리에 머물다 새로운 길을 선택할 때는 해방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과 상실감, ‘내 선택이 정말 맞는가’라는 불안도 함께 따라옵니다.  


<이탈리아나>의 좋은 점은 마리아를 결점 없는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고 질투하며, 분노하고 실수합니다. 자신이 속한 무리가 저지르는 폭력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탈리아나>는 이탈리아 통일사를 설명하는 역사소설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리아는 국가가 정한 순종적인 농민 여성의 자리에서 벗어나 치칠라가 됩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마리아가 특별한 영웅이라기보다 평범하게 살 기회를 빼앗긴 사람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어쩌면 역사를 바꾼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위대한 일을 꿈꾼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 권리를 지키려다 싸우게 된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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