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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있다 - 부상한 중국을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
조창완 지음 / 에이원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중국은 있다>는 중국을 ‘좋아하자’거나 ‘두둔하자’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훨씬 불편하고 직접적입니다. 우리는 과연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리고 알지 않으면서 판단하고 혐오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물음입니다. 이 책은 중국을 향한 감정의 문제를 다루지만, 실은 한국 사회의 인식 구조와 심리 방어 기제를 해부하는 데 더 가까운 책입니다.

중국은 있다는 중국을 둘러싼 담론을 경제·정치·외교의 표면에서만 다루지 않습니다. IMF 이후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 사드 배치 이후 급속히 냉각된 한중 관계, 팬데믹을 거쳐 세계 양대 주도국가로 부상한 현재의 중국까지를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조망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의 과정이 단순한 국력 상승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열등감, 불안, 우월감이 뒤섞인 ‘차이나 콤플렉스’로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인 조창완 작가님은 중국 현장을 직접 몸으로 통과한 인물입니다. 1999년부터 약 10년간 중국에 거주하며 기자, 통신원, 사업가로 활동했고, 귀국 이후에도 정부, 기업, 연구 모임 등에서 중국을 상대해 왔습니다. 이 책의 신뢰도는 바로 이 이력에서 나옵니다. 중국을 ‘관념’이나 ‘이념’으로 보지 않고, 제도와 생활, 산업과 사람의 감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의 예측이 빗나간 부분에 대해서도 스스로 인정하며 관점을 수정해 온 태도는, 이 책이 선동이 아닌 분석의 결과물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중국을 읽는 프레임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중국 관련 도서들이 ‘위협론’이나 ‘낙관론’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중국은 있다>는 그 이분법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2부에서 제시되는 일대일로, 희토류, 우주정거장 톈궁, 중국 제조 2025, 고령화 문제 등은 단편적 뉴스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표들입니다. 작가님은 이 지표들을 통해 중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 역시 감추지 않습니다. 중국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 균형감이 이 책의 핵심 미덕입니다.
중국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특히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이 얼마나 알고리즘과 선정적 보도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중국을 감정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외교나 경제뿐 아니라 개인의 진로와 학문적 관심사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저는 4부 ‘소설로 읽는 중국 현대사’가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위화, 옌롄커, 모옌, 류츠신 등의 소설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집단 기억을 읽어내는 방식은, 한국 현대사를 박경리나 조정래의 소설로 이해하는 독서 경험과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국가나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삶’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게 만드는 이 구성은, 중국을 추상적인 거대 타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역사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책에는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지만 함께 생각해볼 만한 맥락도 떠오릅니다. 예컨대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 논쟁,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일본·미국과의 삼각 구도, 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 기반의 쇠퇴와 재해석 문제 등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확장해 읽을 수 있는 지점들입니다. <중국은 있다>는 답을 강요하지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이런 질문들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 책은 중국을 좋아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고, 오히려 중국이 불편한 독자일수록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중국을 옹호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를 더 냉정하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언어가 아닌 이해의 언어로 중국을 다시 보려는 시도, 그 출발점으로서 <중국은 있다>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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