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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 - 외계냥의 저승 불시착 49일 대소동
이삼 지음 / 대원앤북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는 제목만 보면 꽤 무거운 책처럼 느껴집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부터 정면에 놓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예상은 조금 엉뚱하게 빗나갑니다.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놀러 왔다가 UFO가 불시착하는 바람에 저승사자들과 일을 하게 되어버린 외계냥이라니요. 사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자, 일단 인턴부터 하세요”라는 식이라 웃음이 났습니다. 저승에도 감정 노동이 있고 신입 교육이 있다니, 사후세계마저 직장생활이라니 조금 억울한데 웃깁니다.

그런데 이 유머가 단순히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귀엽고 엉뚱한 외계냥을 앞세워 하나씩 꽤 깊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저승을 배경으로 한 만화라고 해서 계속 울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음을 가볍게 소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균형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외계냥은 처음에 막연히 영혼을 달래주는 일이 어렵지 않을것이라 생각하며 저승사자들을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영혼을 만나면 위로해 주면 된다”는 설명에 처음에는 단순한 임무처럼 보이지만 곧 “위로는 꽤 어려운 일이야. 감정 노동!”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정말로 그 사람이 떠날 수 있도록 마음을 받아주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결국 이 책이 죽음보다 사랑을 더 오래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아지 에피소드를 읽는동안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떠나야 하는 존재가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남겨질 존재를 걱정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오히려 더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가는 존재와 남는 존재 가운데 누가 더 슬픈지는 사실 정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다만 충분히 사랑했다면 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곁에 있을 때에는 익숙함 때문에 사랑을 쉽게 지나칩니다. 가족의 전화도 나중에 하면 될 것 같고,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도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좋아한다는 말도 어쩐지 쑥스러워 미룹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다음이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라는.

그래서 “사랑을 전할 때 망설이지 말라”는 메시지가 이 책에서는 흔한 자기계발 문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몇 번의 이별과 죽음을 보고 난 뒤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랑이 반려동물과 보호자, 오랜 친구,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존재, 한 생을 건너 이어지는 인연처럼 아주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 같던 사람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도 횟수로 따지면 유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자꾸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잘 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의 구성에서도 귀여운 장난이 숨어 있습니다. 표지 커버 안쪽에는 ‘저승에서의 사랑이 처음인 당신에게’를 찾는 미로 찾기가 들어 있습니다. 외계냥의 저승 체험을 책 바깥까지 이어놓은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보통 책 커버 안쪽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사실 이 미로를 잘 보면 외계냥이 저승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모두 있어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함께 받은 부적 2종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외계냥이 크게 그려진 노란색 ‘운수대통’ 부적, 다른 하나는 외계냥의 친구들이 그려진 분홍색 ‘사랑해! 영원히! 대박 사랑해!’ 부적입니다. 외계냥과 친구들은 '비상숲숲' 캐릭터들인데요. 여우인 유부, 토끼 구루, 고양이 애옹입니다. 운수대통 부적에는 외계냥 특유의 초록 눈과 해맑은 표정이 들어가 있어서 일단 귀여움으로 액운 정도는 당황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홍 부적은 사랑과 응원이 가득해서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는 귀여운 외계냥 때문에 웃었다가, 친구들의 엉뚱함에 피식했다가, 어느 순간 떠나보낸 존재와 아직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꽤 멋진 책입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본듯한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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