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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갇힌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12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6월
평점 :
#장편소설 #데이비드발다치 #스릴러 #심리전 #디지털금융범죄스릴러 #거짓에갇힌여자


스릴러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대가 변하면 범죄도 함께 진화합니다. 예전 추리소설이 권총, 독약, 밀실 같은 물리적 장치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암호화폐와 NFT, 디지털 자산이 범죄의 무대가 됩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신작 <거짓에 갇힌 여자>는 바로 그런 현대적 불안을 정면으로 끌어들인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발다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억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법률가 출신답게 사건의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점이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특히 단순한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거대한 금융 범죄와 연결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돈을 숨기는 사람'과 '진실을 숨기는 사람'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정보를 감추고, 정체를 위장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그 거짓의 층위를 한 겹씩 벗겨내며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저는 연구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일을 하다보면 작은 단서 하나가 전체 결과를 뒤집는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거짓에 갇힌 여자>를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흔적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이 장면이 그냥 지나갈 장면은 아닐 텐데?"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게 됩니다.

주인공 미키 깁슨도 매력적입니다. 흔히 스릴러의 여성 주인공은 지나치게 강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피해자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미키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전직 형사였지만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고, 두려움도 느끼고 실수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인적인 영웅이라기보다 현실 속 인간으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디지털 금융 범죄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요즘 뉴스에서도 암호화폐 해킹, 자금 세탁, 해외 은닉 자산 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돈을 숨기려면 금고나 비밀계좌가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를 오가는 자산을 추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설은 이런 현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어렵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거짓에 갇힌 여자>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와 돈, 그리고 진실이 어떻게 숨겨지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빠른 전개와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 금융 범죄나 디지털 시대의 범죄 양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