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전쟁 - 인생 2막, 재취업 성공을 여는 일곱 가지 열쇠
구자익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재취업 전쟁>은 퇴직을 앞둔 지금의 제게 제목부터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저는 정규직에서 밀려나듯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고, 명함과 소속이 나를 설명해주던 생활을 내려놓는 일에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구자익 작가님은 여러 차례의 이직과 재취업을 거쳐 65세까지 직장 생활을 이어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만이 안정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다른 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한 생존력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내용은 국민연금 크레바스였습니다. 퇴직 시기와 국민연금 수령 시기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소득 공백이 생길 수 있으며, 책은 이를 재취업으로 건너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아직 당장의 노년 재취업을 준비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노후를 한 번의 은퇴로 상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정규직에서 퇴직한 뒤 완전히 일을 멈추는 방식보다 여러 형태의 일을 연결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노후의 든든한 기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 바라보며 십여 년의 공백을 견디기에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결국 오래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경험을 소득으로 바꾸는 기술이 별도의 노후 자산이 되는 셈입니다.




 

저는 이 책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면서도, 재취업의 의미를 조금 더 넓게 받아들였습니다. 책에는 취업자의 약 20퍼센트가 자영업자이며, AI로 인해 기존의 직업 구분과 성공 경로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퇴직 후 곧바로 또 다른 조직의 정규직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개인 사업가로 살아가는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업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거나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해질 때는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태를 불안정하다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취업과 사업 가운데 하나만 평생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낡은 것일 수 있다고 봅니다.




 

관계와 평판을 재취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다룬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식사나 모임처럼 평소에 쌓아둔 관계가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첫 이직에서는 회사의 규모보다 평판이 좋은 회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전통적인 직장인의 처세처럼 느껴졌지만, 읽을수록 결국 나를 다시 불러줄 사람을 남겨두라는 뜻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경력이 길어질수록 이력서 한 장보다 함께 일했던 사람이 기억하는 태도와 전문성이 더 큰 증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내려가야 한다는 식의 경로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퇴직 이후 다시 조직을 선택하게 된다면 단순한 간판보다 제 전문성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필 것입니다.

 

<재취업 전쟁>은 퇴직의 불안을 낭만적으로 덮어주는 책은 아닙니다. 건강, 평판, 관계, 경력 관리, AI 활용처럼 다시 일하기 위해 실제로 준비해야 할 조건을 꽤 현실적으로 짚습니다. 특히 정년이 모든 노동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하는 분,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건널지 막막한 분, 지금 회사를 떠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까 두려운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퇴직은 낭떠러지가 아니라 환승 구간일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험하는 고고학자>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가 지금까지 고고학을 지나치게 눈으로 보는 학문으로만 이해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 놓인 토기와 석기, 장신구를 보며 제작 시기와 용도를 확인하는 데 익숙했지만, 정작 그것을 만들 때 손에 전해졌을 감촉이나 불의 온도, 음식의 냄새까지 상상해본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샘 킨 작가님은 과학의 역사와 인간적인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온 과학 저술가답게, 실험고고학을 딱딱한 연구 방법론이 아니라 괴짜 연구자들이 몸으로 과거를 되살리는 모험담처럼 보여줍니다. 과학 전문 번역가인 이충호 번역가님의 문장도 복잡한 실험 과정과 역사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생소한 분야임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오래된 기록을 읽고 그 안의 인간을 상상하는 일에 익숙한 편입니다. 그러나 문헌은 대체로 권력자와 지식인의 언어를 남기고, 평범한 사람의 손놀림이나 노동의 감각까지는 좀처럼 전해주지 않습니다. 이 책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돌을 직접 깨서 칼날을 만들고, 고대 도기에 남은 효모로 빵을 굽고, 옛 화약과 연고를 재현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험 행사가 아닙니다. 도구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숙련도, 실패의 횟수를 확인하는 순간 유물은 더 이상 죽은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가 됩니다. 고고학이 유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면서 결국 사람을 복원하는 학문이라는 말이 이 책에서는 아주 구체적인 장면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고대 로마의 검투사와 도망친 노예들의 상황을 서사로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경기장을 탈출한 인물들이 도시의 혼란 속에서 서로를 지키려 하는 장면은 짧은 역사소설처럼 긴박하게 읽힙니다. 이어지는 설명에서는 당시 검투사가 무조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소모품이었다는 통념을 수정합니다. 검투사를 훈련시키고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흥행을 위해서라도 함부로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잔혹한 제도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영화가 만들어낸 단순한 이미지와 실제 경제적 조건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며 과거를 이해할 때도 도덕적 판단만큼 비용, 기술, 노동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본문에서는 고대인의 유골과 두개골을 토대로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론하는 과정과, 바이킹 시대의 물질문화를 재현하는 연구가 소개됩니다. 뼈의 상처와 변형에는 노동, 영양 상태, 폭력, 질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글로 남긴 자서전은 없어도 몸 자체가 하나의 기록물이 되는 셈입니다. 특히 연구자들이 옛 제조법을 복원할 때 문헌의 설명을 그대로 믿지 않고, 실제 재료를 구해 여러 번 실패하며 조건을 조정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조리법이나 기술 문헌에는 당시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알았던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고전 문헌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에 적혀 있지 않은 시대적 상식과 생활 조건을 복원하지 않으면, 문장의 뜻을 알아도 실제 삶은 놓칠 수 있습니다.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유물과 연대를 외우는 역사책이 아니라, 과거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고고학이나 과학사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역사소설, 세계사, 박물관 관람을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록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궁금해하거나, 책으로 배운 지식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검증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씽크 브레이커 - 보이지 않던 세상을 다시 읽는 사고법
양중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 해결 능력을 '머리가 좋은 사람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씽크 브레이커>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특별한 천재가 아니라, 남들이 지나치는 구조를 먼저 읽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는 훈련서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식의 해상도'라는 개념이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아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정보를 읽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같은 화면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는 예를 들고, 어떤 사람은 표정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숫자를 기억하며, 또 다른 사람은 분위기를 기억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방향으로 선택해서 본다는 말이 특히 공감되었습니다.




 

저 역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시험 문제를 만들 때는 일반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작은 오탈자나 의미 차이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는 누군가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저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보도록 훈련되었는가'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미 눈앞에 있다"는 작가님의 주장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함 때문에 문제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제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오랫동안 반복된 비효율도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보면 이상한 방식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퇴사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관행들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는데, 제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카드'라는 비유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카드를 많이 모으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실패와 비효율이 가장 값비싼 카드라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실패를 단순한 손해가 아니라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는 시각은 직장과 저의 개인 사업을 병행하는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였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묻는 것은 상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하지만, 구조와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근 여러 인간관계를 겪으며 저 역시 감정보다는 구조를 먼저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자기계발서 특유의 반복적인 메시지가 조금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작가님은 거창한 성공론보다는 '세상을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비교적 담백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발명가이자 메이커로 활동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이 녹아 있어 이론보다 현실적인 사례들이 많았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씽크 브레이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기술보다 먼저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답을 빨리 떠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지나친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씽크브레이커 #모티브 #양중훈 #리뷰의숲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한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던테너힐 #장편소설 #캐나다베스트셀러 #bbc드라마원작소설 #소리를듣는사람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낮은 소리를 듣게 된 고등학교 교사 클레어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냉장고나 환풍기 같은 기계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원을 끄고 집 안을 뒤져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잠을 자지 못하고 두통과 코피까지 겪지만 남편과 딸, 의사와 동료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클레어가 겪는 고통은 결국 소리 자체보다도 자신의 감각과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데서 더 커집니다.




 

캐나다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조던 태너힐 작가님은 실제로 캐나다 윈저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만 들었다고 알려진 정체불명의 소음 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희곡으로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두 차례 받은 작가답게 장면의 긴장감과 대화의 리듬이 생생합니다. 클레어가 소리를 찾아 집 안을 헤매거나, 자신과 같은 소리를 듣는 학생 카일을 만나는 장면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처럼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클레어는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엔진, 비행기, 진동 같은 여러 비유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히 말해도 상대가 경험하지 못한 감각은 쉽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며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말이나 행동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사람을 조금씩 마모시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면 그 정도가 그렇게 힘든 일이냐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사건 하나가 아니라 누적된 분위기와 반복되는 긴장인데, 그것을 말로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제가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클레어가 자신과 같은 소리를 듣는 카일을 만났을 때 느낀 안도감이 이해되었습니다. 문제를 당장 해결한 것도 아니고 소리의 정체를 알아낸 것도 아니지만, “나도 듣는다는 한마디만으로 클레어는 투명인간에서 다시 존재하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기에서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시판과 지역 모임을 통해 서로를 찾아내고, 각자 나름의 설명을 만들어갑니다. 데이먼이 지역 공공장소에 포스터를 붙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장면은, 고립된 개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고통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음모론을 단순히 어리석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조롱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원합니다. 현실에서 배제된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의미와 소속감을 주는 이야기에 강하게 끌릴 수 있습니다. 공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확신과 결합하면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 서늘했습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명쾌하게 판정해주는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선택하고, 누구의 경험을 믿으며, 같은 설명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세계를 만들어가는지를 묻습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정체불명의 소리가 아닙니다. 타인의 감각을 너무 쉽게 부정하는 사회와,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된 확신에까지 매달리게 되는 인간의 외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