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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창작희곡공모 선정작 - 국립극단 희곡선
이용훈.윤미현.김정윤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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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 창작희곡공모 선정작>은 그냥 수상작 모아놓은 책이라기보다는, 요즘 연극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슬쩍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세 작품이 전부 결이 다른데도, 묘하게 공통된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 반복되는 현실, 그리고 관계가 잘 이어지지 않는 느낌 같은 것들이 계속 남습니다. 읽고 나면 “그래서 이게 답이다”보다는, “요즘 다들 이런 상태구나”라는 생각이 더 오래 남습니다.

「모노텔」은 읽는 동안 약간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문자, 기록 같은 여러 형식이 섞여 있어서 처음엔 조금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게 인물들의 상태랑 잘 맞아떨어집니다. 말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는 느낌, 서로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계속 쌓이는데, 이게 요즘 우리가 사는 방식이랑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정리된 이야기라기보다, 흩어진 조각들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옥수수밭 땡볕이지」는 좀 더 직선적인 이야기인데, 읽고 나면 묵직하게 남습니다. 개인의 불행이라기보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관’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걸렸는데, 단순히 죽음을 의미한다기보다, 어떤 기억이나 고통이 계속 쌓여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감정적으로 몰입된다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는 가장 독특했습니다. 게임 형식이랑 SF 설정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 있습니다. 기억을 복원해가는 과정이 좀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결국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 잘 드러납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희곡을 그냥 “읽기 불편한 글”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무대 없이 읽어도 충분히 상상이 되고, 오히려 내가 장면을 만들어보게 된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읽게 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장면을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의 감정이나 사회 분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연극을 잘 몰라도 괜찮고, 오히려 “요즘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한 분들한테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명확한 결론보다는, 생각할 거리가 꽤 많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