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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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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저항'이라는 단어에서 투사와 깃발, 요란한 함성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코넬대학교 SC존슨경영대학의 수니타 사 박사님은 이 책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를 통해 저항의 정의를 새롭게 고쳐 씁니다. 저항이란 외부의 그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의사 출신 조직심리학자인 사 박사님은 모범생으로 자라 의대에 진학했지만, 타인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심리학으로 방향을 튼 본인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순응의 과학과 저항의 실천법을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거쳐 다양한 인문 서적을 우리말로 옮겨온 이윤정 번역가님의 섬세한 번역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심리학적 기제를 우리 일상의 언어로 잘 전달해 주어서 읽기 편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부당한 요구나 불편한 상황에서도 쉽게 '아니요'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고 위로합니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보상에 순응하도록 뇌가 배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 박사님은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챌린저호 폭발 사건 같은 방대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거절 앞에서 느끼는 '암시 불안'이 어떻게 우리의 도덕적 본능을 압도하는지 과학적으로 해부합니다. '네'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뒤틀리는 긴장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보내는 저항의 신호입니다.

저 역시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순응과 저항 사이의 갈등을 뼈저리게 경험해 보았습니다. 과거 제가 속한 집단에서 제 가치관과 충돌하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침묵하는 것이 '착한 구성원'이 되는 길이라 믿었지만 정작 제 안의 주체성은 서서히 마모되어 갔습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동의'가 성립하기 위한 5가지 요소—의사결정능력, 지식, 이해, 자유, 승인—를 되새겨보니, 당시 제가 했던 '네'는 사실 자유와 이해가 결여된 껍데기뿐인 순응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항은 타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나를 다시 세우는 '자기 긍정'의 행위라는 점이 제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사 박사님은 저항이 비범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항은 찰나의 결단이 아니라, 내면의 긴장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언어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5단계의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특히 '조용한 저항'에 대한 통찰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모든 저항이 요란할 필요는 없으며, 일상 속에서 미묘하게나마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내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 개인의 삶과 사회의 지형을 바꾼다는 분석은 우리에게 실천적인 용기를 줍니다. 이는 푸코가 말한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명제를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와, 저항을 해방의 도구로 승화시킨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갇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위한 정교한 실천 매뉴얼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선택을 미루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항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를 짓누르던 불안과 의심은 증발하고 그 자리에 진정한 해방감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제 누군가의 기대가 아닌, 당신의 참된 가치관에 '네'라고 대답하는 삶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