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
민이언 지음 / 미드나잇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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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붉은 노을>은 학교와 청춘, 후회와 기억을 한데 묶어낸 소설입니다. 민이언 작가님은 대학에서 한문학을, 대학원에서 중문학을 공부했으며 니체와 프루스트를 비롯한 철학과 문학의 언어를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이자 편집자입니다. <니체, 강자의 철학>, <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등 철학서를 써온 이력이 있는 만큼, 이 소설 역시 사건만 빠르게 전개하기보다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시 해석합니다. 특히 이문세와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을 서로 다른 세대를 이어주는 장치로 삼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학창 시절의 한 장면을 씁니다.  





하열아는 본래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학생입니다. 그는 액션배우를 꿈꾸며 운동에 몰두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하고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갑니다. 훗날 학생들에게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허망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에는 성공담을 미화하지 않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공부가 쉬웠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붙들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낯선 지역으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과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나, 버스를 놓칠 뻔한 설희와 함께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은 교육의 공식적인 면은 아닙니다. 원칙만 놓고 보면 교사는 규율을 관리해야 하지만, 소설 속 교사는 학생의 불안과 외로움까지 살펴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수업 내용을 정확히 설명해 준 교사보다, 특정한 순간에 내 표정이나 마음을 알아봐 준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의 맛이 과거 전체를 불러오듯, 이 작품에서는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가 기억을 불러옵니다. 이 소설의 하열아는 작가님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선택을 대신 실행하는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붉은 노을>은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를 통해 그때의 자신에게 다가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붉은 노을>은 학창 시절을 단순히 반짝이는 추억으로만 기억하지 않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철학적 언급과 회상이 많아 사건 중심의 빠른 소설을 기대한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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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신화 일본 - 숨길 수 없는 전쟁본능
호사카 유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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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극우의 신화 일본>은 일본 강경보수의 세계관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종교, 유학, 국가 권력이 수백 년 동안 결합하며 만들어진 결과라고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호사카 유지 작가님은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건너와 한일관계와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 강경보수 사상을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일본 사회의 내부 논리를 일본어 자료를 통해 추적하면서도, 한국에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의미를 해석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입니다. 저는 일본사를 볼 때 흔히 전국시대의 영웅이나 메이지유신의 성공만을 강조하는 설명에 익숙했는데, 이 책은 그 화려한 서사의 뒤에 어떤 신화와 침략 논리가 작동했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아마테라스 신앙과 일본 지배자의 자기 신격화가 연결되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신화에서 아마테라스는 태양신이자 왕실 계보의 시조로 자리 잡았고, 이후 지배 권력은 자신이 신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논리를 정치적 정당성으로 활용했습니다. 신궁 사진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은 이런 설명을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전국시대의 무장들이 단순히 땅과 권력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새로운 질서의 중심이나 신적인 존재로 만들려 했다는 해석이 인상 깊었습니다. 권력은 오래 지속되기 위해 언제나 이야기를 필요로 하고, 신화는 그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본사를 공부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볼 때마다 한 가지 불편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이에야스는 뛰어난 전략가나 통일자로 자주 묘사되지만, 조선 침략과 동아시아 질서에 끼친 폭력은 배경처럼 축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개인의 과대망상이나 말년의 일탈로만 설명하면, 그 이전부터 축적된 대외 팽창의 논리와 신화적 정당화 과정을 놓치기 쉽습니다. <극우의 신화 일본>은 침략이 단순히 한 인물의 광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본을 세계의 중심으로 상상하고 주변국을 아래에 두려 했던 사상적 흐름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를 인물의 성격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그 인물을 가능하게 한 관념과 제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부분은 일본이 성리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것을 신도와 결합하고, 결국 일본 중심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형했다는 설명입니다. 조선에서 성리학이 왕과 신하의 도덕적 책임, 명분과 질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면, 일본에서는 막부 권력과 무사 지배를 안정시키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물론 한 사상은 어느 사회에 들어가든 기존 문화와 권력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문제는 그 변형이 ‘일본이 곧 중화’라는 우월의식과 주변국 침략의 명분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진구 황후의 이른바 삼한정벌 신화가 교과서와 국가 의례를 통해 사실처럼 반복된 과정은 신화가 역사로 위장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허구가 오래 반복되면 믿음이 되고, 믿음이 국가 권력과 만나면 실제 폭력의 설계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극우의 신화 일본>은 일본의 역사와 정치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오늘날 혐오와 국가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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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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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예찬 #인문학 #철학 #추천도서 #미자모





<위험 예찬>을 쓴 안 뒤푸르망텔 작가님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 철학적 사유와 실제 상담 사례, 문학 작품을 함께 엮어 인간이 두려움과 욕망을 어떻게 다루는지 탐구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도 제목을 보고 오해를 하면 안됩니다. 위험을 무턱대고 감수하라고 부추기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안전만을 좇느라 삶의 감각까지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한 삶이 과연 살아 있는 삶인지 묻는 책입니다. 





저는 원래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고, 사람에게 상처받을 가능성도 미리 줄여두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먼저 손익을 따지고, 최악의 경우를 예상한 뒤에야 움직이는 편입니다. 이런 태도는 분명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오래 계산하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마음이 끌리는 일을 애써 현실적이지 않다고 밀어낸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의 순간은 다른 시간을 연다”는 관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위험은 사고나 파국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과거의 반복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없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한 내담자는 깊은 물과 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공간에 끌립니다. 작가님은 두려움을 사랑한다는 것이 공포를 즐긴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감정이 삶을 완전히 막아버리지 않도록 곁에 두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두려움이 늘 퇴각 신호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정말 피해야 할 위험을 알려주지만, 때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곳의 입구에서 발생하는 긴장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겁이 나느냐가 아니라, 그 두려움이 나를 보호하는지 아니면 삶을 지나치게 축소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일 것입니다.





사랑과 관계를 위험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룬 부분도 공감되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면 오해와 실망, 거절과 상실의 가능성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깊이 관계 맺지 않는 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안전은 연결되지 않는 삶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관계에서 실망한 뒤 마음을 덜 주면 덜 아플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처는 줄었지만 기쁨도 함께 줄었습니다. 이 책은 의존을 무조건 나약함으로 보지 않고,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인간적인 조건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무분별한 희생이나 해로운 관계까지 견디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끝난 관계를 놓아주는 결별 역시 하나의 위험한 결단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위험 예찬>은 빠르게 답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철학과 정신분석, 신화와 문학, 내담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므로 모든 문장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독서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을 지나치게 안전하게 관리하느라 무기력해진 사람, 새로운 선택 앞에서 계속 계산만 하고 있는 사람, 사랑과 이별, 고독과 불안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책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무모해지라는 권유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질문으로 읽혔습니다. 삶에는 피해야 할 위험도 분명 있지만, 끝내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겁이 없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겁이 나는데도 삶 쪽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아마 작가님이 말하는 위험은 그런 용기에 가까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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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시대철학 1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 비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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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바람둥이’라는 이미지입니다. 수많은 여성을 유혹하고, 관계를 즐기며, 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던 남자.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도 연애 기술이나 밀고 당기기를 다루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는 카사노바의 연애 편력만을 흥미롭게 소비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는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은 어디에서 생기는지, 그리고 타인의 관심을 얻는 능력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를 함께 묻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핵심을 헌신이나 진심이 아니라 ‘호기심’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는 점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느끼는 상대보다 아직 다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할 때 관계에는 긴장감과 생명력이 생깁니다.





카사노바는 바로 그 호기심의 작동 방식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모두 설명하거나 상대에게 끊임없이 확신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나 침묵을 만들었습니다. 책 속 표현처럼 그는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의 여백’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과거의 제 관계를 자연스럽게 떠올렸습니다. 한때 저는 사랑한다는 것은 솔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며, 상대에게 제 마음을 충분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표현했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썼으며, 관계를 지키기 위해 제가 더 많이 노력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는 태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제 기준을 낮추고, 관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무례한 말까지 이해하려 들다 보면 어느새 관계의 중심에서 제가 사라집니다.  


이 책이 말하는 ‘고프레임’은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라는 뜻이라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자유를 타인의 반응에 맡기지 않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내 가치가 달라지지 않고, 관계를 잃을까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으며, 사랑 속에서도 자기 삶을 계속 살아가는 사람. 저는 그것이야말로 제가 지난 관계를 통과하며 뒤늦게 배운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제나 타인보다 내 자유를 더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하는 일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제멋대로 행동할 자유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자유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관계가 끝난 원인을 제게서 찾으려 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예뻤다면, 조금 더 재미있었다면, 조금 더 맞춰주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요한 질문은 “내가 무엇을 더 해줬어야 했을까?”가 아니라 “왜 나는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 앞에서 오래 머물렀을까?”였습니다.


카사노바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줄이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과 지키고 싶은 기준이 있으며, 언제든 관계 밖으로도 걸어 나갈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상대에게 모든 시간을 바치고 모든 관심을 쏟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카사노바의 기술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환상의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같은 침묵도 상대에게 감정을 정리할 여백을 주는 배려가 될 수 있고,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어 집착하게 하는 조종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사노바는 상대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언어로 말하며, 자신을 흥미로운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탁월한 사회적 감각입니다. 그러나 상대의 결핍과 허영을 이용해 지배하려는 순간 매력은 곧 기만이 됩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과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이 책은 놓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책의 후반부가 특히 좋았습니다. 카사노바의 화려한 성공담만 보여주었다면 자극적인 연애 전략서에 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범했던 순간과, 여성을 자기 인생의 배경으로 소비했던 한계까지 함께 짚습니다.  


결국 건강한 매력에는 윤리가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되 일부러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것, 자신의 가치를 지키되 상대를 낮추지 않는 것, 자유를 사랑하되 그 자유로 타인의 존엄을 침범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단순한 연애 기술과 성숙한 관계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며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동안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가까워지는 일은 아름답지만, 그 사람의 관심을 얻기 위해 내 삶 전체를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각자의 세계를 버리고 하나가 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호기심을 품고 가까워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는 카사노바처럼 사람을 유혹하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의 매력과 기만, 자유와 착취, 자기 연출과 자기기만을 함께 바라보며 결국 독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시선 속에서 살고 있는가. 당신의 자유는 진짜 자유인가. 그리고 당신은 자기 삶을 어떤 이야기로 남기고 싶은가.


이제 저는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제 가치를 증명하는 사랑보다, 서로의 세계를 궁금해하면서도 각자의 자유를 지켜주는 관계를 원합니다. 마음을 다 보여주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진심을 주더라도 나까지 통째로 넘겨주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사랑의4분의3은호기심이다 #모티브 #리뷰의숲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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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
사랑좋아해적단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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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이 끝난 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상대보다 자기 자신일 때가 있습니다. 분명 상처를 받았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한동안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계속 되짚게 됩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조금만 달랐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같은 질문은 이미 끝난 관계를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상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는 그런 관계의 잔해를 예쁘게 정리해 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집착, 환상, 가스라이팅, 희망 고문과 비참함을 꽤 노골적인 언어로 들춰냅니다. 제목부터 다정한 위로보다는 너도 대충 알고 있었잖아라고 정곡을 찌릅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웃기기도 했고, 뜨끔하기도 했으며, 어떤 대목에서는 과거의 제 모습을 들킨 것처럼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사랑의 실패가 단순히 나쁜 사람을 만난 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분명 무책임하고 잔인했더라도, 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그 사람을 믿고 싶어 했던 나의 환상도 함께 작동합니다. 책 속 문장처럼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자기최면이 끝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저는 이 표현이 꽤 아프면서도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오랜 관계의 마지막에 상대에게서 사람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오래 만나 질렸다는 말은 관계를 끝내는 설명이라기보다 상대의 미성숙함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떠넘긴 폭력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에는 분노보다도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것 같았고, 내가 알던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 맞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은 제 가치에 대한 판정문이 아니었습니다. 관계를 품위 있게 끝낼 능력이 없었던 사람이 자기 욕망을 정당화하려고 내뱉은 조악한 변명에 가까웠습니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태도를 선택했는가였습니다. 관계가 끝날 수는 있습니다. 마음도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존엄까지 짓밟아야만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깝지 않습니다.

 

이 책은 리머런스라는 개념을 통해 상대를 실제 인물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숭배하는 심리도 이야기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상대를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이야기 속 인물로 편집해 바라보곤 합니다. 그 사람이 보내온 다정한 메시지 하나는 과대평가하고, 반복되는 무례함과 회피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축소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미 답이 나온 관계인데도, 머릿속에서는 아직 서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지에 관한 부분은 현실적인 관계의 잔인함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책임 있는 관계를 선택하지도 않는 태도는 상대를 가장 오래 묶어둡니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고 성장적인 감정으로 포장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불안과 소유욕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상대가 떠날까 두려워 감시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기 기준을 낮추며, 사랑받기 위해 계속 증명하려 들기도 합니다. 그런 감정도 사랑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는 우리가 부끄러워서 숨겼던 감정을 대놓고 말해 줍니다. 쓰레기인 줄 알면서도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 나를 버린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상대가 망하기를 바라면서도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논리적이지 않으며, 사랑이 끝났다고 애착까지 동시에 종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모순을 인정해야 비로소 자기혐오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사랑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다만 사랑을 이유로 자신까지 버리지는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망한 사랑을 골랐던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는 무엇을 고르느냐입니다. 이제 저는 더 현명한 사랑을 선택하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우리는망한사랑만골라서하지 #에세이 #모티브 #리뷰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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