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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 - 두려움을 다스리고 나를 알아차리는 불교 심리학 공부
페터 베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심리학 #불안 #불교 #갈매나무 #정신건강 #마음다스리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불안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앞으로의 삶이 잘 풀릴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안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불안하면 빨리 해결하고 싶었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좋지 않은 상태라고 여겼습니다.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페터 베르 작가님은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명상 코치입니다. 한때는 대기업 엔지니어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심각한 공황과 불안을 경험한 뒤 심리학과 명상, 불교 공부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번역은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관련 도서를 다수 번역한 장혜경 번역가님이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전문가의 이론서라기보다 실제로 불안과 공황을 오랫동안 겪었던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메시지는 "불안과 싸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불안을 없애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저자는 불안을 적으로 취급할수록 오히려 불안이 더 강해진다고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는 불안이 위험을 알려주는 경보장치이며, 인지과학에서는 불안을 사실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여기에 불교의 사성제(고·집·멸·도)를 접목하여 고통의 원인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종교적인 느낌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읽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특히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불안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저는 평소 여러 일을 동시에 벌이는 편입니다. 직장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다 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 번역 공부를 할 때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도 실패에 대한 걱정이 따라옵니다. 예전에는 이런 불안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불안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불안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은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불안이라는 감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음챙김, 호흡, 감사 산책, 감정 해방 과정(EFP) 같은 실천 방법도 소개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는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준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늘 무언가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불안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불안과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