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 흔들리는 중등 수학을 단단히 잡아 줄 든든한 길라잡이 막힐 때마다 꺼내 보는 중등 수학책 1
2S진(이성진) 지음 / 팜파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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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부터헤매기시작했다 #이성진 #팜파스 #중학수학 #중등수학 #수학공부 #미자모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지켜보면서 초등 수학과 중등 수학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숫자를 중심으로 계산했다면 중학교부터는 문자와 식, 음수, 방정식처럼 추상적인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할 때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기보다 ‘이런 문제는 이렇게 푼다’는 풀이 방법을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비슷한 유형을 반복해서 풀면 점수는 어느 정도 나왔지만, 문제가 조금만 달라져도 갑자기 막히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1 아이의 수학 교과서를 보면서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처음 등장하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방정식부터 헤매기 시작했다>는 제목부터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방정식부터 헤매기 시작했다>는 일차방정식과 이차방정식을 중심으로 방정식을 풀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하나씩 설명합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공식을 먼저 제시하고 외우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왜 이렇게 계산하는가’를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음수가 있는 덧셈과 뺄셈을 수직선으로 보여주고, 곱셈식을 나눗셈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나 등식의 성질도 중간 단계를 생략하지 않고 설명합니다. ‘다른 변으로 옮기면 부호가 바뀐다’고 기계적으로 기억하기보다 실제로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하거나 빼면서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게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수직선과 화살표, 간단한 도식이 함께 제시되어 있어서 글로만 설명된 수학책보다 개념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실제로 중1 아이에게 보여주었을 때도 일반적인 문제집을 볼 때와 반응이 조금 달랐습니다. 문제를 풀라고 하면 우선 정답부터 신경 쓰는데, 이 책은 설명을 읽으면서 “아,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고 과정을 확인하는 식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이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아는 문제라며 쉽게 넘기려다가도, 평소 당연하게 사용했던 풀이법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부분에서는 다시 눈길을 주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이 점이 유용했습니다. 아이가 문제를 틀렸을 때 단순히 “다시 풀어 봐”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느 개념에서 막혔는지를 함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량도 지나치게 두껍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는 참고서처럼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하나의 정답 풀이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방법뿐 아니라 미국 교과서의 접근법이나 저자가 고안한 ‘인수분해 대체 풀이법’ 등 여러 방법을 함께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중학생에게 여러 풀이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읽어보니 목적은 새로운 공식을 더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응용력을 높여주고 있어서 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중1 수학에서 방정식은 앞으로 이어질 수학 공부의 기초가 되는 만큼 처음부터 무작정 문제 수를 늘리는 것보다 ‘왜?’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정식부터 헤매기 시작했다>는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책이라기보다, 문제를 풀다가 막혔을 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개념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책에 가깝습니다.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예비 중학생에게는 방정식이 어떤 공부인지 미리 살펴보는 입문서로, 이미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는 헷갈리는 부분을 다시 짚는 보조 교재로 활용하기 좋아 보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학창 시절 누군가 “그냥 이렇게 푸는 거야”가 아니라 “왜 이렇게 되는지부터 보자”고 설명해주었다면 수학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방정식 앞에서 정말 헤매기 시작했다면 문제집 한 권을 더 얹어주기 전에, 먼저 이 책으로 길부터 다시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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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코어
오타쿠코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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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웹소설을 좋아합니다. 어떤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었다’는 말로 끝나지만, 어떤 작품은 다 보고 난 뒤에도 한동안 머릿속에 남습니다. 캐릭터의 선택을 계속 생각하거나, 이미 끝난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죽음이나 실패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타쿠 코어>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아, 이 책은 좋아하는 마음을 설명하는 책이구나.’ 여기서 말하는 설명은 오타쿠가 아닌 사람에게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변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왜 어떤 이야기와 인물에게 깊이 빠지는지 그 마음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책의 부제는 ‘우리는 사실 무언가의 오타쿠다’입니다. 흔히 오타쿠라고 하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을 떠올리지만, 조금 넓게 보면 사람마다 대상만 다를 뿐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특정 작가의 책을 모으고, 이미 본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한 번 들었다고 다시 듣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야기를 읽을 때, 인물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자는  이렇게그 실패와 선택을 따라가면서 어느 순간 그 인물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가짜 캐릭터한테 왜 울고불고 난리냐”라는 질문에 대한 책의 답, ‘당연히 진심입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릭터는 허구지만 우리가 느낀 슬픔과 감동까지 허구인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내 안의 실제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에 우리는 웃고 울게 됩니다.





이 지점은 오타쿠 문화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전체에도 연결됩니다. 수백 년 전 소설 속 인물에게 감동하는 것은 고상한 독서라고 하면서 현대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몰입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보는 기준은 조금 이상합니다. 둘 다 인간이 만든 허구이고, 우리는 그 허구를 통해 사랑과 상실, 실패와 용기 같은 현실의 감정을 경험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삶에 작은 세계 하나가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무협을 읽으며 현실에서는 갈 수 없는 세계를 여행하고,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의 성장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효율만 따진다면 이미 본 작품을 다시 보고, 굿즈를 사고, 다음 화를 기다리는 일은 별 쓸모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효율로만 구성된다면 음악도 소설도 여행도 상당 부분 불필요해집니다. 





<오타쿠 코어>가 재미있는 이유는 오타쿠 문화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이론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의 감정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제가 좋아했던 작품과 캐릭터들이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좋아하다 잊어버린 것도 있고,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도 있습니다. 몇 년 뒤 작품을 다시 보면 이야기뿐 아니라 그것을 좋아했던 당시의 나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누군가 그걸 왜 그렇게까지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거창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하니까요. 생각보다 그건 꽤 충분한 이유입니다.



#오타쿠코어 #모티브 #오타쿠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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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 태도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이원재 지음 / 에피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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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은 인문학적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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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 태도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이원재 지음 / 에피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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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건축레시피 #태도 #좋은건축 #건축의태도 #이원재의건축레시피태도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저에게도 유명 건축물의 사진은 늘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여행지에서 독특한 건물을 발견하면 카메라부터 꺼내 들었고, 멋진 미술관이나 도서관을 볼 때면 ‘이런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품곤 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여행길에서 마주쳤던 한 도서관에서도, 저는 웅장한 외관과 높은 층고에만 감탄하며 겉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바빴습니다. 저에게 건축이란 늘 눈앞에 보이는 완성된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태도>를 읽으며 제가 공간을 바라보던 시선이 완전히 뒤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책은 완성된 건축물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데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건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 건축가가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지를 알려줍니다.





책 제목에 붙은 ‘레시피’라는 단어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보통 레시피라고 하면 정해진 재료와 순서를 그대로 따라 해 비슷한 결과물을 얻는 조리법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명의 건축가에게는 그런 정형화된 공식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피터 쿡부터 톰 위스컴, 안드레스 자케, BIG의 카이우베 베르크만, MVRDV의 이교석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시선은 놀라울 만큼 다양했습니다.  





비전공자임에도 책장이 막힘없이 넘어갔습니다. 전문적이고 딱딱한 이론을 나열하는 대신, 이원재 건축가가 직접 세계 곳곳의 건축가들을 찾아가 나눈 생생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과 답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머릿속에 함께 들어간 듯한 몰입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톰 위스컴이었습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건축은 더 나은 미래의 세계를 어떻게 상상할지에 관한 것이라는 그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건축을 단순히 건물을 튼튼하고 멋지게 짓는 기술로만 여기던 제 좁은 생각을 단숨에 넓혀주는 문장이었습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생활 방식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나아가 도시의 내일을 먼저 상상하고 이를 물리적인 공간으로 빚어내는 일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위스컴이 건축물이 땅과 만나는 순간을 ‘착륙’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건물이 땅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났다기보다,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가 특정 장소에 살포시 내려앉았다고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곱씹을수록 공간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표현이었습니다. 같은 건물을 두고도 ‘어떻게 지었는가’가 아니라 ‘이것은 이 장소에 어떤 방식으로 도착했는가’를 묻는 순간, 그 공간이 품은 서사가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 좋은 건축가는 눈에 보이는 공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공간을 사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까지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드레스 자케와의 대화에서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하라는 그의 태도는 형태의 아름다움을 넘어 사회와 정치, 생태계라는 거대한 그물망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단순히 멋진 구조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과 그로 인해 생겨날 관계,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건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은 인문학적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건물 안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갑니다. 결국 벽의 위치나 출입구의 방향 하나조차 단순한 조형적 결정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관계를 잇거나 끊어내는 결정인 셈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AI와 기술에 관한 담론 역시 매우 시의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자 자신이 첨단 디지털 설계와 AI 건축을 연구해온 전문가인 만큼,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피상적인 유행어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업무를 하거나 일상을 살아가며 AI가 사람의 고유한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종종 고민하곤 했는데, 건축 역시 그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었습니다.


결국 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아니라 그 건축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피터 쿡의 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습니다. 


책을 덮고 난 지금도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한 문장의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일상의 크고 작은 건물들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화려한 외관이나 유명세 뒤에 숨은 건축가의 질문을 상상해보고, ‘이곳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여기 머무는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를 먼저 헤아려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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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풍요의 시대 - AI와 인류의 미래
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김태훈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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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풍요의 시대>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AI를 단순한 신기술이나 생산성 도구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AI 관련 해외 기사나 기술 동향을 자주 읽는 편이라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거나 로봇, 에너지, 바이오 기술이 AI와 결합한다는 소식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새로운 AI 서비스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크게 놀라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더 눈길이 갔던 것은 “AI가 얼마나 똑똑해질 것인가”보다 그 기술들이 동시에 발전하고 서로 연결될 때 인간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는 AI를 하나의 독립된 기술로 보지 않고 로봇공학, 생명공학, 에너지, 우주산업 등이 서로 가속하는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놓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초풍요’ 역시 처음에는 다소 과감한 미래학적 표현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 보면 그 개념을 단순히 “미래에는 모든 것이 넘쳐날 것이다”라는 낙관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배터리 비용의 하락, 위성 데이터와 AI의 결합,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장기 생산, 로봇을 통한 노동 자동화처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하나씩 연결해 보여줍니다. 제가 첨부한 본문에서도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저장과 전송 비용을 낮추는 문제, 자동화가 노동 구조를 바꾸는 과정 등이 구체적인 숫자와 사례를 통해 설명됩니다. 미래 전망서 중에는 근거 없이 거대한 그림부터 그리는 책도 많은데,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의 자료와 주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를 쌓아가기 때문에 적어도 저자들이 왜 이런 전망에 도달했는지는 따라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책 전체가 기술 낙관론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풍요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부분이 이 책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느꼈습니다. 기술이 더 싸고 편리한 것을 무한히 공급한다고 해서 인간이 자동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콘텐츠, 음식, 쇼핑, SNS처럼 과거보다 훨씬 풍부한 환경 속에서 살지만 중독이나 과잉 소비, 고립 같은 새로운 문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인간의 뇌가 보상과 자극에 얼마나 쉽게 끌리는지를 설명하며, 기술이 인간의 오래된 신경 체계와 결합할 때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AI 관련 해외 기사를 읽다 보면 기술 발전 속도와 기업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 다음 질문, 즉 “그렇게 강력한 기술을 가진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까지 끌고 갑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후반부의 ‘마인드 2.0’이었습니다. 저자들은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을 창의성, 목적의식, 몰입에서 찾습니다. 이것은 흔한 자기계발식 구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책 전체의 흐름과 연결하면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반복적인 정보 처리와 계산, 일정 수준의 창작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이 모든 분야에서 AI보다 더 잘하려고 경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지,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어떤 목표를 선택할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이 책에서도 인간의 뇌는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인다고 설명하는데, AI에 판단과 사고를 전부 맡기기 시작하면 그 경향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AI를 잘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하나의 강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GI나 ASI가 저자들의 예상 속도로 등장할지, 생산 비용이 정말 극단적으로 낮아질지, 초풍요 사회가 실제로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AI 발전을 단순한 챗봇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 교육, 의료, 에너지와 가치 체계 전체를 바꾸는 장기적인 변화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었습니다. 특히 평소 AI 뉴스를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개별 기술 뉴스를 한 단계 높은 시야에서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결국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초풍요에 관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풍요가 커질수록 인간에게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도 커진다는 메시지입니다.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점점 AI가 결정하겠지만, 그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원하는 미래로 만들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이 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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