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 공유되는 순간 완성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원칙
로빈 랜다.그레그 브라운 지음, 최은아 옮김 / 알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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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사람은 왜 어떤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주는가를 브랜드의 관점에서 파고드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쓴 로빈 랜다는 디자인·광고 교육과 크리에이티브 전략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연구자이고, 그레그 브라운은 글로벌 광고 현장에서 현대자동차, 도요타, 스타벅스 등 여러 브랜드 캠페인을 이끌어온 실무자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론과 현장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여기에 번역가 최은아가 광고와 마케팅 전문 용어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옮겨서 내용 자체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단순히 광고 사례를 나열하기보다 각 캠페인이 왜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왜 그것을 기억하고 공유했는지를 짚어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마케팅 책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사업과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요즘 특히 스토리텔링, 브랜딩, 마케팅 관련 책을 관심 있게 읽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콘텐츠가 좋아도 그것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됩니다. 반대로 비슷한 제품이라도 자신만의 서사와 관점을 가진 브랜드는 오래 기억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 브랜드보다 먼저 수용자를 보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공감하며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브랜드스토리는 브랜드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기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하인즈의 게임 관련 캠페인이나 여성의 문제를 공론화한 여러 캠페인 사례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관심을 끄는 광고는 단순히 제품 사진을 예쁘게 찍고 장점을 반복해서 말하는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살아가고 있는 문화와 문제 속으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아이디어 한 방보다 브랜드가 실제로 무엇을 믿는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였습니다. 특히 책 뒤쪽의 브랜드 친밀도 체크리스트와 사회적 입장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제가 브랜드를 운영할 때도 참고할 만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태도를 세밀하게 보고 있고, 자신의 가치와 맞는 브랜드에는 단순 구매 이상의 애착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창의성이나 크리에이티브를 타고난 감각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읽고, 기존 관습을 의심하고, 브랜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실용적이었습니다. 개인 브랜드나 작은 사업은 대기업처럼 막대한 광고비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디어와 메시지의 정확도가 중요합니다. 돈을 많이 쓰는 것보다 사람들이 이건 누구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편이 훨씬 강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작은 브랜드일수록 제품, 콘텐츠, SNS, 디자인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연결하는 브랜딩전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것은 결국 사람은 상품보다 의미를 기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 가운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도 제 사업을 키우면서 무엇을 팔 것인가만큼 왜 이것을 만드는가’, ‘이 브랜드와 만난 사람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는 광고업계 종사자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꽤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마케팅 기법 몇 가지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브랜드가 오래간다는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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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사람의 일의 공식 - 대체 불가능한 나로 성장하는 일잘러 사수의 인사이트
김영진(모두의 사수)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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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사람의 일의 공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를 꽤 현실적으로 묻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김영진은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마케팅, 기획, 영업, 조직 운영으로 영역을 넓혔고, 사원에서 팀장·본부장·임원·CEO까지 경험한 뒤 직장인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모두의 사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론적인 직장생활 조언보다 실제 조직에서 일을 맡고, 실수하고, 보고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성과를 증명해온 사람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점은 일잘러를 단순히 눈치 빠르고 센스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시작해 사회성, 실무 능력, 협업 능력, 자기 확신까지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어, 내 업무 방식 가운데 어느 부분이 강하고 어느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돌아보면서 일센스를 키우기에 좋았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을 잘한다는 것이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많이 느꼈습니다. 실제 조직에서는 업무 내용 자체보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이해하고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훨씬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가 문제를 가진 사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부분도 그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사나 고객이 요청한 일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과, 그 요청 뒤에 있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이 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자료 자체를 만드는 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자료가 누구에게 전달되고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지까지 생각해야 결과물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저 역시 일하면서 애매한 지시를 받았을 때 단순히 지시된 작업만 수행하면 오히려 나중에 수정이 늘어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질문문제 정의가 단순한 직장생활 팁이 아니라 실제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협업과 보고를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영역으로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혼자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은 반드시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력이 뛰어나도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거나, 자신의 기준만으로 판단하거나, 동료가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결과물을 넘기면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반대로 아주 화려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더라도 요청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중간 상황을 적절히 공유하고, 일정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를 얻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런 능력을 신뢰 자산으로 설명하는데, 이 표현이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업무를 맡으며 결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공유하고, 자신이 맡은 부분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완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모든 내용을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직장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했습니다.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태도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조직을 위해 무한정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개인의 커리어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 책에서 더 중요하게 읽은 것은 회사를 위해 더 일하라가 아니라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자신의 자산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일을 구조화하는 능력, 기록으로 성과를 남기는 습관, 사람과 협업하는 기술은 회사를 옮기거나 독립한 뒤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저처럼 앞으로 새로운 조직으로의 이동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 일을 만들어가는 방향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직장을 단순히 월급을 받는 장소가 아니라 실무 능력을 축적하는 훈련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충분히 참고할 만했습니다.

 

결국 <결국 해내는 사람의 일의 공식>에서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일머리는 타고나는 센스가 아니라 축적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일을 받은 뒤 목적을 확인하고, 필요한 질문을 하고, 결과를 기록하고, 피드백을 받은 뒤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특히 책 후반부의 셀프 피드백 루프라는 개념은 앞으로 제게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사수가 있으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늘 좋은 사수를 만날 수 없습니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스스로 내 업무를 평가하고 다음 방법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거나 곧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프로가 일하는 법을 참고하여 자신의 업무 방식을 한번 점검하는 용도로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프로가일하는법 #일잘러 #일센스 #사수 #리더십 #성공학 #리뷰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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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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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은 제목만 보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명상서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꽤 다릅니다. 저자인 자현 스님은 불교학과 동양철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를 공부한 학승이지만, 책에서는 어려운 용어나 근엄한 설법보다 지금 우리가 회사와 인간관계, 비교와 불안 속에서 실제로 겪는 감정을 아주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냅니다. 특히 감정을 없애는 것보다 감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 힘든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든 빨리 정리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첫인상은 꽤 낯설었습니다. 화나면 화나는 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일단 인정하라는 이야기가 너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제가 잘 하지 못했던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곧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불쾌한 일을 겪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도 별일 아니다라고 넘기려 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은 의외로 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뒤늦게 다른 상황에서 튀어나오거나, 이미 끝난 일을 계속 곱씹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바라보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감정을 무조건 정당화하라는 뜻이 아니라, 화가 난 나와 화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를 따로 만들어 스스로를 이중으로 괴롭히지 말라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감정 자체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라고 자신을 비난할 때 훨씬 더 지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불교 해석이 꽤 현실적이라 좋았습니다. 불교라고 하면 흔히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부처의 감정 수업>은 오히려 그런 이미지와 거리를 둡니다. 인간에게 욕망과 질투, 화와 불안이 생기는 것을 이상한 오류처럼 취급하지 않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에너지로 봅니다. 물론 그 감정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핵심은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는 데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최근 몇 년간의 제 경험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사람이나 조직 때문에 불쾌했을 때 그것을 무조건 참는 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경계까지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나는 이 상황이 싫다”, “이건 나에게 부당하다고 정확하게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책이 행복을 지나치게 평온한 상태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감정이 없는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대목이 꽤 유쾌했습니다. 기쁨만 있고 슬픔이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행복한 사람이라면 늘 안정되어 있고, 상처받지 않고,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삶이 조금 흔들리면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감정의 파도가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파도 하나를 인생 전체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화가 났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고, 지금 불안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감정은 지나가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이유로 자기 자신까지 깎아내리면 상처는 훨씬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부처의 감정 수업>은 저에게 감정을 잘 통제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감정을 조금 덜 무서워하게 해준 책입니다. 감정을 없애야 내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정이 올라와도 , 지금 나는 이렇게 느끼는구나라고 인정한 뒤 그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비교, 질투, 분노, 불안처럼 흔히 부정적으로 분류되는 감정까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감정을 아름답게 포장할 필요도 없고, 항상 착하고 평온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생겼을 때 나 자신까지 적으로 돌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고 여러 선택 앞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이 책을 읽어서인지, 마지막에는 내가 내 편을 들어주는 것도 수행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꽤 세속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저에게 잘 맞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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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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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일이 더 낭만적으로 보였다기보다 오히려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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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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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고검토하는교열부의쿠쥬씨 #쿠쥬씨 #교정교열 #교열자 #출판편집자 #출판업계 #책만들기 #출판에세이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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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권은 출판사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출판사에서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 고이시 유카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어렵고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교열 업무를 인터뷰와 만화 형식으로 친근하게 풀어냅니다. 옮긴이 현승희는 일본에서 만화를 전공한 뒤 일한 번역가, 외서 기획자, 단행본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 이 책과 특히 잘 어울리는 번역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일본어 문장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책을 만드는 사람의 감각을 가진 번역자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신쵸사는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까지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펴낸 출판사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본의 유명 출판사 내부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펼쳤는데, 읽을수록 화려한 출판사 이야기가 아니라 한 문장, 한 단어를 붙잡고 끝까지 확인하는 사람들의 노동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교열이 단순한 오탈자 찾기와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본문에는 등장인물들이 사전을 여러 권 펼쳐놓고 하나의 표현을 확인하거나, 작품 속 음식과 장소, 시대적 배경까지 조사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합니다. 한 사전에 없다고 해서 바로 틀렸다고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전을 찾아보고, 작품 속 표현이 실제로 가능한지 자료를 다시 확인합니다. 심지어 사전에 실린 표제어나 용례를 보면서도 이 표현을 작가는 어떤 의미로 사용했을까를 고민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특히 좋았습니다. 교열자가 문장을 자기 취향에 맞게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가 쓰고자 했던 문장이 독자에게 제대로 도착하도록 오류 가능성을 하나씩 걷어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교열자는 전면에 드러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대로 일했을수록 독자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전문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만 존재가 드러나는 일이라니, 약간 억울하지만 상당히 멋있는 직업입니다.

 





출판사 이직을 준비하는 제 입장에서는 이 책을 단순한 업계 만화처럼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출판사에서 일한다면 이런 과정을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본문의 교열자들은 글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면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사전을 비교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에도 작가의 표현을 함부로 바꾸지 않습니다. 특히 사전에 없으니 틀렸다가 아니라 여러 자료를 비교한 뒤 판단한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수학 문제처럼 언제나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맥에 따라 표현의 의미가 달라지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일부러 일반적인 문법이나 관습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좋은 교열에는 국어 지식만큼이나 독해력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객관적인 오류이고 무엇이 작가의 문체인지 구별하지 못하면 오히려 좋은 문장을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꼼꼼한 사람이라는 말 하나로는 교열자의 능력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사력, 언어 감각, 문맥 판단, 그리고 자신의 판단조차 다시 의심해 보는 태도가 모두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이렇게 치밀하게 일하는 이유가 결국 책에 대한 애정으로 돌아온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열자들이 사전을 뒤지고 자료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효율만 생각해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작업처럼 보입니다. 몇 글자 때문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이미 읽은 교정지를 다시 읽고, 다른 사람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오류까지 찾아냅니다. 그런데 출판이라는 일이 원래 그런 작업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전에는 작가의 원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 교열, 디자인, 제작, 마케팅 등 수많은 사람의 판단이 겹쳐집니다. 특히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를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좋은 책은 어느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작가의 좋은 원고가 출발점이라면, 그 원고의 오류를 점검하고 의미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는 쉽게 지나쳤던 판권면의 수많은 이름들이 사실은 한 권의 완성도를 조금씩 끌어올린 사람들이었다는 사실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고 출판사 일이 더 낭만적으로 보였다기보다 오히려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판사 일이 늘 즐거울 리는 없습니다. 계속 읽고, 비교하고, 확인하고,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는 분명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출판사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책이라는 결과물만큼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교열이라는 다소 낯선 직무를 소개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좋은 책 한 권이 얼마나 많은 의심과 확인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 이직을 준비하는 지금 읽어서인지 마지막에는 독자의 입장보다 책상 한쪽에 사전과 교정지를 쌓아놓고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금의 저에게 꽤 의미 있는 출판업 입문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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