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월자의 조건>은 유튜브 채널 <이클립스>를 운영하는 이클립스 작가님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니체, 헤세, 융, 아렌트, 한병철 같은 사상가들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이 왜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에 부딪히는지, 왜 변화하고 싶으면서도 결국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월'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지금의 나를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새로운 공부를 이어 갔고, 글을 쓰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시기에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특히 '미워하려면 그가 옳았어야 한다', '남의 좋은 소식', '별걸 다 해봤다'와 같은 소제목은 읽기만 해도 묘하게 뜨끔해집니다. 특히 남의 좋은 소식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요. 살다 보면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나 성공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감정을 단순히 질투라고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그 감정 뒤에 숨어 있는 결핍과 비교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여러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부도 했고, 새로운 진로도 준비했고, 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꽤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왜 이렇게 애쓰는데도 만족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를 이루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목표가 생겼고, 불안은 다른 형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문제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는지, 무엇을 증명하려고 애쓰는지를 먼저 보라고 말합니다. 읽으면서 니체의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장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니체는 성장 이전에 허위의 자아를 깨뜨리는 일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헤세의 '알 깨기', 키건의 '변화면역', 한병철의 '자기착취' 역시 결국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변화를 원하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자신을 지탱해 온 익숙한 방식을 버리는 것은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같은 선택을 반복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어떤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고민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는다기보다 제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철학자의 이름을 나열하며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실제로 겪는 감정과 선택의 문제로 연결합니다. 그래서 철학책이라기보다 삶을 해석하는 도구를 건네받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보통 철학책이 어렵고 따분한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마치 웹소설처럼 잘 읽혔습니다.
<초월자의 조건>은 가볍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읽고도 늘 비슷한 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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