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 - 누가 왜 국경을 그은 걸까
마스다 유리야 지음, 한호정 옮김, 한승동 감수, 이케가미 아키라 해설 / 날(도서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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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경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는 세계사를 국가별로 외우게 하는 책이 아니라, 지도 위의 선 하나가 왜 생겼는지를 따라가며 국제정치를 이해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스다 유리야 작가님은 고등학교 역사 교사 출신의 교육 저널리스트로, 세계 40여 국가를 직접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습니다. 한호정 번역가님의 번역도 문장이 어렵게 꼬이지 않아 청소년 교양서로 읽기 편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역사·지리·정치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발칸반도, 식민지배, 냉전, 민족분쟁을 각각 다른 단원에서 배우지만, 이 책에서는 모든 문제가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이 선을 그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핀란드와 러시아의 관계, 독일과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분쟁, 소련 붕괴 이후 생긴 월경지 문제를 읽다 보면 과거의 전쟁이 현재의 뉴스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도 처음에는 국경 이야기가 지루한 지리책일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에서 돈을 주고 샀다는 대목, 일본에서 오키나와로 가려면 여권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꽤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의 국경선이 왜 자로 그은 듯 반듯한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곳을 보지도 않고 유럽 나라들이 자기들끼리 나눈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교육적 효과는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국경선의 모양을 보고 식민지 역사를 추론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국경이 땅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 영공 폐쇄로 항공기가 먼 거리를 우회하는 사례를 통해 국경은 실제 우리의 물가와 여행, 에너지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을 세계 여러 국경 문제와 함께 바라보면서, 우리가 사는 현실 역시 세계사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모든 지역을 한 권에서 다루다 보니 개별 분쟁의 설명은 다소 압축적입니다. 관심이 생긴 주제는 다른 책이나 자료로 확장해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국경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는 시험을 위한 세계사 참고서라기보다 뉴스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입문서에 가깝습니다. 국제뉴스가 낯선 중학생, 세계사 공부를 사건 암기처럼 느끼는 아이, 자녀와 함께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학부모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는 뉴스를 보며 지도부터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이 아이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 같아 무척 뿌듯합니다.


#도서출판날 #청소년도서 #국경을읽으면세계가보인다 #리뷰의숲 #마스다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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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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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나오키상을 비롯해 본격미스터리대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술트릭과 인간 심리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I>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반전과도 조금 다르다. 사건의 범인을 맞히는 재미보다 '읽는 행위 자체'를 소설의 장치로 만들어 버린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어느 장부터 읽을지를 지금 결정하십시오."라는 문장이다. 보통 소설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I>는 독자가 시작 순서를 선택해야 한다. 본문은 똑같지만 어느 장을 먼저 읽느냐에 따라 주인공은 살아남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인식이 바뀌면서 결말이 달라지는 구조라는 점이 무척 신선했다.





읽는 내내 '정말 같은 문장을 읽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우리는 흔히 결말은 작가가 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독자가 순서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이미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같은 사건도 먼저 무엇을 알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보여 준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페트리코'와 '지오스민'이라는 제목이다. 비가 내릴 때와 비가 그친 뒤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뜻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두 이야기가 맞물리게 된다. 미치오 슈스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해져 추리소설이면서도 문학적인 여운이 길게 남는다.


나는 평소 책을 읽을 때 이야기뿐 아니라 작품의 구조와 장치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웹소설을 쓰고 번역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I>는 내용보다도 형식 자체가 큰 자극을 주었다. 이야기를 잘 쓰는 것과 이야기를 어떻게 읽게 만들 것인가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독자의 선택 하나만으로 같은 문장이 완전히 다른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무척 훌륭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정통 추리소설처럼 치밀한 수사와 사건 해결을 기대한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작품이다. 책을 덮고 나면 범인이 누구였는지보다 "내가 왜 이런 결말을 받아들였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I>는 단순한 반전 소설이 아니다. 독자의 선입견과 선택, 그리고 읽는 순서마저 이야기의 일부로 끌어들인 보기 드문 실험작이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독자는 관찰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완성하는 공범이 된다. 오랜만에 '소설은 아직도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구나'라는 즐거운 충격을 안겨 준 작품이었다.



#I #레이디가가 #미치오슈스케 #북스피어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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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방식이다 - 개정판
양태승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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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은 방식이다>는 삶의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한 사람이 어떤 태도로 시간을 쓰고 관계를 맺으며 선택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양태승 작가님은 건축가로 사회생활을 해왔고, 이후 공인중개사·생애설계사·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하며 배움을 이어온 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추상적인 성공론보다 실제로 부딪치며 얻은 생활 감각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 관계, 건강, 돈, 배움, 투자, 노년까지 범위가 넓지만 중심은 하나입니다.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방식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사진 속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쓰임은 전혀 다른 자원”이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열심히 버티는 것이 곧 성실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업무 자체보다 설명되지 않은 관행과 눈치, 갑자기 바뀌는 기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썼습니다. 일을 못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답인지 매번 달라지는 환경에서 계속 긴장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된 것은 시간을 많이 바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계와 배움의 중요성도 제 경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관계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된 관계는 사람의 판단력과 자존감을 조금씩 갉아먹습니다. 저의 이상한 직장생활도 결국 업무보다 관계의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명확한 기준보다 암묵적인 위계가 앞섰고, 책임은 아래로 내려오지만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성실한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이 감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관계란 무조건 참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와 역할이 분명한 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움 역시 자격증이나 지식을 쌓는 일에만 머무르지 않고, 나에게 맞지 않는 환경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이 책의 조언을 전적으로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선택”이라는 말은 힘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문화, 경제적 상황, 가족 책임처럼 개인의 의지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구조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유효한 이유는, 바꿀 수 없는 조건 속에서도 적어도 무엇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을지 정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결정 역시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다시 선택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많은 용기를 요구합니다.


<삶은 방식이다>는 성공 비법을 찾는 독자보다, 지금의 생활방식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싶은 분에게 잘 맞는 책입니다. 특히 일과 관계에 지쳐 있으면서도 계속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인생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쓰는 시간, 만나는 사람, 반복하는 습관을 돌아보게 합니다. 결국 삶은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의 방식에 더 정직합니다. 직장이 이상할 수는 있어도, 내 인생까지 그 회사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삶은방식이다 #하움 #양태승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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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1~2 세트 - 전2권 사금파리 한 조각
린다 수 박 지음, 김세현 그림, 이상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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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 #사금파리한조각 #린다수박 #동화 #아동문학 #추천도서





<사금파리 한 조각>은 고려 시대 도자기 마을 줄포를 배경으로, 이름 없는 고아 소년 목이가 도공의 꿈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입니다. 단순히 가난한 소년이 성공하는 과정이 아니라 꿈을 품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끝내 자신의 이름을 얻는 한 인간의 긴 성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화를 쓴 린다 수 박 작가님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영어권 독자에게 꾸준히 소개해 왔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2년 뉴베리상을 받으며 동양인 최초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의미가 큽니다.   





목이는 가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도 신분도 기술도 없고,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살아갑니다. 그러나 민 영감이 만든 청자의 빛을 본 순간부터 삶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는 당장 물레를 배우는 대신 진흙을 퍼오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을 가지면 곧바로 그 꿈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변부의 반복적인 노동을 견디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목이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당장 허락받지 못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2권에서 꽃병이 산산조각 나고 목이의 손에 사금파리 한 조각만 남는 장면은 1~2권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완성품은 사라졌지만, 한 조각만으로도 민 영감의 솜씨와 청자의 아름다움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려청자는 유약과 태토, 불의 온도, 가마의 상태가 조금만 달라도 원하는 비색을 얻기 어려운 예술품입니다. 더욱이 상감청자는 문양을 새기고 다른 흙을 메우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사금파리 한 조각에는 단순한 파편 이상의 의미가 담깁니다. 완전한 형태는 무너졌지만, 그 안의 기술과 정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목이 역시 가진 조건은 부족했지만,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는 본질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공부나 일을 시작할 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 준비해야 하는 일은 완성된 모습보다 실패한 초안과 중단된 과정이 더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목이가 깨진 꽃병을 보고도 길을 포기하지 않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완벽한 결과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은 어린이를 위한 성장동화이지만, 오히려 오래전 꿈을 미뤄둔 어른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모험이나 극적인 성공보다, 배움의 시간과 노동의 가치, 상실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가족을 차분히 그립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싶은 독자, 자신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끼는 사람, 실패 뒤에 무엇을 들고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동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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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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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가>는 전직 대통령의 생가 복원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에 수목 신앙, 한옥 건축, 가족의 비밀과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뒤섞은 오컬트 호러소설입니다. 영화감독으로 먼저 데뷔한 신재민 작가님은 이 작품을 처음에는 시나리오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문장을 따라간다기보다 마치 영화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흔히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으로 여기는 한옥을 공포의 중심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도편수 재헌은 집이란 위치와 건물의 조화, 동선까지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가는 처음부터 그 질서가 어긋나 있습니다. 사랑채 뒤에 감춰진 안채와 무너진 지붕, 알 수 없는 지하 공간은 단순한 괴담의 무대 이상이었습니다.





시록이 어머니와 거리를 둔 채 살아온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원망하지 않고, 이해받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대신 떠나는 쪽을 택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야말로 관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저 역시 가족이나 직장처럼 쉽게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설득하고 해결하려다 오히려 더 소진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록이 무조건적인 화해보다 자기 삶을 지키는 거리를 선택한 태도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이런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컬트는 내면의 공포와 죄책감, 권력욕을 눈앞에 꺼내 놓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순문학보다 이런 장르소설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악의를 세 시간 고민하며 비유로 돌려 말하기보다, 지하실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기어 나오는 편이 독자로서는 더 친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생가>가 자극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읽어보시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가>는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오컬트, 폐쇄된 공간의 미스터리, 빠른 전개와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담>이나 <곡성>처럼 현실의 역사와 민간신앙이 맞물리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집은 완성되어 가지만, 그만큼 인물들이 빠져나갈 길은 줄어듭니다. <생가>로 올 여름을 아주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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