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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타는 사람 - 변화의 시대 나를 지키며 유연하게 나아가기 위한 동양철학
김훈종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10월
평점 :
출퇴근길이 힘든 20~40대 직장인들에게 추천하는 책 <파도를 타는 사람> 서평


변화의 물살이 거세질수록 일상에 스며드는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렵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는 순간마다 우리는 마음을 붙들어줄 단단한 닻을 찾게 됩니다. 인문학자이자 오랜 시간 대중과 소통해 온 김훈종 작가님의 <파도를 타는 사람>은 바로 그러한 막막함 속에서 동양철학이라는 오랜 나침반을 건네는 작품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거친 바람을 탓하기보다 내면의 흔들림을 고요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훈종 작가님은 서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수십 년간 대중음악 및 교양 프로그램 PD로 활동하며 일상의 언어로 삶의 고민을 어루만져온 인문학자입니다. 방송 현장의 트렌드와 고전의 사유를 균형 있게 오가는 작가님의 이력은, 이 책이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실질적인 고민과 맞닿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감정, 자아, 변화, 관계라는 4가지 파도를 주제로 일상 속 25가지 불안 키워드를 엮어낸 이 책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친절하고 유연한 인문학적 안내서의 성격을 띱니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후회를 다루는 장에서 불교 경전의 ‘두 번째 화살’을 풀어낸 부분입니다. 피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이라는 첫 번째 화살에 더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며 자책하는 두 번째 화살 스스로에게 겨누는 어리석음을 짚어낸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진시황의 허황된 영생 욕망을 거울삼아 저자 자신이 일상에서 겪는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비추어보는 장면은, 대단한 위인이나 평범한 우리나 고통 앞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박한 위안을 안겨줍니다.

저 역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상황을 통제하려 아등바등하다 오히려 화를 자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진실을 외면한 채 타인의 시선이나 지나간 선택을 곱씹으며 마음을 소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삶의 파도를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장자나 도덕경의 가르침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는 태도가 진짜 지혜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켕기게 만들던 조급함이 조금씩 사그라들며, 내면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작은 틈이 생겼습니다.
흔히 동양철학은 마음을 비우고 현실을 도외시하는 처세술로 오해받기 쉽지만, 이 책은 철학이 치열한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무기임을 증명해 냅니다. 장자의 자유, 혜능의 직관, 공자의 단단한 주체성은 모두 외부의 폭풍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다만 이러한 고전적 지혜를 실천하는 과정이 단순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으로 소비되어선 안 됩니다. 거친 현실의 구조적 모순과 관계의 갈등 속에서 고전의 문장을 무리하게 개인의 수양으로만 환원할 때 생기는 한계점 역시 함께 경계하며 읽어야 비로소 책의 진가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와 관계의 피로감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고 싶은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불안을 다스리는 실마리를 인문학적 깊이와 유쾌한 통찰 속에서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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