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는 억울해! 1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ㅣ 작은책마을 65
노수미 지음, 한연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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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억울해 #노수미 #초등동화 #웅진주니어 #미디어리터러시 #미자모 @woongjin_junior





독서논술학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을 동화책을 찾다가 <호랭이는 억울해! 1>을 발견했습니다. 단군 신화 속 호랑이가 사실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였다는 설정부터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 놓았으니까요.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니 예상대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호랭이 캐릭터를 좋아했습니다. 무섭고 용맹한 호랑이가 아니라 침대에서 “억울해!”를 외치며 이불을 차고, 인간 세상에서는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 오해받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꽤 웃겼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호랭이의 억울함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버티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동물입니다. 그런데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여기서 장난스럽게 질문합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호랭이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쑥과 마늘이 싫어서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곰 꼬미 때문에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결과 수천 년 동안 ‘참을성 없는 호랑이’라는 억울한 평판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지요.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단군 신화를 통쾌하게 재해석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한쪽의 관점만 존재하는 걸까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믿어도 될까요? 호랭이는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색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굳어진 이미지에 충격을 받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과 영상,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호랭이가 정말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받아들이는 지점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짜 뉴스는 나쁘다’라는 정답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그런데 누구 말이 진짜지?”, “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믿었을까?”라고 묻게 하기 때문입니다. 초등 저학년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시작도 거창한 정보 판별 기술보다는 이런 의심과 질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노수미 작가는 KB 창작 동화제 대상과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도깨비 치유사>, <AI 디케>, <으라차차 달고나 권법>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재치가 돋보입니다. 특히 호랭이를 억울한 일에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만든 점이 좋았습니다. 그림 역시 호랭이의 표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살려 주어서 긴 글 읽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부담 없이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권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학교로 향한 호랭이와 꼬미의 본격적인 대결은 어떻게 이어질지, 4천 년 동안 굳어 버린 자신의 이미지를 과연 호랭이가 뒤집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2~4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빠른 사건 전개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이야기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는다면 가짜 뉴스, 소문, 오해, 사실 확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읽으며 ‘무엇이 정답인지 알려주는 책’보다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묻게 하는 책이 토론하기 좋은 동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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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 좋아하세요? - 평범한 아침에 만나는 열한 번의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12
채드 오젤 지음, 하인해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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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인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학이나 철학, 역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왔고, 과학은 제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러 과학책도 찾아 읽고 있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터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자’라는 말이 뉴스나 산업 분야에서도 자주 등장하다 보니,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양자물리부터 조금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진입장벽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불확정성 원리 정도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선뜻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대놓고 질문을 던지는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채드 오젤은 미국 유니온 칼리지의 물리학 교수로, 메릴랜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에서 레이저 냉각 원자 충돌 연구를 했습니다. <1초의 탄생>,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등 일반 독자에게 물리학을 설명하는 책을 꾸준히 써온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양자물리를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나 우주 같은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지 않습니다.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설 때까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알람 시계, 전기레인지, 휴대전화 카메라, 인터넷, 냉장고 자석, 토스터, 연기 감지기 같은 익숙한 물건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목차 구성도 재미있습니다. 일출에서는 중력·전자기력·강한 상호작용·약한 상호작용을 다루고, 빨갛게 달아오른 발열체에서는 플랑크의 양자 가설로 넘어갑니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광전 효과를, 알람 시계에서는 원자와 시간 측정을, 인터넷에서는 레이저를 만납니다. 이후 후각, 고체 물질, 컴퓨터 칩, 자석, 연기 감지기, 양자 암호까지 이어집니다. 즉 ‘양자역학 제1장, 제2장’ 식으로 이론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만지는 사물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개념을 하나씩 꺼내는 방식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한 제게는 이 방식이 특히 잘 맞았습니다. 저는 공식 자체보다 어떤 질문에서 하나의 개념이 태어났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어왔는지를 따라갈 때 훨씬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이 책에는 수식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내용을 단순한 비유로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이나 광전 효과, 프라운호퍼선, 행렬 역학처럼 실제 물리학의 발견 과정을 따라가면서 ‘무엇이 정답인가’보다 ‘인간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는가’를 보여줍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던 천재들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랑크는 자신의 양자 가설을 임시적인 수학적 방법처럼 여겼고, 밀리컨은 실험으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뒷받침하고도 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주장은 훗날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문제 제기가 양자 얽힘 연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 과학도 결국 완성된 정답의 집합이 아니라 의심하고, 틀리고, 다시 검증하면서 만들어진 인간의 지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양자물리를 ‘나와 상관없는 기묘한 이론’에서 ‘이미 내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세계의 작동 방식’으로 바꿔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센서는 빛의 입자성과 연결되고, 반도체는 전자의 파동성과 관련되며, 평범한 냉장고 자석에도 양자적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는 저처럼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양자컴퓨터나 현대 과학에 관심이 생긴 분, 양자역학을 공부해보고 싶지만 수식부터 등장하는 책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발견의 역사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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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쓰기 성경 :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 손글씨와 성경의 콜라보 ㅣ 따라쓰기 성경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최상훈 감수,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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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자체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성경뿐 아니라 불교 경전이나 여러 종교의 사상과 이야기를 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성경과 관련된 책들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다만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성경을 읽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인물이나 유명한 이야기는 알고 있어도 성경을 직접 읽으면 낯선 용어나 시대적 배경 때문에 흐름을 놓칠 때가 있고, 익숙하게 들어본 구절도 정작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씀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제게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가운데 핵심이 되는 55구절을 골라 예수님의 탄생부터 가르침과 비유, 기적, 십자가와 부활, 승천까지 순서대로 구성한 책입니다. 세 복음서를 각각 처음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놓았기 때문에 성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필사’였습니다. 성경을 처음부터 읽으려고 하면 아무래도 분량과 낯선 표현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하루에 한두 구절씩 직접 손으로 써본다면 훨씬 천천히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책을 펼쳐보니 먼저 연하게 인쇄된 글씨를 네모 칸에 맞춰 따라 쓰고, 아래에 같은 말씀을 다시 직접 써보는 방식입니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단어나 문장의 구조도 손으로 쓰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성경 필사만 덩그러니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 구절에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어 그 말씀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회개’, ‘복음’처럼 성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낱말도 간단히 설명해줍니다. 성경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쉬운 내용일 수 있지만, 저처럼 기독교적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작은 설명이 꽤 유용했습니다.





한글과 영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한글은 개역개정, 영어는 NIV를 사용하고 중요한 영어 단어에는 뜻풀이도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라는 익숙한 말씀 아래에는 같은 내용의 영어 문장이 함께 제시됩니다. 이미 한글로 의미를 이해한 문장을 영어로 다시 접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성경 영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또 중간중간 ‘보너스 따라쓰기’가 있고, 자신에게 기억에 남은 말씀을 골라 자유롭게 써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기계적으로 베끼는 워크북이라기보다 읽고, 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처럼 성경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한 비기독교인 성인에게도 꽤 괜찮은 입문서라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해설서를 먼저 읽기보다 매일 한 구절 정도 직접 써보면서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일까?’ 하고 궁금한 부분을 조금씩 찾아보는 식으로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세 복음서 전체를 읽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성경을 깊이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 전에 주요 이야기와 말씀에 익숙해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기에는 좋습니다.  


그래서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와 부모님은 물론,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싶은 분, 성경을 읽어보고 싶지만 낯선 용어와 방대한 분량 때문에 망설였던 분, 저처럼 종교는 없지만 종교와 성경이라는 텍스트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루 한 페이지씩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성경 속 인물과 이야기들이 전보다 조금은 친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거창하게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돌진하지 않고, 연필 한 자루 들고 55구절부터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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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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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다 보면 한글에 관한 이야기는 꽤 익숙해집니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부터 제자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 사라진 옛글자까지 여러 차례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내가 이미 아는 이야기가 꽤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의 재미는 익숙한 지식을 지금의 한국어와 세계라는 맥락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저자 이현준은 25년간 외국어 교육 사업을 해온 교육사업가입니다. 영어교육회사를 창업한 뒤 여러 외국어 교육 사업을 거쳐 현재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순수한 국어학자의 시선으로 훈민정음을 분석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외국어를 어떻게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한글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 점이 책의 성격을 꽤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은 의외로 신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9세기 바그다드의 이븐 쿠르다지바가 기록한 신라부터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 문자와 문명의 관계를 지나 훈민정음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한글 책인데 왜 여기서 시작하지?’ 싶었는데, 읽다 보면 저자가 한글을 고립된 문자로 설명하기보다 오랜 문명 교류와 문자사의 흐름 속에 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역시 훈민정음 자체를 다룬 대목이었습니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28자였지만 현재 한글 기본 자모는 24자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이 사라졌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에게 이 네 글자의 존재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습니다. 사라진 글자와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현대의 외국어 발음 표기에 다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특히 저자가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니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에 주목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훈민정음은 단순히 우리말을 눈에 보이는 글자로 옮기는 수단만이 아니라 소리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표기하려 했던 체계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훈민정음의 기본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뜨고, 획을 더해 관련된 소리를 나타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문자를 배우면서 동시에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은 지금 보아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울 수 있는 문자사와 훈민정음 이야기를 상당히 대중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전공서처럼 세세한 음운론적 논의를 따라가야 하는 책은 아니어서 한글에 관심은 있지만 전문적인 국어학 책은 부담스러운 독자도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신라와 이슬람 세계의 교류부터 세계의 문자, 훈민정음 창제, 해례본의 발견과 오늘날 한국어의 확산까지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교양서로서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글날마다 듣던 ‘한글은 과학적인 문자입니다’라는 설명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외국어, 문자, 역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합니다.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저에게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결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매일 너무 자연스럽게 ‘가나다라’를 쓰고 있어서 오히려 이 문자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고, 무엇까지 표현하려 했는지는 잊기 쉽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읽고 나니 한글은 이미 완성되어 박물관에 놓인 과거의 유산이라기보다, 여전히 질문해볼 거리가 많은 문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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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초인 수업 - 당신 안의 초인을 깨워줄 차라투스트라의 질문들
강용수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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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니체를 좋아해서 그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접하는 니체 해설서가 아니라 실제 번역본으로 읽어왔기 때문에, 이번 <니체 초인 수업>도 단순히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자기계발형 해설서라면 크게 끌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 ‘수업’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제가 읽기에는 니체의 말을 현대인의 성공이나 자기계발 공식으로 단순하게 바꾸기보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 초인이라는 개념을 다시 풀어내는 책입니다. 특히 ‘초인=남보다 강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깨뜨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인간으로 설명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자 강용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니체 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으며, 박사논문 「니체의 문화철학」이 국제 니체 연구 학술지 <니체 스튜디엔>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관한 여러 책을 써왔고, 니체의 <유고>도 번역했습니다. 대중적인 문장으로 철학을 풀어내면서도 원전 연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음이 넓고 오심이 된다고 해서, 존재의 의미를 저절로 깨닫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결국 실수를 하거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에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속으로 계속 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니체의 자기극복은 흔히 생각하는 ‘더 나은 내가 되자’와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유능해지고, 더 성공하고, 더 강해지는 것이 자기극복이라면 결국 현재의 자신을 끊임없이 부족한 존재로 취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극복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른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오히려 불편한 부분까지 포함한 자기 자신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그림자를 보지 않아도 살아지긴 한다. 다만 그것 역시 부리워할 자리엔 흘리고 싶은 허무가 찾아온다”는 취지의 부분도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외면한다고 당장 인생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얼마든지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긍정을 무조건적인 낙관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니체의 긍정을 “거센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 삶의 고통과 허무가 영원히 되풀이된다 해도” 다시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의 태도에 비유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니체의 운명애를 꽤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믿는 것이 긍정은 아닙니다.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만들어보는 것. 결과가 영원히 남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삶 자체를 무가치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오히려 그런 태도가 니체가 말하는 긍정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니체 초인 수업>은 니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초인’, ‘영원회귀’, ‘운명애’, ‘힘에의 의지’ 같은 핵심 개념으로 들어가는 비교적 편안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이미 니체의 번역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원전을 대체하는 책이라기보다, 자신이 읽었던 니체를 다시 정리하고 현재의 삶에 대입해보는 보조 독서로 읽기 좋습니다. 특히 요즘 말하는 ‘성장’과 ‘자기계발’에 조금 지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매일 어제보다 1퍼센트씩 성장해서 마침내 완벽해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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