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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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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읽고,  내용은 좋지만 너무 짧아서 다른 중단편과 묶어서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것도 좀...  

후기 제일 끝 문장 - '아무튼 센다이 시로 씨 덕분에 내 사업이 번창할지는, 이 책의 판매에 달렸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며.. 야속하다...!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현실같은 환상이 너무 너무 좋은데, 너무나 사적인 일상 이야기라는 것에는 실망했지만 이렇게 잠깐씩 이틀씩을 투자해 책 한권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에 살짝 기쁘기도 하고.  

하지만 언니나 친구와의 긴 통화에 불쑥 등장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사건이나 단상, 자칫하면 "그래서? 그게 뭐? 끝이야?"라는 반응으로 난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들이며, 다이어리나 블로그 훔쳐보기 정도라는 것을..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팁으로 알려주고 싶다.

아무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에 대한 개념(혹은 정의)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굳히며, 그래도 밉지는 않다. 

책 제본한 부분(옆면)을 찢어야 볼 수 있다는 좌선하는 부처님은 그냥 고이 모셔두고 다시 둘둘말아 책꽂이에 두기로 했다. 

더불어,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적인 이야기와 그의 꼬맹이 아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지 못하지만, 예쁜 공책을 하나 정해서 내가 내 사적인 이야기와 나의 주변 인물들 이야기에 자유분방한 그림까지 넣어 꾸며나간다면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꽤 의미있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에 비하면 책값 15,000원은 너무 너무 비싸지만, 일반적인 책의 형태가 아니라서 들어가는 수작업 비용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도... <무지개> 구입하는 사람한테 부록으로 줬더라면 정말 정말 사랑했을텐데.

아참, 중간에 불쑥 나타나는 널부러진 고양이 사진은 참 반가웠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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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동을 위한 심리치료
프랜시스 터스틴 지음, 이재훈 외 옮김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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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 아동을 둔 가족에게는 희망이 되고, 자폐에 대한 기존 이론들만을 토대로 자폐 아동을 대해왔던 전문가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이론에 따르자면 전문가들은 자폐 아동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해야 하는 과제를 만나게 된다. 그 동안은 자폐는 치료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치료 및 교육은 그 특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적응력을 키우는 훈련위주였다면 이제 그 자폐특성을 갖게 된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것들을 치유해 주어야한다. 

  현재 자폐로 불리우는 사람들 중에는 그 동안 치료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원인불명의 전형적인 자폐 이외에도 자폐스팩트럼에 속하는 유사 자폐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여 별 탈 없는 듯이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자폐 성향을 가진 - 자기만의 자폐 캡슐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이론이다.   

  정신분석가 또는 치료사가 어떤 역할과 자세로 자폐 아동을 대해야 하는 지도 중간중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어 공부하기에 좋다.

 *  전문용어가 많고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뒤흔드는! 내용은 아니라서  별점은 다소 낮으나 좋은책. 

 * T.S.Eliot 의 시가 중간 중간 자폐캡슐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대변해주고 있어서 사실적 서술보다 감성적인 서술을 더 잘 받아들이는 나에게 딱 좋았다. 덕분에 그냥 '외국 시인' 정도로만 알고 있던 Eliot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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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 어린 시절의 체벌과 학대가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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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읽으면서 너무 머리가 아파서 빨리 읽고 해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일을 미루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왜 그리도 아픈가.... 

  '나는 그래도 그렇게 많이 맞고 자라지는 않았어. '라고 읽으며 내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읽기를 중단하고 내가 몇 번 맞았던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세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은 여기 나온 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분이고, 그 때 부모님이 받아오신 교육방식 안에서, 또 당시 처했던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며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혼자서 그렇게 변명하며 안절부절했다. 

  그렇게 반이 넘어갈 무렵... 작가는 이렇게 안절부절 읽고 있는 나같은 독자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돌덩이. 그 돌덩이를 꽁꽁 묶어 두었던 매듭이 서서히 풀어졌다. 

  마지막. [아니타 핑크의 일기]를 읽으며, 내 일기장에 있음직한 글들과 만나며 동시에 머릿속에서 내 이야기를 해 나갔다. 

  지금까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입밖에 낼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마음 속에서조차 완전한 문장으로 만들어지지 못한채 나에게 거부당하던 단어들이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졌고, 내 감정에 대해 스스로 정직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가슴을 억누르던 돌덩이는 내가 원하면 언제들 굴러떨어질 것이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묶여있는 꼴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까지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받아들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묶여있던 나에게 내 선택에 따라 벗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준 이 책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제 내 의지에 따라 돌덩이를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나를 살리는 독서에 크게 기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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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정호승, 법륜, 박완서, 정운찬 외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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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은 몇 년 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법륜스님의 주례사였다. 그 때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야지 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읽어보며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정호승시인과 법륜스님의 죽음에 관한 글 두 편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었다. 법륜스님의 글은 윤회사상에 기초한 것이라서 기독교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참 고마운 글이었다.

박완서님, 박재동님이 쓰신 딸에게 주는 편지를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고 윤구병님이 쓰신 글을 읽다가는 똥푸는 사람 같이 생겼다는 글에 박장대소를 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을 찾아보기까지 했었다. 

정채봉님의 동화 이야기를 읽을 때는 죽음에 관한 법륜스님의 글을 읽기 전이라서 정채봉님이 돌아가시지 말고 더 많이 아름다운 동화들을 계속 써주시면 좋을텐데 하고 안타까워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들 생각을 많이 했고, 한 편 한 편 주고 싶은 사람도 떠올랐다. 따로 적어놓고 잊지 않게 종종 꺼내보고 싶은 부분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적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 좋은 사람들 몇 명에게 선물로 보내고, 내 것도 주문했다.

우리집 책꽂이에 가보로 꽂아두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다시 읽으며 그 마음에 되새기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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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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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 위인전 속 인물들을 만나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진짜로 그 어린 나이에도
자기가 하는 행동에 확신이 있었는지,
겁나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69쪽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 가는 것도 같고,
맘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136-137쪽

이제 죽음 같은 건 바다나 고래로도 어쩔 수 없음을 알 것 같았다.
이제 죽음은 마음속의 압력밥솥이나 축축한 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죽음은 슬퍼하는 이상한 방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223쪽

"기억하는 일은 왜 중요해요?"

"그것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지.
잘 떠나보낸 뒤 마음속에 살게 하기 위해서다."-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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