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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 어린 시절의 체벌과 학대가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6년 8월
평점 :
처음에는 읽으면서 너무 머리가 아파서 빨리 읽고 해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일을 미루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왜 그리도 아픈가....
'나는 그래도 그렇게 많이 맞고 자라지는 않았어. '라고 읽으며 내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읽기를 중단하고 내가 몇 번 맞았던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세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은 여기 나온 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분이고, 그 때 부모님이 받아오신 교육방식 안에서, 또 당시 처했던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며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혼자서 그렇게 변명하며 안절부절했다.
그렇게 반이 넘어갈 무렵... 작가는 이렇게 안절부절 읽고 있는 나같은 독자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돌덩이. 그 돌덩이를 꽁꽁 묶어 두었던 매듭이 서서히 풀어졌다.
마지막. [아니타 핑크의 일기]를 읽으며, 내 일기장에 있음직한 글들과 만나며 동시에 머릿속에서 내 이야기를 해 나갔다.
지금까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입밖에 낼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마음 속에서조차 완전한 문장으로 만들어지지 못한채 나에게 거부당하던 단어들이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졌고, 내 감정에 대해 스스로 정직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가슴을 억누르던 돌덩이는 내가 원하면 언제들 굴러떨어질 것이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묶여있는 꼴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까지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받아들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묶여있던 나에게 내 선택에 따라 벗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준 이 책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제 내 의지에 따라 돌덩이를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나를 살리는 독서에 크게 기여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