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얼마전에 목사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딸이 하버드에 들어갔다며 행복해하셨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은 처음 본 것같았다. 자식이 좋은 학교 가서 기뻐하는 모습은 인지상정인데도 나는 마음이 편칠 않아서 설교시간에 화장실에 가 앉아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누가 그 집 아이 어느학교 다니냐고 물으면 금방 대답을 못하시고, 얘가 원래는 몇등을 하곤 했는데 그게 어찌저찌 되어서....길고 긴 변명 내지는 부연설명 내지는.... 뭐 그런걸 쭈욱 늘어놓으시던... 나는 그걸 보면서 한편으론 반항하고 한편으론 자학했다. 언젠가는 나도 하버드란델 가보고 싶다고 몰래 생각하면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크면서 걔는 나처럼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서 자유롭게 행복하길. 아버님은 엊그제 손녀랑 통화하시면서 한국말도 잘 못하는 여섯살짜리에게 크면 하버드 가야한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어려서부터 꿈을 갖게 해야한다고.  나는 이제 지겹고 지쳤다. 

지난 달에 지도교수가 학위를 그만 두라고 말했다. 다들 경제가 힘들어서 학생을 줄여야하는 실정이다,  이번 5월까지 끝내지 못하면 내보내라고 대학원본부에서 그러는데 보아하지 못끝낼 것같다, 그러니 그만둬라.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계속해서 한줄씩 두줄씩 논문을 쓰고 있다. 교수 사무실에 놓고 온 초안들을 교수는 읽어보지도 않고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있다. 제 시간에 못끝낼 일에 시간을 버리기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계속 쓰고만 있다. 내가 바로 패배자구나 생각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많이 아파하는 글들을 보면 위로가 된다.
섬세함과 아파함이 쪼잔함, 소심함등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생활속에서.
명랑해야한다, 긍정적이어야한다, 진취적이고 대범해야한다....
그런 말 자체가 내겐 힘들다.
신경숙의 종소리를 얻어다가 화장실에 놓고 틈틈이 보면서
아프지 않은 우리의 건강함이 오히려 문제가 아닌가 위안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픔이라는 선물은
질도 양도 기쁨과는 비교가 안되는
큰 선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사랑의 시작은 네가 나일 수 있고 내가 너일 수 있다는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장애인이 될 줄은 몰랐어요."
내가 너처럼 장애인일 수 있었고 네가 나처럼 유학생일 수도 있었고
내가 어려서 세상을 돌아다녔다면 너처럼 지금쯤 몇 개 국어에 능통할 수 도 있었고
내가 흑인일 수 있었고 네가 여자일 수도 있었고 내가 무식하고 한심한 누구누구일 수 있었고....
내가 네 상황이라면 이렇게 하겠다, 보다
내가 너로 태어났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나라는 사람의 고유함과 특수성이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내 성취와 내 실패 모두 나의 것이지만
그 고유함은 사실 세상 누구의 것일 수도 있었다는 보편성이
나와 다른 이를 가진자와 못가진자, 잘난 이와 못난 이, 베푸는 이와 받는 이로 나누지않고
조금이라도 동등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같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함께 가야할 이상향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은
또 다른 힘든 과정이겠지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09-03-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진 고유성은 사실은 다른 모든 나를 둘러싼 인연과 시간과 공간의 만남일 뿐,
나 아닌 누군가도 나와 같은 환경과 시간과 인연 속에선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사실 극소수랍니다.
님이 가진 마음의 유연함이 댓글을 달게 하네요.
안녕하세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paintsilence 2009-03-22 06:26   좋아요 0 | URL
첫 댓글이예요. 얼마나 반가운지....
상품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