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목사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딸이 하버드에 들어갔다며 행복해하셨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은 처음 본 것같았다. 자식이 좋은 학교 가서 기뻐하는 모습은 인지상정인데도 나는 마음이 편칠 않아서 설교시간에 화장실에 가 앉아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누가 그 집 아이 어느학교 다니냐고 물으면 금방 대답을 못하시고, 얘가 원래는 몇등을 하곤 했는데 그게 어찌저찌 되어서....길고 긴 변명 내지는 부연설명 내지는.... 뭐 그런걸 쭈욱 늘어놓으시던... 나는 그걸 보면서 한편으론 반항하고 한편으론 자학했다. 언젠가는 나도 하버드란델 가보고 싶다고 몰래 생각하면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크면서 걔는 나처럼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서 자유롭게 행복하길. 아버님은 엊그제 손녀랑 통화하시면서 한국말도 잘 못하는 여섯살짜리에게 크면 하버드 가야한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어려서부터 꿈을 갖게 해야한다고.  나는 이제 지겹고 지쳤다. 

지난 달에 지도교수가 학위를 그만 두라고 말했다. 다들 경제가 힘들어서 학생을 줄여야하는 실정이다,  이번 5월까지 끝내지 못하면 내보내라고 대학원본부에서 그러는데 보아하지 못끝낼 것같다, 그러니 그만둬라.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계속해서 한줄씩 두줄씩 논문을 쓰고 있다. 교수 사무실에 놓고 온 초안들을 교수는 읽어보지도 않고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있다. 제 시간에 못끝낼 일에 시간을 버리기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계속 쓰고만 있다. 내가 바로 패배자구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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