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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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성격이 급하다. 그리고 잘 불안하다.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쉬거나 명상을 한다는것이 성질에 맞지 않다. 뭔가를 해야하고 찾아야한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게 되었을때 좋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해일처럼 찾아드는 공황감이란...스스로에게 놀랐었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의 한국인이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뭔가에 쫒기고 찾아다니는...돈이나 명예등의 사회적 성공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느정도의 입지를 다진 사람도 역시 불안하고 초조해하는것을 보면 그것을 얻는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닌것 같다.

 얼마전 EBS의 한 다큐멘터리를 보니 한국 엄마들의 비교심리를 보여주는데 나 역시 그것에 크게 지배받고 있는것 같다. 욕심. 허영을 버려야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되돌아봤을때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걸까. 내가 남보다 잘났다는 우월감이 아닌 자존감과 자유로움이 충만할때 헛된 것을 버리고 정말 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잘 보듬으며 일어날때 그때 정말 홀가분함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이 -홀가분-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사실 다들 맘깊이로는 알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짠해지면서도 또한 희망이 생긴다.

 헛된 욕망과 승부에 집착하는 당신. 허상과 불안에 쫒기는 당신. 머리로는 이유를 다 알고 있으나 가슴으로는 아직도 두근두근 편해지지 않는 당신에게 주는 허브차 같은 책이다. 편안하게 썼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책욕심과 급한 성격에 주루룩 읽다가... 아..이 책은 천천히 한모금씩 읽어야하는 책이구나..하고 침대모서리에 다시 모셔두게 되는 책이다.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를 좋아하는 내가 어서 따뜻한 허브차의 깊이에 빠져들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이 옳은 거라는것.앞으로 잘 될거라는 격려를 이 책에서 얻어본다. 한가지 아쉬운거..삽화의 수준이다.  적당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가벼워 보일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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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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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솔직히~~이런 내용인줄 몰랐단 말이다. [서태지와  왕따 세대.코카콜라와 프링글스, 안나수이와 다이어트를 종횡무진 누비는 화자는 세태의 한 단면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라는 책의 소개구절에 같은 세대로서 반가운 마음이었는데...70년대생으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한 여자의 우당탕탕 적당히 즐겁고 황당한 사고도 치는 삼순이 같은 이야기이겠구나..추억과 공감을 많이 할수 있겠군..하고 느긋하니 가벼운 맘으로 펼쳤는데 말이다...절대 즐겁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잔인하고 슬픈, 무겁고 힘든 내용이라 읽으면서 내내 입을 쩍 벌릴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을 놓을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슬픈 내용인데 왜 이리 재미있는 건지!!!!(미안해..유미야... ㅠ.ㅠ)  거대한 몸집을 가진 주인공..유미의 끝없는 폭식은 단순한 식탐이 아닌 존재감의 확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먹고 뱉는 사투를 편하게 지켜볼수가 없었다. 단지 체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하는 소외와 폭력.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진들의 모습은 돼지를 잡는 하이에나의 무리와 같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배려는 절대 찾을수 없는 학교안에서의 처절한 약육강식.하지만 그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런 주인공을 위로해주는 존재가 부모도 선생도 아닌 오로지 서태지 뿐이라는 것은 참으로 슬프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마냥 무겁게 되지만은 않는것은 컴백홈이란 메세지가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보다 자신의 원래 자리에서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까.피하고 도망가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그 이유에 대해 정면으로 맞닥뜨릴때 비로소 살아야할 의지가 (비록 벌레의 꿈틀거림같을지라도...) 삶을 지탱할 힘이 생긴다는 것을 주인공은 지난한 과정을 통해  깨달아간다. 

 친구인 지은이도 주인공도... 그녀들의 자리는 너무도 힘겹고  전망도 어둡지만 그래도 그들에 대해 희망을 가져보는건 자신 스스로 서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고 무겁다고 수선을 떨었지만 사실 이 책에는 블랙 위트? 상황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 유머가  가득하다. 이런 작가 흔치 않다.. 오래간만에 기대주를 만난것 같다. 황시운 작가.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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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탄생 - 만화로 보는 패션 디자이너 히스토리
강민지 지음 / 루비박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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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중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올칼라 만화로 내놓았다. 전문 만화가가 아닌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인데 책도 두껍다. 에르메스부터 시작해 샤넬, 루이 뷔통, 발렌시아가, 지방시. 이브 생 로랑 등등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들이 펼쳐진다.
 특히 이름이나 기행으로 존재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디자이너들, 질 샌더, 존 갈리아노. 장 폴 고티에 등등까지....명품들이 거의가 다 그것을 만들어낸 원조 디자이너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것, 곧 옷이 그 디자이너의 캐릭터까지 담아 하나의 생명으로 자리잡게 된 이야기들이 생생하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귀엽지만 흔해보이는 그림체에 약간은 오밀 조밀한 구성으로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가졌는데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작가 강민지씨는 어둡고 시크한 분위기지만 그녀의 만화는 무척이나 재미있고 따뜻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명품으로 자리잡았는지. 그 히스토리와 특성, 그리고 비화를 이렇게나 알기쉽게 이쁘게 그려내다니...1년동안 절치부심하며 열심히 그렸다는 그녀의 노고는 박수받을만 하다. 나도 여자라서 명품이라는 브랜드들에 맘이 끌리지만 그 높은 가격이 부담도 되고 또 왜 그렇게 비싼건지 그런데도 왜 다들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한국의 이상한 명품선호열풍에 빈정이 상해 짜가라도 들고 다녀줄까...라는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그 수많은 명품브랜드들에 담겨있는 정신(물론 지금은 다수가 대기업의 마케팅으로 상업화되어있는게 안타깝지만...)을 존중한다면 짜가는 절대로 못들고 다닐 일이다.가격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가방을 만나서 소중히 오래 지니는게 걸맞는 자세겠다. 명품을 그냥 좋아하는것과 왜 명품인지 알아서 좋아하는건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명품의 가격으로 코가 높아지기보다 명품의 가치를 알고 닮으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참 이쁘고 즐거운 책이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소개가 짧아진다는 것.그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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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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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중년의 주부로서 지난 젊은 날을 생각해볼때 가장 잘한 일은 모임에 들어 사람을 많이 만나봤다는 것. 그리고 가장 후회되는 일은 혼자 여행을 다녀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겁이 많아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것에 대한 동경 못지 않게 두려움도 커서 꿈만 꿨지 제대로 된 시도 한번 해보지 않았으니까.
 유럽출장때...(이것도 너무 아쉬운게 떼로 다녀야했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만났던 여대생들의 당찬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이 살면서 외로울때 자신을 잊기 쉬울때 해봐야하는것이 여행인데 과연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없는 내가 아이 키우며 나이들어 혼자 여행해볼 수 있을까..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런 동경 속에 혼자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 그것도 대중교통이 아닌 자전거로 여행했다는 한 여인의 이야기는 놀랍다. 유럽도 아니고 미국, 일본도 아니고...낙후되고 더울 그 나라를 여자 혼자 어떻게...그런 호기심 속에 이책을 펼쳤다.

 작가의 약력을 읽다보니 다소 우려가 되는 면이 있었다. 너무 심각하고 복잡하고 거창하다. 읽다보니 재미도 있지만 흡입력은 다소 약하다. 소소한 에피소드는 주로 두 가지를 얘기한다. 이제 개발되는 베트남, 그 속에서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래도 때때로 만나는 사람들의 순박함. 꼭 그게 베트남만의 이야기는 아닐것 같은데....작가의 약력에서 느낀 것처럼 너무 심각하고 엄격하게 사람들을 대하는게 아닐까..라는 느낌이 든다. 인류학과 대학원생답게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는 원인들을 사회적, 환경적으로 통찰력있게 짚어내는 면이 뛰어나다. 하지만 좀더 유쾌하고 풍성한 감성으로 여행을 했으면 좋았을텐데..(뭐, 이건 내 개인적 취향이지만.) 작가는 그보다는 다소 건조하고 엄격한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여행의 흐름에 나 역시 풍덩 빠져들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근자근 조용히 얘기하는 그녀만의 목소리는 한비야 같은 이의 큰 파도와는 다른, 올곧게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울림을 준다.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 좀더 그녀의 색깔을 감성적으로, 또한 세련되게 뽑아줄 편집자를 만난다면 훨씬 큰 날개를 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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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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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세계화시대...그리고 스피드 시대에 맙소사..40여년전 여행이야기란다. 사진 한장 없이 오로지 작가의 일기와 메모, 그리고 일러스트만으로 40년 전의 유럽여행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니 의아했다. 자고로 여행기란 최신의 정보와 화려한 화보들이 기본이 아니던가! 라고 느낄만큼 요즘의 여행 책들은 대개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작가의 감성을 돋보여줄 아름다운 현지 사진이 촤라라락 펼쳐져야 가지 못하지만 가고 싶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치열한 전쟁 속에 이 놀랍도록 수수한 책이라니...섹시하고 요염한 젊은 처자들 속에 나이 지긋한 할배가 한명 앉아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든 이유는 두가지. 40년 전의 유럽에 대한 호기심과 명불허전이라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국땅인 한국에서까지 출판될만큼 강한 생명력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을 출판한 곳이 씨네 21이라는것.지금까지 경험상 출판사도 책의 작품성에 상당한 관련이 있다. 또한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이름. 세노 갓파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으니...책을 중간쯤 성급히 펼쳐봤던 첫 느낌은 아이구~망했다..라는 탄식이었다. 아파트 도면도 머리 아파하는 나인데 왠 호텔방 도면이 한 두장도 아니고 .... 40년전 유럽 각국의 호텔방..작가가 묵었던 호텔방들에 대한 도면이 한 묶음이니 이건 뭔가...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찬찬히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그 당혹감은 놀람과 감동으로 변했다.

 세노 갓파. 갓파라는 요괴이름으로 개명할 만큼 독특한 괴짜인 그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책을 내기 위해 쓰지 않았기에 그의 기록들은 오히려 더욱 기발하고 진솔하다. 이 책이 왜 아직도 인기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명불허전이다. 싸구려 감상과 겉만 번지르르한 사진들로 도배된 여행기들이 횡행하는 요즘. 진정한 여행기가 어떤 건지 알려주는 좋은 책이 나와서 반갑고 감사하다. 세노 갓파의 눈으로 본 40년 전의 유럽으로 오히려 유럽을 제대로 꿰뚫어본 것같다. 누구의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중간자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좋은 중간자를 만난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세노 갓파. 재미있는 천재. 이 책을 읽고나서 그가 쓴 다른 책들을 당장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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