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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같은 세계화시대...그리고 스피드 시대에 맙소사..40여년전 여행이야기란다. 사진 한장 없이 오로지 작가의 일기와 메모, 그리고 일러스트만으로 40년 전의 유럽여행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니 의아했다. 자고로 여행기란 최신의 정보와 화려한 화보들이 기본이 아니던가! 라고 느낄만큼 요즘의 여행 책들은 대개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작가의 감성을 돋보여줄 아름다운 현지 사진이 촤라라락 펼쳐져야 가지 못하지만 가고 싶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치열한 전쟁 속에 이 놀랍도록 수수한 책이라니...섹시하고 요염한 젊은 처자들 속에 나이 지긋한 할배가 한명 앉아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든 이유는 두가지. 40년 전의 유럽에 대한 호기심과 명불허전이라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국땅인 한국에서까지 출판될만큼 강한 생명력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을 출판한 곳이 씨네 21이라는것.지금까지 경험상 출판사도 책의 작품성에 상당한 관련이 있다. 또한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이름. 세노 갓파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으니...책을 중간쯤 성급히 펼쳐봤던 첫 느낌은 아이구~망했다..라는 탄식이었다. 아파트 도면도 머리 아파하는 나인데 왠 호텔방 도면이 한 두장도 아니고 .... 40년전 유럽 각국의 호텔방..작가가 묵었던 호텔방들에 대한 도면이 한 묶음이니 이건 뭔가...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찬찬히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그 당혹감은 놀람과 감동으로 변했다.
세노 갓파. 갓파라는 요괴이름으로 개명할 만큼 독특한 괴짜인 그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책을 내기 위해 쓰지 않았기에 그의 기록들은 오히려 더욱 기발하고 진솔하다. 이 책이 왜 아직도 인기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명불허전이다. 싸구려 감상과 겉만 번지르르한 사진들로 도배된 여행기들이 횡행하는 요즘. 진정한 여행기가 어떤 건지 알려주는 좋은 책이 나와서 반갑고 감사하다. 세노 갓파의 눈으로 본 40년 전의 유럽으로 오히려 유럽을 제대로 꿰뚫어본 것같다. 누구의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중간자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좋은 중간자를 만난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세노 갓파. 재미있는 천재. 이 책을 읽고나서 그가 쓴 다른 책들을 당장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