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을 선택할 때의 정보를 보았을 때,
작가가 이렇게 옛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을 법 했기 때문이다.

1866년 영국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H. G. 웰스는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과학사범학교(런던대학 이학부의 전신)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후 교사로 취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27세 때 폐결핵에 걸려 요양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발표해 과학소설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쥘 베른과 함께 ‘공상과학소설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럴만 하다고 하다.
아주 길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시작되고, 돌려 말하지 않고 빠른 호흡으로 사건을 전개시키기 때문에 지루할 틈도 없다.

아직 20세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씌여진 소설이라기엔 작가의 상상력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SF영화에도 많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언젠가는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도 복제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실험은 당연히 동물이 재료가 될 것이다.

이런 복제 이전에 인간의 노예가 될 다른 하나의 종, 인간도 짐승도 아닌 다른 하나의 종을 새로이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실험을 하는 이와 그 실험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 이, 그리고 그 새로운 종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인간은 세상을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 세상의 주인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는 우리의 뒷세대가 쓸 자연을 잘 쓰고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의 주인인 양,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양 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이 모두 이 자연의 일부임을 이해하고
더 이상의 신놀음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소. 당신이 본 그 족속들은 동물들을 자르고 붙여 새로운 형태로 만든 거요. 그것을 위해, 생명체의 적응력 연구를 위해 내 일생을 바쳤소. 나는 다년간 연구하면서 내가 원하는 지식을 얻었고. 무서워할 필요 없소.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잖소. 이건 모두 몇 년 전의 실용 해부술 일반에 기반하고 있소. 하지만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영역이지. 내가 개조하는 건 단순히 동물의 외형만이 아니오. 생리적 측면, 동물의 화학적 리듬까지 영구 변화를 겪게 만들 수 있소.”
-본문 중에서

아무리 완벽한 과학기술을 가졌다 해도, 아직까지도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다 설명할 수 없고, 자연이 우리를 흔든다면 그걸 피할 완벽한 방법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니 더 이상은 인간의 욕심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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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책 읽기를 사명처럼 생각하고,

책 읽기로 남에게 뽐내기를 좋아하고,

책을 쌓아 두는 것으로 젠 체 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읽었다.

책은 모름지기 께끗이, 책을 본 티가 나지 않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지만,

문득문득 이 책에는 밑줄을 쫙쫙~ 긋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아니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개인적으로 젖이 모자라 구강기에 심한 불만족을 경험한 나로써는

지적욕구나 재산에 집착하고, 질투가 심하고, 남을 비꼬기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

구강기의 불만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엄마의 젖이 모자랐던 탓이라고 미루고 싶지만...

나의 이러한 책 읽기 욕심도 다 그런 연유에서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하여 블로그 제목도 바꾸게 되었다.

일년독서백편이라는 것이 도시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책 읽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꼭 100권을 읽어야 할 이유가,

꼭 100권 이상을 읽어야 할 이유가...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유 다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모름지기 책은 천천히, 본문의 말을 빌자면

간이역마다 서는 완행열차처럼 읽어야 한다고 했거늘...

빨리빨리,

책을 읽는 것마저도 그렇게 빨리빨리 해치워서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말이다.

 

책 읽는 행위에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책 읽기가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냥 행복한 책 읽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책 읽기를 통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어린이라면

그림이 예쁘고, 재미난 이야기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을 말한다.

어른이라면 눈에 잘 들어오는, 줄거리가 눈에 보일 듯 잡혀서 손에 들자마자 끝을 볼 수 있는

그런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말한다.

 

나는 여태껏,

책 읽기 자체를 즐거움으로도, 행복으로도 삼지 않는 세태속에서

내가 내 즐거움으로 책 읽기를 삼았다는 것에 우쭐하고 자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 읽기를 통해서 책 속의 내용을 천천히 생각해가며 지은이의 생각을 읽고, 뒤집고, 비판하면서

안목을 길러주고, 자기의 삶과 덧대어 남의 슬픔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고 깊이 읽기를 하고,

같은 주제를 각각 다른 분야에서 다른 책들과 서로 비교하며 읽는 겹쳐 읽기를 하여,

지식의 폭을 넓고 깊게 만드는 것.

책 읽기가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읽고 토론하고, 다시 글을 쓸 때서야만이 비로소

책 읽기의 과정이 완성된다는 것.

 

예를 들면 지은이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험프리 리처드슨의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 그리고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겹쳐 읽음으로써

[로빈슨 크루소]만 읽었을 때 느꼈을 재미 이외에 이 작품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저 책을 읽어라~라는 단순한 메세지의 전달이 아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강력한 권유의 책이다.

물론 이런 책 조차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겐 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 책은 나에게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오늘부터 나는 새로운 호모부커스로 태어나려고 한다.

 

책 읽기 역시 고통 없이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는 고행이다.

그 고행의 길을 걸어가 나도 책 읽기의 달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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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케이트 제이콥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여자들은 대부분 뜨개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이라는 말로 일반화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가 아는 많은 여자들이 그랬다.

무슨 영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흔들의자가 있고,

벽난로가 있는 풍경,

그리고 무릎에 놓인 따스한 색깔의 털실뭉치..

그렇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아니 음악이 없더라도

차라리 눈보라가 휘몰아치거나, 비바람이 부는 날.

온기가 가득한 내집, 내 편안하고 안락한 의자 속에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하여 뜨개질을 하는 상상,

한 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장면일 것이다.

 

사실,

그건 상상에 불과하고,

아줌마들이 아는 뜨개질, 혹은 뜨개질 클럽이란

클럽이란 말을 붙이기도 뭣하지만

동네 뜨개방, 실가게 안쪽

조그만 구석방에서 옹기종이 모여앉아

집에서 부쳐 온 부침개나

전날 제사를 지냈다며 싸들고 온 떡같은 걸 나눠먹으면서

사는 얘기, 누구누구 뒷담화등으로

소리높여 웃어가면서 한땀 두땀 뜨개질을 하는 것.

그것이다.

그 안에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금요일밤의 뜨개질클럽] 도 우리네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초보이다.

인생은 한 번 연습으로 살아보고 다시 잘 살아보자고 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기에,

누구나, 어느 누구나 처음 가는 길

되돌려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다.

처음으로 뜨개질을 시작하는 것처럼~

 

실을 고르고, 첫 코를 뜨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게이지를 내고, 복잡한 무늬를 내고

그러다 다시 털실을 풀어내기도 하고

완성품을 만들지 못한채 구석에 쳐박아 두기도 하고

힘을 내어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결국은 마감하여 이어붙이고 한 벌의 옷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뜨개질이라면 우리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처음부터 선택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리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그러다 실패와 맞닥뜨리기도 하고,

그 어려움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방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서 완성시키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에서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던 자신의 인생을

뜨개질 거리를 완성하듯 완성해간다.

 

한 벌의 옷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

시련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어서, 혹은 도움을 주어가며

끝내는 완성해간다.

 

30대 싱글맘인 조지아워커와 그의 딸 다코타

조지아의 멘토 애니타

그리고 성격과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금요일밤마다 뜨개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받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웃고 울었다.

 

줄리아로버츠를 주인공으로 영화화를 계획하고 있다니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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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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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을 이겨낸 건지 섬 사람들의 매혹적인 이야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2차 대전 중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채널 제도의 건지 섬에서 벌어진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채널 제도는 영국 자치령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동부 해안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수백 년 전부터 독자적인 의회와 화폐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지역이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유일한 영국 영토이기도 하다.
해안선과 구릉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풍광의 건지 섬은 예부터 유서 깊은 관광지이다. 프랑스의 문호 빅톨 위고가 한동안 머물며 작품을 썼던 집은, 환상적인 자연 경관과 더불어 건지 섬의 관광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이 아름다운 섬에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과 용기, 우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아직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당장 만나고 싶다.”
책이라고는 성경과 사료 설명서 외에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독서클럽을 만들었다! 그 사정은 이렇다. 엘리자베스와 이웃들은 독일군 몰래 잡은 돼지를 구워 파티를 벌이고 통행금지 시간을 훌쩍 지나 집으로 돌아가다가 순찰대에게 발각되었다.강제수용소로 끌려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독일식 정원’에 관한 독서 토론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는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하필이면 독서 애호가인 독일군 사령관이 다음 독서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통보를 했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독서클럽을 급조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사랑한 독일군 장교의 아이를 낳은 엘리자베스, 독일군 점령 직전에 손자를 본토로 피신시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는 에벤, 닭과 염소를 키우며 남성용 강장제를 만들어 파는 이솔라, 연정을 품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워즈워스의 시를 암송하는 크로스비, 먹을 게 없으면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티스비(‘감자껍질파이’를 만들게 한 장본인). 순박하고 매혹적인 건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이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건지 섬 어느 모퉁이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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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

언제 수용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와 두려움,

그 모든 고난의 시기를 잊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문학의 힘이었다.

편지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의 건지아일랜드는

읽고 있을 때보다,

다 읽고 났을 때,

아니 그 책을 읽은지 한참 지났을 때야 비로소

가슴이 더 저릿하고 입가에 미소가 떠올려지는 따뜻한 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온기와 체온이 그대로 느껴지는 편짓글이 가슴을 데우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우리 주변에는 빨간 우체통도,

침을 발라가며 붙이던 우표도 멀어져 있다.

내게 날아오는 것은 각종 고지서와 안내장 뿐

편지라는 것은 어쩌면 추억의 한 이름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 즈음에 온통 편짓글로 가득한 건지아일랜드를 만난 것은 행운이고 기쁨이다.

줄리엣이 도시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도시의 답장을 기다리듯 책장을 넘겼다.

도시가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면 내가 받은 듯이 가슴이 뛰었고,

시드니와 소피에게 보낸 편짓글에서 줄리엣이 자기의 감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 

 

이미 전쟁은 끝났고,

전쟁으로 인해 급조된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편지와 문학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게 되는 이 소설은 정말 사랑스럽다.

편지의 내용속에 온통 문학얘기 뿐인 것은 아니다.

 

독일군 점령시에 일어났던 전쟁의 폐해도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배에 태워 멀리 보내야 했던 이야기,

누군가는 수용소로 끌려 갔다는 이야기,

먹을 것이 없어 독일군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굶주린 이야기,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한 이야기.....

그런 가슴아픈 이야기조차 모두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소설이라까..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의 회원에게 편지를 부탁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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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클럽
유춘강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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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른 즈음에 결혼한 그녀들, 
마흔 즈음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영화로 치자면 헤드카피에 해당하는 저 윗줄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딱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서른 즈음에 결혼하여 마흔 즈음이 된 나...

다른 그녀들은 어떻게 결혼하여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장 독특한 케이스만을 선별한 대표주자였고, 
너무 드라마같은 삶을 사는 그녀들이었기에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와는 조금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녀들의 독백과도 같은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너무 사랑해서 죽을 때 한 날, 한 시에 죽어야 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함께 살면서 생긴 정으로 누군가 먼저 떠나야 한다면
같이 탄 버스에서 먼저 내리는 사람을 보내는 그런 아쉬운 마음으로 배우자를 떠나 보내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한 번도 마흔 즈음에 있을지도 모를 급작스런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

열 너댓살, 혹은 스무 살, 서른 살즈음에 생각했던 대로
마흔이 되면, 아니 마흔 정도가 되면 일생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뭐든 내맘대로, 생각한 대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어째 마흔 즈음에 오니 더 복잡해지고 알 수 없어지는건지..
예고편이라도 살짝 보여주면 실수를 좀 덜할텐데 하는 생각..

너, 그동안 왜 그렇게 살았니? 좀 더 낭만적이었어도 좋았잖아...

남편이 좋아하는지 어쩌는지도 모른 채, 
철철이 남편의 옷과 구두따위는 백화점에서 사들였으면서도 
처녓적 좋아했던 핑크빛 립스틱은 관두고 팥죽색같은 립스틱을
그것도 다 써버린 빈 곽처럼 생긴 립스틱을 새끼손가락으로 파서 써야 하는 마흔 즈음의 '나'라는 주인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시대의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하는 공감을 가졌다. 
대부분의 아내는, 엄마는 여자이기보다는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옷을 사도 아이들 옷을, 남편 옷을 먼저 사게 되고
먹을 것을 사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 남편이 좋아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죽을만큼 사랑해서 한 결혼도, 
남편의 혹은 남편가정의 돈이나 다른 조건을 보고 한 결혼도, 
조건도 사랑도 그만그만하다고, 이 정도면 안정적이라고, 
노후를 위해 들어 놓은 연금보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한 결혼도
결국에 한 십년쯤 세월이 흐르고나면 
사랑도 빛이 바래고, 꽃처럼 시들어서 조금은 쓸쓸함만 남게 되는걸까?

반쯤은 사랑으로, 반쯤은 보험을 든 기분으로 결혼을 했지만 그 보험이 중간에 없어져버린 '나'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했지만 사랑에 발목이 잡힌 것 같은 지소, 
조건을 보고 결혼했지만 조건 때문에 결혼생활은 빈 껍데기같고 모래사막같은 소정..

그녀들에게 마흔이란
늙지도, 그렇다고 아주 젊지도 않은 나이
상실과 분실의 나이 
젊음을 분실하고,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하고, 
운이 나쁘면 ‘나’처럼 배우자를 상실하는 나이이다. 

공감한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설레이기에는 어색한 나이..
그렇지만 또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에, 혹은 봄이라는 계절에 설레이고 싶은 나이..

마흔은 친구들이 보고 싶은 나이라고 한다. 
다시 사랑을 하기에는 늦어버린 나이라서 친구들을 찾게 되는걸까?
어느 정도 안정되고, 아이들도 커버려 자신의 시간이 조금씩 나는 때..
그래서 그 빈 시간을, 빈 가슴을 오래 된 우정으로 채우려 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니 더욱 확실해진다. 
그래도 난 행복하구나...
조건에 매달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사막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도 않으며, 
사랑에 목매어 결혼했지만 능력없는 남편을 먹여살리려고 자신을 소비하고 있지도 않으며, 
사랑과 보험 반반이었지만, 그 보험이 어느날 갑자기 소멸되는 불운을 겪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더더군다나 
나는 다 비어버린 립스틱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색깔도 아니다..
아직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엔 이른 나이, 마흔..
그 다음 인생을 더 풍요롭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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