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책 읽기를 사명처럼 생각하고,

책 읽기로 남에게 뽐내기를 좋아하고,

책을 쌓아 두는 것으로 젠 체 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읽었다.

책은 모름지기 께끗이, 책을 본 티가 나지 않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지만,

문득문득 이 책에는 밑줄을 쫙쫙~ 긋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아니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개인적으로 젖이 모자라 구강기에 심한 불만족을 경험한 나로써는

지적욕구나 재산에 집착하고, 질투가 심하고, 남을 비꼬기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

구강기의 불만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엄마의 젖이 모자랐던 탓이라고 미루고 싶지만...

나의 이러한 책 읽기 욕심도 다 그런 연유에서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하여 블로그 제목도 바꾸게 되었다.

일년독서백편이라는 것이 도시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책 읽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꼭 100권을 읽어야 할 이유가,

꼭 100권 이상을 읽어야 할 이유가...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유 다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모름지기 책은 천천히, 본문의 말을 빌자면

간이역마다 서는 완행열차처럼 읽어야 한다고 했거늘...

빨리빨리,

책을 읽는 것마저도 그렇게 빨리빨리 해치워서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말이다.

 

책 읽는 행위에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책 읽기가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냥 행복한 책 읽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책 읽기를 통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어린이라면

그림이 예쁘고, 재미난 이야기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을 말한다.

어른이라면 눈에 잘 들어오는, 줄거리가 눈에 보일 듯 잡혀서 손에 들자마자 끝을 볼 수 있는

그런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말한다.

 

나는 여태껏,

책 읽기 자체를 즐거움으로도, 행복으로도 삼지 않는 세태속에서

내가 내 즐거움으로 책 읽기를 삼았다는 것에 우쭐하고 자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 읽기를 통해서 책 속의 내용을 천천히 생각해가며 지은이의 생각을 읽고, 뒤집고, 비판하면서

안목을 길러주고, 자기의 삶과 덧대어 남의 슬픔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고 깊이 읽기를 하고,

같은 주제를 각각 다른 분야에서 다른 책들과 서로 비교하며 읽는 겹쳐 읽기를 하여,

지식의 폭을 넓고 깊게 만드는 것.

책 읽기가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읽고 토론하고, 다시 글을 쓸 때서야만이 비로소

책 읽기의 과정이 완성된다는 것.

 

예를 들면 지은이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험프리 리처드슨의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 그리고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겹쳐 읽음으로써

[로빈슨 크루소]만 읽었을 때 느꼈을 재미 이외에 이 작품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저 책을 읽어라~라는 단순한 메세지의 전달이 아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강력한 권유의 책이다.

물론 이런 책 조차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겐 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 책은 나에게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오늘부터 나는 새로운 호모부커스로 태어나려고 한다.

 

책 읽기 역시 고통 없이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는 고행이다.

그 고행의 길을 걸어가 나도 책 읽기의 달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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