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천재 수학자 케이트는 고향 마을을 떠난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오로지 똑똑하기만 한 천재 소녀를 왕따시키던 그 시골 마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외롭던 그녀를 지켜주던 그 시골마을 그랑빌의 유일하고도 명망높은 퍼즐 박물관과 그 박물관의 주인인 애번데일 교수님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 도움을 요청한 교수님의 눈빛은 공허하리만치 비어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지만 그가 기다리던 해리는 실종상태. 그러던 어느 날, 애번데일 교수는 그의 칼날에 목을 찔린 채 케이트에 의해 발견되고 다급히 경찰을 부른 케이트를 교수의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녀를 살인범으로 끊임없이 의심하는 경찰 서장은 외부에서 부임한 경찰로 온 마을 사람들은 서장이 행하는 모든 일들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선다.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자격증 없이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고 벌금을 부과하는 경찰 서장에게 반발하는 마을 사람들은 우리네 작은 시골마을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라 우리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외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다 그렇다고 치부해버리고 배척하는 그런 것 말이다. 심지어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는 이야기를 서장에게는 털어놓지 않는다. 서장이 뭔들 알겠느냐, 어디 잘 해내는지 두고 보자는 심보이다.

 

그런 작은 마을에도 개화의 바람은 불고, 박물관 자리와 마을 주요한 몇몇 집의 위치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요지가 되지만 애번데일 교수님도 그 작은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은 쇼핑몰이 들어선다고 박물관을 없애거나 집을 팔고 싶지 않아 대립하게 된다. 박물관은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통째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고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케이트를 불러내린 교수는 케이트에게 어떠한 힌트도 주지 못한 채 살해되고 만 것이다. 교수님에 대한 애정과 박물관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임시 박물관장 자리를 맡고 살인범을 추적하려고 애쓰는 케이트도 어느 샌가 살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케이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자기가 할 일을 척척 해내는 경찰서장과 함께 퍼즐을 풀 듯 하나하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책의 제목이나 겉표지에서처럼 강렬한 미스터리물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나이 든 여인네들의 수다와 삐걱거림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내고 있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살인범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찰서장을 남자로 바라보는 젊은 여주인공의 로맨스까지 어쩌면 밝고 명랑한 소설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협박편지, 감금, 그리고 누군가는 조금씩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스도쿠에서 미리 알려준 힌트 숫자들처럼 여기저기 배열되어 있어 긴장감도 준다. 정통 미스터리물이라기에는 약간 부족하지만 '미스터리물'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트 스타 이모탈 시리즈 5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역시 YA장르인 이모탈 시리즈의 5권, <나이트 스타>이다. 이런 이모탈 시리즈 1권인 <에버모어>를 읽은 것이 어언 1년하고도 반이 지난 이 시점에, 남은 이모탈 시리즈 세 권을 훌쩍 뛰어넘어 5권이라니!! 일단은 읽기 시작했고, 읽기 시작하니 에버와 데이먼의 러브스토리가 조금씩 기억에서 되살아 났다. 에버는 가족과의 교통사고에서 혼자만 살아남았고, 그 경험 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들리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능력 덕분에 에버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기를 두려워 했고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후드티를 뒤집어 쓴 채 스스로를 왕따로 만들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놀랍도록 잘생긴 그러나 오라가 없는, 생각을 읽을 수도 없는 데이먼이 나타난다. 그녀가 아는 한 오라가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 뿐인데 말이다. 그녀를 가끔 찾아오는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그녀의 동생 '라일리'처럼 말이다. 데이먼은 그녀를 지키는 그리고  몇 백년을 걸쳐 끊임없이 그녀를 사랑하는 '불사자'였던 것이다.

 

 

불사자라고 하니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가 떠오른다. 그도 몇 백년을 젊음을 유지하며 놀랍도록 잘생긴 얼굴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그 젊음 때문에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무르지 못한다. 그들은 그 긴 세월동알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에버는 못 다한 사랑을 지키려는 듯 몇 번씩이나 환생을 거듭해가고, 그럴 때마다 데이먼은 그녀의 옆에 나타나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에는 위기가 생긴다. 첫 편에서는 드리나의 방해를 받았다. 이번 <나이트 스타>에서는 왠지 낯익은 편안한 느낌의 주드, 그리고 그녀의 절친이었지만 불사의 약 엘릭서를 먹고 남용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로만을 에버가 죽였다고 오해하여 에버를 괴롭히려는 헤이븐까지. 헤이븐은 데이먼이 에버에게 알려주는 그들의 전생이 편집되었다고, 데이먼은 에버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이간질하고 에버는 그 비밀과 주드에게 느껴지는 마음 때문에 데이먼을 멀리하기에 이른다.



<굿바이 욘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의 기억을 저장해놓고 그녀를 보고 싶을 때 꺼내 볼 수 있다는 시스템에 등록을 했던 어떤 한 남자는 그녀를 그리워하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저 세상에 있는 그녀로부터. 그리고 그 시스템을 이용하여 그녀와 함께 새로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끝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삶은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그들은 그 완벽하고도 끝없이 행복한 세상을 떠나려고 한다.

 

불사자. 죽지 않는 사람. 끝도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노인들이 험한 일을 당했을 때 하는 말이 있다.  "늙으면 죽어야지, 내가 너무 오래 살아 이런 꼴을 보는구나." 우리가 너무나 빨리 시간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지나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만약 불사자라면,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이 지나가는 세월이 야속하지도 아쉽지도 않을 것이다.

 

중간의 세 권이나 훌쩍 뛰어넘어버렸지만 그래서 에버와 헤이븐의 사이가 멀어진만큼이나 줄거리의 갭이 커져 버렸지만 큰 이야기의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만큼이라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영생불사의 약이 엘릭서를 먹으며 에버도 불사자가 되었지만 로만의 저주에 걸려 사랑하는 데이먼과의 접촉이 불가해진 가운데 서로의 오해를 진정한 사랑으로 풀어낸 에버와 데이먼의 마지막 여행기 <에버라스팅>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설백물어란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주인공 모모스케는 가난을 이유로 상인에게 양자로 들어갔으나 상업에는 도통 관심도 재주도 없다. 그의 본가는 무사의 집안이나 그는 무사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내는 것에 작은 재주가 있을 뿐이다. 상식을 벗어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은 요괴의 짓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기이한 면이 있다. 사건을 맡은 관리들은 범인을 잡아낼 수 없어 요괴의 짓으로 치부하려고 하지만 각각의 사건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모모스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리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세 치 혀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는 잔머리 모사꾼 마타이치, 변장술의 달인 신탁자 지헤이, 홍일점 인형사 오긴이 그들이다. 모모스케는 자의로 혹은 이 소악당 마타이치 일당에게 속아서 사건 해결의 한 복판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권선징악을 실천한다. 권력자들이 힘을 남용하던 에도시대의 한복판에서 요괴의 짓처럼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들로 한 바탕 연극을 벌이고 힘없는 서민들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준다.

 

귀신이나 요물들이 벌이는 짓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들이 벌이는 짓처럼 꾸며 만든 한 판 연극에 불과하다. 힘만 믿고 남용하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힘없이 당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데는 한을 품은 귀신만한게 없다. 한참 즐겨보면 <별순검>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 같은 분위기이다. CSI처럼 고도로 발달한 법의학이나 지문감식 같은 건 없지만 귀신이나 벌일 법한 일들로 사람들을 홀려 놓고서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는 쾌감을 맛보게 하는 맛깔나는 이야기이다. 6편의 단편이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되기도 하지만 또 그 여섯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얽히면서 등장인물들의 과거도 함께 알려주고, 그래서 마지막 단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모두 절정으로 치닫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꽤나 실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단편인 듯, 장편인 듯 흘러가는 재미난 이야기 전개로 편하게 읽어내릴 수 있는 시원하면서도 재미난 미스터리 물이다.

 

한 여름 기나긴 밤이 지루하다면 오싹하면서도 재미난 기묘한 이야기들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 Pain Grammar - 딱! 미국 중고등학생만큼만
레베카 앨리엇 지음, 한민정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실 고통없이 문법을 이해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 영문법서는 한국인이 쓴 영문법이 아니고 레베카 앨리엇 박사가 중학생 아들이 작문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영작법, 영문법, 문장부호 사용법, 그리고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주 저지를 수 있는 작문의 실수등을 명확하고 쉽게 바로잡아주기 위해 쓴 책이기 때문에 완전히 외국인을 위한 영문법서라서 '고통없이'는 어느 정도 어불성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100%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고칠 부분을 끄집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는 국문법 책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아직도 3030시리즈(하루 30분이면 미국 유치원생만큼, 초등학생만큼, 중학생만큼~시리즈)를 읽고 있는 나로써는 이 책에서 잘못 표현된 부분만큼도 표현을 못하는 지경이니 심지어 그걸 바르게 고쳐쓰라고 하면 대략난감일 뿐이다!  Barron's 는 미국 최대 어학 전문 출판사이고, 그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미국 중고등학생들의 작문을 위한 영문법서로 초장기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말은 잘 하지만 문법에는 약한 면을 보인다. 문법은 항상 어렵다. 그런 문법을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가며 유머러스하게 써놓은 책임에 틀림없다.

 

예를 들자면 우리 문법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흔히 드는 예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예문이 있다. 띄어씌기가 잘못되었을 때 있을 수 있는 오해인데, 우리말이기 때문에 100% 이해하고 이 예문이 우습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들어있는 약간은 어색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예문들이 유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딱딱하다고 느껴질 것이고 '고통없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초적이면서도 복잡하기만한 기본 영문법은 모두 잘라내고 바로 예문으로 들어가서 정확하고 바른 표현들만을 콕콕 짚어 낸 부분들에서는 굉장히 많은 실례들로 인해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더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이 아니라도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무 페이지나, 아무 챕터라도 훌쩍 넘겨서 한번씩 정독하고 다독해서 입에 붙도록 여러 문장들을 머리에 새겨 어디서라도 한 번씩 써먹어 본다면 아마도 고급 영어를 구사한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어와 게임은 누가 뭐래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실제로 위키리크스,라는 단어를 쳐보면 수많은 연관검색어들이 나오고 있고 책으로 나온 위키리크스도 몇 권씩이나 된다. 시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써도 위키리크스라는 말을 뉴스에서 몇 번씩이나 들었고 그들이 폭로한 미국의 방대한 문건들로 인해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었다, 라는 사실에 대해 알 정도이니 이쯤이면 위키리크스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미국정부의 외교전문 25만건이 공개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관리하던 문건이었을테고, 그것의 내용은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0개국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것으로 외교관 등이 상대국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 전해들은 이른바 '비밀문서'였는데 그것이 그대로 유출된 것이다. 이를 공개한 것이 바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이다. 이 문건 안에는 미국 대사관이 자국의 외교관은 스파이로 활용한 기록, 뒷거래, 각국 지도자들의 거칠고 솔직한 언사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렇게 비밀에 붙여져야 할 문건들이 세상으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옴으로 인해 미국은 격분했고, 영국은 당혹해했으며, 튀니지는 시민혁명의 불길에 휩싸였다. 그럼 이 위키리크스는 어떻게 이런 문건을 공개할 수 있었는가. 바로 줄리언 어산지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다. 이 사람은 2006년부터 정부와 기업, 단체의 불법과 비리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웹상에 숨어 있는 각국의 기밀문서를 해킹하거나 익명의 내부 고발자에게 제보받아 이를 폭로하던 사람이다. 위키리크스는 설립당시부터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과 손을 잡고 그들이 수집한 정보들을 <가디언>을 통해 공개하였는데 그들의 모토는 바로 '우리는 정부들을 연다(We open governments)'이다. 무명의 해커로 출발해 전 세계 언론들이 지금까지 통틀어 공개한 것보다 지난 몇 년간 공개한 기밀문서의 숫자가 더 많은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정보 메시아로도 혹은 사이버 테러리스트로도 불리우고 있다.

 

세상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큰 일들은 결과만을 알도록 되어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국가적으로 어떠한 큰 일을 당했을 때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만을 알게 되어 있다. 뉴스나 신문보도등을 통해서 말이다. 관심이 없는 한 그마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작고 작은 나라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분단이 되고, 전쟁이 마무리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다. 누군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어떤 나라를 대표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비밀리에 문건을 작성하고 조용히 38선을 긋고, 정전을 선포하였다. 그렇게 전쟁이 끝이 났으니 다시 생활로 돌아가라니 그러할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길이 끊겼고 가족을 잃었지만 그저 눈물로 세월을 보낼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각국을 대표하는 그들이 어떤 말을 나누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비밀문건'이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모순되는 말이지만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순간 알아야만 힘이 되는 사실이 있는가 하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일이 있다. 가끔 뉴스나 신문 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 중에 그들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내어 놓는 사실들은 우리에게 충격과 분노로 다가올 때가 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사실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알고 싶은 내용들은 감춰질 때가 많이 있다. 그것이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이 책의 부제는 <가디언이 심층 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이다. 실제로 줄리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핵심이며, 위키리크스는 가디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을 쓴 두 사람의 저자는 <가디언>의 기자이므로 얼마나 제 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책이 씌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의 일생 중에 그의 세상에 대한 폭로가 '정의감'에서의 발로인지 단순히 해커로써의 본분에 충실하다보니 생긴 일인지는 그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눈으로 보고 가질 수 있게 된 엄청난 비밀들을 보고 댓가없이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의무감과 정의감으로 위키 리크스의 정보원 역할을 하게 된 브래들리 매닝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위키리크스라면 아마도 그들에 대한, 그들이 폭로한 비밀이라는 것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사뭇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받고 입을 여는 사람들 혹은 돈을 받고 입을 다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세상의 힘겨루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믿어야 할지 이제는 그 판단조차 클리어하지 않다는 것이 새삼 씁쓸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